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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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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5)


아래 링크에서 계속 이어지는 글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4) 


안녕하세요, 모두를 위한 스마트워크 신용우입니다.

어느덧 고민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AI라는 '필터'가 무엇을 걸러내는지(1편), AI와의 대화가 우리의 '공감'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걱정(2편)을 나누었습니다. 또, AI가 주는 정답에 익숙해져 '생각하는 힘'을 잃을까(3편) 염려했고, 데이터 속에 숨은 '편견'이 보이지 않는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4편)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 앞에 서게 되네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가 보고서도 써주고, 필요한 정보도 다 찾아준다면, 사회복지사로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물론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만큼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솔직히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이런 건 AI가 나보다 훨씬 잘하겠구나.'

수많은 복지 정책과 기준을 찾아보고, 밤새워 프로포절이나 결과보고서를 쓰던 일들 말이죠. 이제는 AI 덕분에 누구나 전문가처럼 정보를 찾고 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리해진 만큼, 마음 한편이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짜 실력,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일은 무엇일까요?



AI는 할 수 없는, 우리만의 '진짜 일'

저는 오히려 AI 덕분에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서류 작업에서 벗어나, 우리가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아야 할 네 가지 '진짜 일'이 바로 이것 아닐까요.


첫째, 당사자가 마음 편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수없이 경험합니다. 불신과 경계심으로 굳게 닫혔던 분이 어느 순간, "선생님이니까 말씀드리는 건데요…"라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순간을요. 그 순간은 멋진 보고서나 데이터 분석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주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시간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AI는 분석할 데이터를 원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자기 삶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둘째, 데이터 뒤에 숨은 그 사람의 삶을 보는 일입니다.

AI는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담 약속 3회 불참"이라는 결과를 보여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데이터 뒤에 숨은 진짜 삶을 봅니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못 나왔어요’, ‘누군가 만나는게 힘들어서 문밖을 나서기까지 며칠을 망설였어요’라는 마음을 말이죠. 데이터 몇 줄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그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셋째, 매뉴얼에 없는 길을 당사자와 함께 찾는 일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은 정답이 없는 문제로 가득합니다. AI는 기존 데이터 안에서 가장 확률 높은 답을 제안하겠지만, 당사자가 정말로 가고 싶어 하는 새로운 길을 함께 상상하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라고 묻고, 그 길을 함께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제도 사이의 틈에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넷째, 마지막 순간에 그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일입니다.

만약 AI가 어떤 분에 대해 ‘자립 성공 가능성 10%’라는 차가운 분석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 10%의 가능성을 보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들입니다. 효율과 확률을 넘어, 그 사람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붙드는 것이죠. 데이터가 뭐라 말하든, 결국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잠재력을 믿고 그 편에 서주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가 '사람중심'으로 일하기 위하여

저는 AI가 우리의 자리를 빼앗는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가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목수는 더 좋은 망치를 얻었다고 자신의 일이 사라질까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망치로 더 정교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죠.


AI 시대의 스마트워크란, AI에게 우리의 일을 넘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AI라는 좋은 도구를 손에 들고, 서류 작업에 쓰던 시간을 아껴 당사자 곁에서 더 깊이 관계 맺고,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함께 걷는 것입니다.


기술 덕분에 우리가 더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람의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 ‘사람중심’의 일을 계속해 나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긴 시간 저의 고민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들고, 앞으로 어떤 '사람중심'의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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