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사람 By 김승수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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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sincerity과 진정authenticity 사이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최근 민원 담당 공무원 워크숍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워크숍의 취지는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공감, 이해하고 업무에 대한 소진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참여 공무원과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담당 공무원들은 본인의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나 고충,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데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플랜카드와 계획서에 있는 계획과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상이했습니다. 그간 업무에 대한 고충과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무표정한 모습으로 멍하니 강사를 바라는 참가자, 원탁 테이블에 등을 지고 스마트폰을 지속해서 만지작 거리는 참가자, 그리고 그동안의 피로를 풀려는 듯 정자세로 잠을 청하는 참가자.
강의를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공무원들도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분도 많고, 적극적인 분들도 많은데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의외의 흥미(?)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으나, 강의 중 여러 질문을 통해 참여자의 의도와 의중을 알아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분들은 공무원이 된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잠깐이지만 그와 관련하여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공무원께서 “저는 민원발급 업무가 너무 단순해서 싫습니다.”라고 하셔서 “그럼 주민 만나는 업무는 좋으세요?”라고 물었더니 “그 쪽일은 더 싦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럼 어떤 일을 하신다는 것인지.
공무원은 영어로 ‘Public Servant’, ‘Civil Servant’, ‘Public Official’등으로 표기되며 공식적 문서와 직함 등 맥락에 따라 다르게 사용합니다. 어떤 표기이건 공무원은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강조합니다. 과연 교육에 참가한 당사자분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나 공무원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는 것일지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확인하기 어려우나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행동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교각과 같은 거니까요.
일을 할 때 보통 두 유형의 사람이 보입니다. 성실하게 일하시는 분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진정성 있게 일하시는 분. 사실 어떤 이에 대한 진정성은 말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정성은 그 사람의 평상시 말이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성실함(sincerity)은 나쁜 태도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타인에게 진실하고, 외부의 기대에 응답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성실한 태도는 중요하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추느라 스스로 하고 싶은 변화에는 둔해지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진정성(authenticity)은 내가 나에게 진실한 태도를 말합니다. 진정성 있는 실천을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나는 어떤 가치를 위해 일하는가?”, “내가 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응답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명확하고 감정에 정직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갑니다.
진정성있게 일하는 사람은 성실함의 태도는 당연하지만, 성실하다고 해서 진정성이 있는 것은 꼭 아닐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적인 일을 하는 영역인 교사, 공무원, 군인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은 성실은 기본 상수값이며 그 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실천이 필요해 보입니다.
공적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헌신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과 사회의 작은 변화를 노력하는 의미를 알고 일하는 진정성 있는 실천가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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