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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발 정보 유통 - 자살 예방법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가?

20년 전 자살의 문제는 개인 문제라는 인식이 높았지만 지금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에서 여전히 자살률 1등을 차지하고 있고,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높으며,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대한민국의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 국가는 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정책과 자살예방종합계획등을 수립하여 민관의 협력들을 주도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다양한 형태의 자살예방 정책과 사업 수행에 대한 언급들도 중요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살관련 유발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약칭: 자살예방법) 제 19조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자살유발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예방법에 선언적으로 나와 있는 해당 조항이 과연 실효적이고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과 같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정보의 확산은 빠르게 나타나고, 자살을 조장하거나 유발하는 정보들도 쉽게 퍼져나가기 쉽습니다. 또한 익명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살 방법을 공유하거나, 미화하거나, 자살을 부추기는 내용들의 글들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에도 이러한 글들이 올라오면 모니터링을 통해 신고하고 본인 이 삭제되기도 합니다. 즉,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고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관계 부처에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자살예방법 전문 개정 후 신설된 제19조 자살유발정보 예방체계 구축과 관련된 조항을 위반하여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들의 대부분은 형법상 자살방조죄(제 252조 제 2항)에 근거하여 처벌한 경우들이 대다수이며, 자살예방법 제 19조가 독립적으로 적용된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즉, 처벌사례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가지게 만듭니다. 


첫째, 자살 유발 정보에 대한 유통의 과정이 적발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의 한계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자살유발정보는 익명성에 기인하고 식별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시선입니다. 또한 해당 글에 대한 신고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고발 행위를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둘째, 자살유발정보와 자살방조죄 등 중첩된 문제가 발생하면, 판례가 쌓여있는 형법상의 방조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살예방법 제19조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어쩌면 판례가 없는 법률의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문화된 법률에 생기를 불어넣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현재 제 19조의 법률은 자살유발 정보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를 설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자살예방법 시행규칙 제 6조에서 언급된 자살유발정보 예방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즉, 보건복지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등의 관계 부처간의 협력체계를 구체화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실시간 모니터링 및 신속한 대응과 필요하다면 법적인 고발, 고소등을 통해 법 집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대두되고 있는 AI의 기술을 융합한다면,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탐색은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처벌 사례들을 공론화하고 사회적인 경각심을 높여 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자살유발정보 유통에 대한 처벌사례들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에 처벌 사례들을 공론화 하고 시민들과 함께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예방적 효과와 함께 생명존중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의미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디지털이 확대되고 AI가 확대보급되는 상황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회적 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 한다면, 단순한 법률 조항에서 생명을 살리는 생기 있는 도구로 법률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살예방법은 법률조항의 의미를 넘어서 한 사람의 삶을 일으키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하며, 생명을 살리는 도구로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지속될 때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는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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