- 사회적경제 탐구와 생활 By 김춘광
-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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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린 워싱과 ESG 워싱
한때, 폭스바겐은 자사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서 친환경 차량임을 강조하며, 자사의 그린 이미지를 쌓아 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여, 환경규제를 피하고,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심각한 실망감과 투자손실 등을 끼쳤습니다.
이처럼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중요도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높아질수록 기업들의 환경관련 부정행위가 증가하고, 기업들도 고객을 속이고, 거짓된 이미지를 활용해서 손쉽게 친환경 이미지와 수익을 얻고싶은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처럼 “기업이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도움이 안되거나, 해가 되는 활동을 지속하는 행위”를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기업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rvernance)와 관련된 활동을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크게 홍보하는 행위”를 ‘ESG 워싱(Washing)’ 이라고 합니다. ESG 워싱은 '그린워싱(Greenwashing)'에서 비롯되다고 할 수 있는데, 기업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해로운 활동을 지속하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이후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그린워싱의 개념이 확장되어 ESG 워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린 워싱이 주로 환경 분야에 집중해서 발생되는 반면, ESG 워싱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발생 가능성과 그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모두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도 하락, 시장 왜곡, 리스크 증가, 환경보호 노력 저해, 투자위축 등 다양한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를 악용하는 ESG 워싱 또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소송과 규제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ESG 워싱이 창궐(?) 하는 이유
앞서 제가 쓴 다수의 글에서 ESG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ESG의 도입이 필연적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조직(특히 대기업)에서 국제적 흐름이 된 ESG를 거스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과 같은 중요한 기업 활동에 있어서 ESG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새롭게 대두되는 현상과 규제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은 적잖게 당황해하면서도 이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적 차원에서 체질을 바꾸는 ESG 활동 보다는 기존 활동을 ESG로 포장하거나,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은 활동들을 ESG와 연결하여, 마치 해당 기업이 ESG의 선두주자이자 주요 실천 주체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짧은 시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ESG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증가, 명확하고 통일된 평가기준 미비, 단기적 성과주의, 규제의 강화 등으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 다른 영역의 부정적 영향은 숨기고, ESG 영역의 긍정효과만을 부풀려 강조하거나, 검증가능한 충분한 자료 없이 일방적 주장에 의한 ESG 활동 강조, ‘친환경’, ‘지속가능’ 등과 같이 말만 번지르르한 용어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ESG와 상관없는 다른 활동들을 ESG로 포장해서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거나, 최악이 아니 차악을 선택해 높고 그것이 마치 ESG 활동인양 포장하거나, 완전히 거짓된 정보로 ESG를 과장하거나, 인증되지 않은 라벨, 성능 등을 완전 거짓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나타납니다.
3. 문제점과 대응방안
ESG 워싱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고, 진짜 ESG 활동을 하는 기업조차 불신을 당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시장 전반의 ESG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또한 ESG 워싱은 일종의 허위 정보를 통해 경쟁우위를 가지려는 행위이기 때문에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질서를 교란시키게 되기 때문에 건강한 시장을 구성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한편, ESG에 대한 정보는 투자자들의 투자 근거가 될 수 있는데, 왜곡된 정보는 정당한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고, 잘못된 투자를 유도해서 시장의 자본 분배를 왜곡하고,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 내부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외부인들에게 기업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법적 문제로 비하되거나 처벌 및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ESG 워싱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사회문제 해결, 지배구조 개선과 같이 인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시간이 걸리고, 중장기적 목표에 해당하는 것들을 수행하지 못하게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행위가 기업과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어 그들이 무엇을 하던지 고객이 믿지 못하는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EU는 기업의 ESG관련 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관련 활동을 정리하고, 지속적 관점에서 보고 또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 친환경 주장을 할 때,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들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정부가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 또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는 제도 또한 도입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ESG를 별개의 활동이 아닌 기업의 경영전략에 포함시켜, 기업 활동 그 속에 ESG 활동이 배태되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의식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업들은 긍정적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함께 공개하는 정보공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ESG 활동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가 어렵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럽다는 점을 인식해서 단기적 관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초점을 둔 경영을 추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이러한 ESG 워싱의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기업 활동과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판단을 강화하는 등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인식 강화 또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당신의 조직은 괜찮습니까?
저는 전공이 경영학인만큼 사회복지 조직, 사회적 경제 조직, 공공기관 또는 준공공기관에 경영성과나 ESG 활동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에 자주 초대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러내 놓고 ESG 워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기관이 내놓은 ESG 성과가 말 그대로 ‘ESG 워싱(?)’ 이거나 ‘ESG 워싱에 가까운 수준’의 성과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히 불편한(?) 이야기 일 수 있겠지만 실제입니다. 이럴 경우 의도(?)를 가진 나쁜 사례를 목격하기도 하지만, 해당 조직의 담당자 또는 경영자가 아얘 ‘워싱’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의 리더가 어디에선가 얻게 된 ESG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구성원들에게 ESG 성과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조직에 대한 성과 평가 및 지속을 위해 ESG 성과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기존 활동이나 정보에 ESG를 덧입히거나, 투자 유치나 고객 유치처럼 조직의 필요에 의해 부풀리거나 하는 경우들이 다수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 사회를 비롯한 경영계에서는 이미 ESG 워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를 비롯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을 전세계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꼭 제재와 처벌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ESG 워싱은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리더의 강요? 상급기관의 요구? 평가의 도입? 투자자의 요구? 더 많은 고객 유치? 자본 조달?
무엇을 위해서 ESG를 하고 있나요? 어떤 형태로 하고 있나요? 왜 하고 있나요?
ESG 워싱, 혹시, 당신의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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