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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내가 만난 학생 1. – 얘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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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은 의무적 만남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생존이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는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로 인해 요즘 대학들에게 학생 유치유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쯤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대학들은 나름의 방안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더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도우려고 합니다. 그 중 한 가지가 학생 한 명마다 담당 교수를 정해서 그 담당 교수가 면담을 하고, 학생의 고충을 해결해 주거나 도와주거나 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보직은 맡은 올해 1학기에 저는 기존보다 많은 학생들의 담당교수가 되었고, 당연히 그 많은 학생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그동안 강의를 통해서 학생을 만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과정이었습니다. 학생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학생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학교에 적응을 어려워하거나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을 만나서 어떤 이유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지, 학교 생활에 무엇이 어려운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요즘 대학생들이 직면한 대학 생활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2. 잘가라! A, B, C......

 

그 과정에서 제가 만난 세 학생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A, B, C로 표기하려고 합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ABC는 모두 이번 학기에 우리 대학에 입학했다가 학교를 떠났거나 떠나려고 했던 친구들입니다. 굳이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제가 가진 경험과 사고방식, 그리고 저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의사결정 방식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그 학생들을 통해 보았기 때문에고, 그로 인해 학기가 끝난 지금, 제 기억에 너무나도 강렬한 흔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고 합니다.

 

1) 먼저 A입니다.

 

이 학생은 제 지도학생인데, 워낙 활발하고 활동적이어서 신설학부의 첫 MT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MC를 봤습니다. 학기초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솔직히 MT를 갈 때까지도 이 학생이 제 지도학생인지 잘 몰랐습니다. MT에서 신나게 MC를 보고, 학생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학생 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밝은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MT 후 한 달쯤 되었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4월 중순 쯤이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자퇴를 하겠다고 학생 상담 요청이 왔는데, 바로 그 A 학생이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본인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고, 여기서 그런 계획을 찾을 생각도 없고, 여기서 그런 계획을 찾을 것 같지도 않고, 사실 대학은 아버지가 가 보라고 해서 왔는데,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등하교가 너무 힘들고, 그냥 남은 시간 알바나 하다가 군대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요즘 군대 월급이 높아져서 그거나 모아서 전역 후 해외여행이나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진로를 개척하는 것 등은 전혀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2) 다음은 B입니다.

 

이 학생은 학기초부터 너무 밝고 적극적이어서 제가 따로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황한 제가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중학교까지는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 때 공부를 놓쳐서 이 학교에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특히, 좋은 회사(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를 다니는 아버지 보기가 부끄럽고, 자기가 사는 동네의 친구들 만나기도 창피하다고 했습니다. 원래 공부를 잘했던 자신이 중간에 공부를 놓친게 한스럽고, 바보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퇴를 하고, 다시 수능 공부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진로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수능 공부를 해 보겠다는 태도 보다는 갑자기 눈물이 터진 그 지점이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속에 말하지 않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그곳이 어디던지 눈물을 터트리는 바람에 당황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 이유로 학교의 심리상담센터에서에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자퇴로 배수의 진(背水)을 치고, 수능 공부에 매진해서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다시 입학하고 싶다고 했고, 학기말 즈음에는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C입니다.

 

C는 제가 보기에 그냥 의지도 없고, 예의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여길 왜 왔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대학이 아닌 어딜 가도, 저 상태로는 안될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 학생은 한 학기를 끝까지 모두 다녔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이면서도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학기 말까지 다녔습니다. 학기 말까지 학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출석이나 시험에는 제대로 응시를 안해서 결국 1학기가 끝난 후 학사경고를 받았습니다. 학사경고를 받은 것에 대해서 어떤 사정이나 이유가 있었나 싶어서 전화로 사정을 물어보니,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학교를 다닐까? 말까?”, “공부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출석도 불성실하게 했고, 시험에도 제대로 응시를 안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둘지 아닐지는 결정하지 못했고, 군대를 가고 싶지만, 딱히 육군을 갈지, 공군을 갈지 등과 같은 방향도 결정한 바가 없으며, 장래에 뭐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지금 뭘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합니다.

 

3. 그래도... 내가 만일 ~ 라면...

 

가수 안치환 님의 노래 내가만일이라는 곡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 중략 ~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어~”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보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여러분이 만일 라면...

 

여러분이 만일 ‘ABC의 담당 교수라면,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것인가요?

여러분이 만일 ’ABC의 담당 교수라면‘, “어떤 내용으로 그들을 상담하실 것인가요?

 

저는 어떻게 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응했어야 할까요?

 

저에게 답을 주세요....

 

(댓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엔 그들과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려고 합니다.

 

 

 

1) 학사경고 : 학사경고는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평점을 받으면, 즉 성적이 매우 나쁘면 학교로부터 받게 되는 경고를 말하며, 줄여서 학고라고 부른다. 학교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보통 평점이 1.5~2.0보다 낮을 때 학사경고를 받게 된다. 성적으로 환산하면 평균 D+, C-, C0 미만이다. 모든 과목을 C 이상 받으면 일반적으로 학사경고를 받을 일은 없다. 다만 F를 일정 개수 혹은 일정 학점 이상 받으면 평점이 2점대여도 학사 경고를 받을 수 있다.

       각 대학별로 정해진 학사경고 횟수[2]를 받으면 제적되며, 일반적으로 제적당할 경우 제적당한 시점으로부터 1년 이후 재입학할 수 있지만, 일부 대학은 학사경고로 제적당했을 경우 재입학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한 학사경고를 받은 경우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도 여파가 있는데, 수강신청이 가능한 학점이 줄어들게 되는 페널티도 존재하며 이러면 평소 수강하는 학점보다 더 적게 신청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학점이 부족하게 되고 졸업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나무위키 : https://namu.wiki/w/%ED%95%99%EC%82%AC%EA%B2%BD%EA%B3%A0)

 


2) 배수의 진 :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더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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