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본문

노인정신건강이야기 6 - 이름을 부르는 따뜻한 연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말없이 흐르는 이슬 방울들


앞서 나온 글들을 읽어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음을 붙이게 되거나 그 시절 추억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다들 기억하시는 것과 같이 앞에 글은 김광석씨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오늘 저는 잊어야 하는 마음을 이야기하기보다 잊을 수 밖에 없는 노인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자꾸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내가 뭘 하는 사람이었더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치매 초기 노인의 혼잣말은 단순한 노인의 고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건 자신이 세상에서 잊혀질까 두려워하는 모습,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의 외침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외침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게 '환자'라는 미명하에 그분들의 이름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83세 김옥순(가명)씨는 치매를 진단 받은 후 , "내가 뭘 좋아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는 잊었어도, 난 그대로 있어요" 말하고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세상은 김옥순 할머니를 할머니가 아닌 "저분" 또는 "치매환자"라는 명칭으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치매는 한 사람의 삶과 관계, 그리고 취향 등을 모두 축소하고 " 환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합니다.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남편도 50년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보다 가족들과 함께 치매를 겪고 있는 환자로 치부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혼자 고립될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여기에서 나를 기억해줄 사람의 부재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기억을 잃는 다는 것은 "나를 기억해줄 사람"의 부재로 인한 존재적 불안을 의미합니다. 나와 가까이 있는 친구, 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자신을 더 이상 " 예전의 총명하고 인자한 그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치매노인은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즉, 치매노인의 존재적 불안은 치매노인에게 또 다른 정신건강을 위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치매와 우울증의 동반질환은 일반 노인보다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적 고립을 통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노인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치매라는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치매는 의학적 문제를 넘어서 정체성과 관계를 위협하는 복잡한 위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입니다.또한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과거의 기록등을 공유하고 정체성을 되찾도록 돕는 활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치매 당사자의 고립감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음악, 미술, 합창 등 자신을 표현할 기회들을 가지도록 하고 자신을 믿고 아직도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한 느낌과 활동은 기억이 잊혀져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셋째, 잊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치매 당사자 = 환자 가 아니라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개인으로 대해야 합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 연결이 지속될 때 치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는 다는 것은 과거를 잃는 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자신을 지워가는 감각을 느끼는 일일지 모릅니다. 

오늘도 우리들은 그들의 이름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진 않았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들이 또 다른 노인들의 기억을 지키고 마음을 지키는 활동일 수 있습니다.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출발은 그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관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