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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신건강이야기8 - 길 위에서 찾는 마음의 연결

박씨 어르신은 78세, 동네에 오래 살아왔지만 요즘은 외출이 뜸해졌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어졌고, 무릎이 좋지 않아 멀리 가는 것도 힘들다. 매일 매일 TV만 켜두고 멍하니 앉아있으며, 문득문득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마을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맵핑 행사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청년들과 대학생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동네를 돌며 “여기 작은 도서관이 있네요”, “이 근처 카페는 노인들에게 커피를 반값에 주신대요” 하며 지도를 만들어가는 자리였습니다. 


평소에 집에만 계시던 박 어르신은 그동안 몰랐던 공간들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이 동네에도 나를 위한 자리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박 어르신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나가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마음의 우울도 한결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은 가상의 사례지만 우리들은 이미 커뮤니티 맵핑에 대해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COVID-19 때 마스크 대란 때 마스크 판매하는 곳을 찾는다던지,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개방형 화장실을 찾는다것 등 일상에서의 공유들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함께 나눴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맵핑은 지역 안의 다양한 자원을 지도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건물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따뜻한 자원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홀로 외로움을 겪고 계신 노인들에게 동네 경로당, 공원, 무료 급식소, 치매 카페, 혹은 어르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가게까지 모두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노인의 시기에는 정신건강과 연결되는 고립의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줄어들고, 이동이 불편해지면 자연스레 사회적 단절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실의 시대를 경험하는 노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감과 동시에 고립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인들을 위해 커뮤니티 맵핑은 이들과 지역의 자원을 다시 연결하고, 어르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줄수 있습니다. 이는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연결을 위해서는 복지 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학생, 직장인, 이웃 주민이 함께 지도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노인과 소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시설 위치를 아는 것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마음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변화들은 한 지역의 노인들이 자주 찾는 벤치와 산책로가 기록되자, 지자체는 벤치를 늘리고 노인 친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변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주민들의 작은 참여가 정책적 변화와 노인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만들 수도 있으며, 박씨 어르신처럼, 지도 한 장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길 위의 작은 가게, 마을의 쉼터, 주민의 손길이 모여 하나의 지도를 만들 때 노인의 마음은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연결은 단순한 지도 그리기가 아니라 외로움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다리,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그려야 할 마음의 지도입니다. 

마음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첫째, 지속 가능한 참여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지도나 지역 커뮤니티 앱을 통해 언제든 쉽게 자원을 기록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노인 친화적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 어르신들도 직접 지도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쉬운 교육 프로그램과 안내 자료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셋째, 지자체와 지역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보통 단발성의 지원으로 멈춰버리는 사업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주민들이 만든 지도 데이터가 실제 정책과 복지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을 때, 커뮤니티 맵핑은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지도가 되고, 그 지도가 노인의 마음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참여해 그 길 위에서 희망을 함께 그려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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