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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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기후취약계층과 반려동물, 함께 지켜야 할 복지
올해 여름은 정말 숨이 막히도록 덥습니다. 매년 덥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역대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폭염 경보가 발효되고, 체감온도가 35도를 훌쩍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일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폭염과 기후변화의 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기후취약계층이란 고령자, 영유아, 장애인, 저소득층, 쪽방·고시원·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분들처럼 폭염·혹한·홍수 등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분들을 뜻합니다. 이분들에게는 단순히 ‘더운 여름’이 아니라 건강과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입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취약한 환경에서 사는 반려동물들은 주인의 상황과 직결된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폭염은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체온 조절 능력이 사람보다 떨어집니다. 개는 혀를 내밀어 헐떡이는 ‘팬팅’으로 체온을 낮추지만, 높은 습도와 열기가 지속되면 금세 열사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털이 긴 장모종, 코가 납작한 단두종(퍼그, 불도그 등), 노령견·노령묘는 위험에 더 취약합니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할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습니다.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선풍기만 켜거나, 외출 시 창문을 살짝만 열어둔 채 반려동물을 혼자 두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반려동물이 열사병, 탈수, 호흡곤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쪽방촌, 고시원, 반지하와 같은 열악한 주거지에서는 여름철 실내온도가 40도 가까이 치솟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도 힘들지만, 반려동물은 더 빨리 탈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은 이렇게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폭염 대응은 주로 냉방기 지원, 폭염쉼터 운영, 안부 확인 같은 인적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려동물은 거의 고려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노령 보호자가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호자가 폭염쉼터를 찾아가야 하지만,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면 결국 집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동물의 존재가 오히려 사람의 안전 접근권을 제약하는 역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림설명: 캘리포니아 주 비상서비스국(California Governor's Office of Emergence Services)의 폭염속 반려동물 안전수칙에 관한 홍보물 출처: https://news.caloes.ca.gov/pet-summer-safety/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의 복지는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까지 아우르는 복지여야 합니다. 몇 가지 현실적인 접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하는 반려동물 동반 폭염쉼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시원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폭염을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반려동물 대상 긴급물품 지원도 필요합니다. 선풍기, 아이스팩, 쿨매트, 충분한 식수 등 간단한 물품만으로도 반려동물의 폭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주거 취약가구 대상 ‘반려동물 안전 점검’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독거 어르신이나 저소득 가구를 방문할 때 반려동물의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고, 필요시 보호자 교육과 지원을 연계하면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폭염과 홍수, 한파는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를 덮치며, 그 곁에는 늘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실천은 인간과 동물을 함께 돌보고, 재난·기후 대응 정책에 반려동물을 포함시키며, 지역사회와 민·관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는 기후취약계층의 안전을 이야기할 때, 그 곁에 있는 반려동물의 안전까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상생 복지’이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적 접근일 것입니다.
끝으로, 올여름 같은 폭염에서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보호자가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돌봄 방법을 안내드립니다.
1. 충분한 수분과 시원한 환경 제공 : 반려동물은 땀샘이 거의 없어 체온 조절이 어렵습니다. 신선한 물을 항상 제공하고, 실내는 통풍을 유지하며 햇빛을 가려 온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얼음을 띄운 시원한 물이나 쿨매트도 도움이 됩니다.
2. 산책 시간 조정과 발바닥 화상 예방 : 한낮 아스팔트는 50도 이상으로 달아오릅니다. 산책은 해가 뜨기 전이나 저녁 이후로 옮기고, 산책 전에는 손등으로 바닥 온도를 확인해 주세요.
3. 차량 안 단독 방치 금지 : 짧은 시간이라도 차량 내부는 순식간에 5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반려동물을 혼자 두는 것은 생명에 치명적입니다.
사진출처: petsbest.com
4. 열사병·탈수 증상 관찰 : 과도한 헐떡임, 침 흘림, 구토, 기력 저하는 열사병 신호일 수 있습니다.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한 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5. 시원한 보조 용품 활용 : 쿨매트, 젖은 수건, 아이스팩을 천으로 감싼 형태 등은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얼음은 직접 피부에 닿지 않게 주의합니다.
6. 집밖 마당·야외 견사 주의사항: 여름철 야외 사육은 특히 위험합니다. 그늘막과 통풍이 확보되지 않으면 몇 분 만에도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낮 시간에는 가능하면 실내로 들여 휴식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물그릇은 항상 시원하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금속 그릇은 화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재질이 안전합니다.
- 필요하다면 이동식 선풍기나 미스트 분사 장치를 활용해 온도를 낮춰 주세요.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그 곁의 반려동물에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사회복지는 이제 인간만을 돌보는 영역을 넘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안전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기후취약계층의 삶을 지키는 일과 반려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동일한 과제입니다. 올해 여름, 사람과 동물이 함께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사회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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