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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상반기가 끝났습니다! 결산 한 번 할까요? - 반추(反芻)

1. 2025, 상반기 결산!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연말결산!” 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문화, 정치, 가요, 드라마, 영화, 코미디 등 각 분야의 한 해를 정리하고, 그해 가장 큰 활약을 했던 방송, 가수, 배우 등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행사를 거행합니다. 그런데 1년을 반으로 나눈 딱 절반, 그리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는 중요한 지점에 해당하는 6월 말에는 상반기 결산, 하반기 계획이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독 많은 일이 있었던 2025년에 상반기를 아무런 결산 없이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들을 해냈고, 그러한 성취를 위해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썼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어땠나요?


 

2. 지난 6개월, 나의 시간은 어땠나?

 

나의 시간은 어땠나....?

 

이 질문을 던져놓고,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지난 6개월을 돌아봤습니다. 힘겨웠지만 노력했고, 그래서 이루어 낸 몇 가지 성과들이 있었기에, 그것들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상반기에 이룬 성취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신설학부의 설립과 운영입니다. 교수생활을 10년 넘게 해 왔지만, 그동안 교육연구이외에 학교 행정에는 의도적으로 깊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보직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직함이 마치 하나의 권력처럼 여겨지는 행태들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에게 지난 24년 여름, 예상치 못한 사건(?)이 하나 발생하게 되었습니다(이건 사건이라고 해도 됩니다. 적어도 저에겐 말이죠).

 

대학 본부에서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고자 하는데, 학부 신설에 필요한 정책연구팀(TF)’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 것입니다. 평소 교육과 연구에는 나름 진심(?)인 편이라고 생각했기에 연구팀 합류 요청은 그간의 연구활동에 대한 인정을 받은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이기 때문에 팀원의 한 사람으로 연구를 잘 수행하기만 하면 되겠지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 버렸습니다.

 

결국 연구팀의 일원이 되어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3인으로 꾸려졌고, 24년 하반기(2학기) 6개월 간의 연구... 그리고 성공적인 연구의 마무리.... 시간은 흘러서 해가 바뀌고 마침내 25년이 되었습니다.

 

대학 본부는 정책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학부를 신설할 것이고, 해당 정책연구를 수행한 사람들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해당 학부의 운영을 맡아달라고(아니,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이건 아니잖아...? 난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해야만 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하는 것으로 몰려서 거절을 하기 어려운 순간....

 

딱 그런 느낌과 생각을 가질 무렵, 3인의 연구팀 멤버들은 각각 학부장(학장), 주임교수(학과장)를 맡기로 결정되었고, 저는 그 신설학부의 주임교수로 결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는 사이에...

 

학생모집이 완료되고, 251학기 새 학기와 함께 그렇게도 꺼려왔던, 생애 첫, ‘보직자생활이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주임교수에게 주어진 주요 임무는 각종 행정, 교육과정 개발, 운영, 학생 상담 등 너무나 많아서 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모든 것들이 세팅이 되어 있는 기존 학부와 달리 신설학부는 작은 규정 하나 조차도 전부 새로 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업무의 담당이나 규정을 정할 때에도 그것을 누가 할 것이며,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지, 문장 하나, 문구 하나, 단어 하나까지 차후에 가져올 영향과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따지고 또 따져서 결정을 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연속적인 회의는 디폴트(default)’였구요.

 

거의 매일 아침 모든 가족이 잠든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아직 가족들이 잠자고 있는 그 시간에 조용히 문을 열고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집밖에 나오면, 거리엔 아직 어둠이 깔려 있었고, 어둠 속에서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청소 업무로 구슬땀을 흘리던 바로 그 옆을 지나쳐서 출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책상위에 정갈하게 올려져 있는 전날의 결재서류 검토 및 결재로 하루를 시작해서, 회의, 강의, 다시 서류 검토, 회의, 강의를 무한 반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창밖엔 짙은 어둠이 찾아와서 이제 그만하라고 닫힌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지친 어깨를 펴려고 기지개를 켜면서 창밖을 내다보면, 내 연구실을 제외한 다른 사무실들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고, 하루종일 복잡했던 주차장은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결국 학교를 나와서 뒤늦게 근처 분식집에 가서 김밥이나 라면으로 꾸역꾸역 저녁을 때우고, 승객도 몇 없는 귀가 버스에 올라타면, 졸음이 쏟아져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졸거나 가끔 내릴 곳을 놓치고 몇 정거장을 더 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렇게 학기가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갈 즈음에 대학 본부 관계자로부터 우리 대학 내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학부가 바로 신설학부라는 평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평은 단순 칭찬으로 끝나지 않았고,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 대학이 속한 지역(충남) 전체에서 우리 학부가 가장 높은 수준의 학생 유지 비율을 나타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유치와 유지가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인 요즘 대학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3. 무엇을 위해서,,, ?

 

지난 상반기 생애 첫 보직자 생활을 하면서, 바쁘고 힘들수록 저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던졌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 이러고 있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봅니다.

 

누구나 일을 할 때, ‘성과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장입니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며, 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봅니다.

 

성장했는가?”

 

바쁘고 바쁜 시간을 보냈던 지난 6개월 간 만약 성장이 없었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의미 상실의 시간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학기는 과연 성장이 있었나?라는 질문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저는 조금이라도 성장을 한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첫째, 그동안 몰랐던 학교 행정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새로운 학생들에 대한 진지한 상담으로 요즘 학생들이 가진 어려움과 생각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행정처리와 관리 역량이 늘었습니다. 넷째, 생각보다 행정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어서 그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과정을 통해 25년 상반기는 다른 그 어느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많은 성장을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성장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

 

성과보다 성장이 앞섰던 기간... 성과가 성장을 이끌었던 기간...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기간을 찬찬히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지난 상반기... 나는 성장했는가?

 

다음은 회차에는 이 시기에 만난 학생, 나를 실망시키고, 좌절시켰지만, 그래도 나를 기쁘게 하고, 다시 힘을 내게 만든...결국 나를 성장시킨 학생들과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담담하고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나시기를 바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반추(反芻) : 지나간 일을 되풀이하여 기억하고 음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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