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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통합지원법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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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통합지원법, 진정한 지역분권을 위한 출발점이 되려면

 

1. 돌봄통합지원법이란 무엇인가요?


20263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통합돌봄법), 돌봄이 필요한 모든 주민이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기존의 시설 중심, 공급자 중심의 돌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 돌봄체계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법 제1조와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책무를 분명히 하며, 지자체가 지역 돌봄의 실질적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돌봄이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임을 천명한 것입니다.

 

2. 본래의 취지와 제도 운영상 문제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법의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련된 하위법령과 제도 운영 방식은 그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통합돌봄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시행령은 대상자를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외의 대상자를 지자체가 추가 지정하려면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지역 실정에 따른 자율적 판단을 어렵게 만들며,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강화되어야 할 권리 중심의 접근과도 상충되는 내용입니다.


더 나아가, 통합돌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상자 발굴, 조사, 종합판정,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등 주요 기능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법 제25, 29)은 지자체의 실질적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중앙기관이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지역 특성을 반영한 통합돌봄 실현이 어렵고, 오히려 형식적 절차 중심의 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3. 왜 중앙집중형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나요?


법률은 지자체를 돌봄정책의 핵심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제도 설계와 실행 권한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합지원 대상의 선정, 사례판정 기준, 계획 수립 절차 등 핵심 요소들이 중앙정부와 보건복지부 소속 전문기관 주도로 설계되어 있으며, 지자체는 이를 실행하는 행정기관의 역할에 머물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은 지자체가 예산이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스스로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자체의 기획 역량과 현장 실천력이 축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보험의 행정집행 기관으로 기능해 온 경험은 있으나, 지역사회 기반의 사례관리를 수행해 온 주체는 아닙니다. 이런 기관이 통합돌봄의 핵심 기능을 맡는다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욕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4. 지역과 현장의 역할은 어디에 있습니까?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응답하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실천입니다. 의료, 요양, 주거, 사회참여, 안전 등이 중첩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이를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하는 주체는 지역이어야 하며, 그 판단의 중심에는 지역 현장의 실천 경험과 주민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자리해야 합니다.


물론, 제도 설계 초기부터 제기되어 온 우려도 존재합니다. 지역 간 인프라 격차, 지자체 간 행정역량의 차이, 인력 부족, 기획능력의 편차 등은 통합돌봄의 전국적 균형 실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지자체가 과연 통합돌봄의 전문성과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며, 따라서 전문기관의 지원이나 중앙의 개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의 시범사업과 선도사업, 지역사회보장계획, 지역사회투자서비스 등의 운영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와 제도적 미비가 많았지만, 현장의 실무자들과 지자체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하고 실험하며, 현실에 맞는 해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과정을 밟아왔습니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서 통합돌봄을 의미 있게 구현해 낸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가 충분히 배워가며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복잡하고 버거운 과업을 감당하면서도 책임 있게 사업을 운영해왔으며, 일정한 지원과 권한이 부여될 경우 자율성과 혁신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역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제도적으로 얼마나 마련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도는 여전히 전문성이라는 이름 아래, 핵심 기능을 중앙기관이나 준정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통합지원회의와 협의체 구성 또한 형식에 머물 수 있으며, 민간기관이나 주민조직,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인 참여는 제한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통합돌봄을 생활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절차 행정으로 환원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축적된 실천경험과 지역사회의 자생적 노력은, 돌봄의 중심이 지역에 있어야 함을 거듭 증명해왔습니다. 이제 제도가 그러한 경험과 역량을 신뢰하고, 뒷받침해줄 차례입니다.

 

5. 진정한 분권과 통합돌봄 실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주민 중심, 지역 주도, 통합 지원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 전반에 걸쳐 지역의 자율성과 실행역량을 전제로 하는 분권적 구조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법률에 지자체 책임을 명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권한과 기획·운영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전문기관 위탁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며, 통합돌봄의 핵심 기능인 대상자 조사, 종합판정,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등은 지자체의 전담조직이 직접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책임 분산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복합성과 개별성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실천 기반을 지역에 둘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또한, 개인별지원계획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계획에 따라 연계되는 서비스들이 별도의 신청·선정 절차 없이 자동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통합과 법령 간 정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상자가 여러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구조는 통합이라는 개념과 배치됩니다.


지자체의 역량 강화도 핵심 과제입니다. 단순한 사업 수행 기관이 아닌, 지역 고유의 기획력을 가진 정책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지역 내 다양한 민간자원과 거버넌스를 연계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주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권한과 자율성 없이는 통합돌봄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명칭이 지닌 의미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기반 돌봄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중앙정부는 제도를 설계하고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넘어서,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뒷받침, 그리고 지역의 자율적 시도를 독려하는 지원자적 역할로 전환해야 합니다.


물론 중앙통제식 방식은 산업화 시기 국가적 동원을 가능하게 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돌봄은 산업이 아니라 삶이며, 획일적 동원보다는 다양성과 맥락의 이해가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이제는 중앙이 통제자가 아니라, 지역 역량의 발현을 가능케 하는 지원자(back supporter)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사업 추진 실적이 아니라, 실제로 통합지원이 대상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 지역사회 내 돌봄 기반 강화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평가가 행정 통제가 아닌, 정책 개선의 선순환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표> 「통합돌봄법」 주요 내용 및 정책 쟁점


항목

내용 요약

주요 문제점

개선 방향 및 제언

1. 법률의 기본 취지

지역사회 중심, 이용자 중심의 돌봄 패러다임 전환 (시설→지역, 공급자→이용자 중심)

선언적 취지에 비해 제도 설계는 중앙집중형 구조 유지

지자체의 실질적 기획 및 집행 권한 보장 필요

2. 통합지원 대상 설정

노쇠·질병·장애 등으로 일상생활 어려움을 겪는 주민 대상으로 명시

시행령상 대상이 65세 이상 및 중증장애인으로 협소화, 지자체 자율성 제한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따라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 부여 필요

3. 전문기관 위탁 조항

조사·판정·계획 수립 등 핵심 기능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전문기관에 위탁 가능

지자체의 핵심 역할 방기 가능성, 현장성과 지역성 약화 우려

위탁은 예외적 상황에 한정, 지자체 중심 전달체계 유지 필수

4. 지역과 현장의 역할

복합적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해석과 실천의 중심은 지역과 현장

전문성과 형평성 부족 우려, 현장 경험의 제도화 미흡

기존 시범·선도사업의 경험 활용, 행재정 지원 기반으로 역량 강화 유도

5. 중앙과 지역의 역할 배분

중앙은 기준 설정, 지원자 역할 / 지역은 기획과 실행 주체

여전히 중앙통제식 구조, 권한 대비 책임 과중

중앙은 후방 지원자로 전환, 지방은 자율적 조정자로 역할 강화

6. 행정절차 및 연계성

개인별지원계획 중심의 통합 행정 지향

여전히 개별 서비스별 중복 신청 필요, 비효율 초래

계획 수립이 곧 신청으로 간주되도록 절차 간소화 및 시스템 통합 필요

7. 평가 및 성과체계

지역계획 추진성과에 대한 평가 및 재정 인센티브

행정 위주 지표 구성, 삶의 질 변화 측정 어려움

대상자 삶의 변화, 가족 돌봄 부담, 종사자 처우 등 질적 지표 반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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