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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해결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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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해결의 실마리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로 성당에서 청소 봉사를 자주 합니다. 구역별로 주일마다 돌아가며 청소를 담당하는데, 남자는 많이 참여하지 않기에 더 자주 가서 봉사를 합니다. 특별히 누가 오라가라 하지는 않지만 남자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외면하기 힘들어 더 자주 가게 됩니다. 말 그대로 자발적 참여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성당 공동체도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참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성당은 무난하게 관리 되어 갑니다. 


물론 청소하는 날은 청소만 하지는 않습니다. 청소보다 더 기다려지는 간단한 다과 시간. 구역별로 반장이 있는데, 떡이랑 과일 또는 간단한 차를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마십니다. 특별하게 정해진 것은 없고,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준비해서 그리 큰 부담은 느끼지 않습니다. 형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준비와 참여가 서로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청소를 하며 낯설었던 이들과 얼굴을 익힐 수 있게 되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성당 공동체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적당히 친해지는 시간이 매주 반복되게 됩니다. 일정 시간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면서 성당에는 작고 꾸준한 청소 문화와 더불어 사람들간의 자연스러운 유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함께 땀 흘린 뒤 먹으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청소가 대부분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처럼 보이긴 하지만 간단하고 작은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활동에도 더 적극적인 면을 보이고, 서로를 더 아끼고, 신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연구들이 사회와 심리(우울증과 자살)의 연결 관계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 막역한 지인, 친한 이웃, 서로 돕는 동료 직원들이 있는 사람은 식사와 수면의 문제, 슬픔, 외로움, 자기 비하에 빠져들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도 사회적 유대가 감소하게 되는 기간에도 우울증이나 자살이 증가했다는 일치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하나 봤습니다. 로버트 퍼트넘의 책 「나홀로 볼링」 에서 정기적인 동아리 참여(월 1회 참여), 규칙적인 자원봉사(월 1회 참여), 집에서 규칙적으로 손님이나 친구 대접하기(월 1회) 그리고 규칙적인 교회 참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동아리 참여, 자원봉사, 집에서 사람을 대접한 경우 ‘전혀 안 한다’와 ‘한 달에 한 번’사이에 사람들은 제일 행복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이 만나고, 많이 참여한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한계 생산성 체감의 법칙’과 비슷한 개념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즉, 한 달에 한 번 동아리 참석이 행복감을 준다고, 매일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서 30배가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정 정도의 빈도를 넘어 설 경우 행복감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교회 참석은 좀 다르게 나타납니다. 최소한 주 단위의 참여 횟수가 늘어나면, 곧 교회에 더 많이 참여하면 할 수록 더 즐거워진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가 완벽한 설명력을 갖긴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만 자기 인생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사회적 유대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혼, 직장생활, 학교, 교회, 자원봉사, 동아리 참여, 다양한 모임 등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행복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셀리그먼은 현대 사회가 의무와 공통의 목표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개인의 자율성을 갖고 주어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즉, 각자도생의 삶을 지향하며 지금 시대의 어려움(외로움, 고독, 우울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가족, 교회, 친구와 경쟁하지 않고 서로를 돕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유대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지금 시대에도 제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곳곳을 사회적 유대를 복원하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만 가까운 곳에서 각자의 실마리를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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