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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고독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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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고독에 대한 이해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고독에 대한 표현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유사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는 많아 보인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가 종종 있는데 혼자 밥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지나가던 동료가 “왜 외롭게 혼자 먹어요?”라며 앞에 앉아 밥을 먹을 때가 있다. 물론 혼자 먹는 모습이 상황에 따라 안되어 보일 수는 있겠으나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편할 때도 있다.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해서 꼭 외로운 것은 아니다.  


외로움은 필요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관적 경험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소속된 사람들에게서 고립되거나 단절됐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은 고립과도 연관되는데 고립되어서 외로운 사람과 고립되어 있지 않아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 전자는 다른 사람과 동떨어져 있는 물리적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이고, 후자는 다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모두가 관심을 갖는 영역이다. 반대로 고립되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 고립되어 있지 않고 외롭지도 않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혼자이지만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일이나 창의적 활동에 몰두해 있을 때, 그리고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도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 孤獨)을 구별 짓게 되는 근거가 된다. 


"고독(孤獨)"은 한자로 각각 "외로울 고(孤)"와 "홀로 독(獨)"자를 써서 '외롭고 쓸쓸한 상태', '홀로 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하여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홀로 떨어져 있는 외로움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창의성의 원천이 되기도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고독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면 평화롭게 혼자 있는 상태 또는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를 의미한다. 고독은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자 아무런 방해 없이 스스로와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는 돌아보고 상처를 회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개인적 성장과 창조성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건강한 고독이 외로움을 막아줄 수 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고독한 시간도 필요하다. 스스로의 고독속 풍요로움이 외로움을 떨치게 해주고 반대로 인간관계를 질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 


사회사업 실천에서도 고립, 외로움 그리고 고독에 대한 접근을 할 때 문제중심이 아닌 각작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개념적 이해가 필요하고, 대상의 특징과 상황에 맞는 접근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을 입장을 동일하게 이해하고 해석해서는 근본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않을 수도 있다. 


지방에 강의가러 기차를 탔던 적이 있다. 옆좌석에 머리가 하얀 어르신이 앉았다. 서울에서 대구 가는 긴 시간 동안 그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계셨는데 그 어르신은 영자신문을 꼼꼼히 읽으시고 노트에다 중요한 내용을 별도록 기록하시기도 하고, 짧은 강의를 들으시며 메모를 이어가셨다. 그냥 잠만 자는 또는 소비되는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주위에 많았지만 그 어르신은 남들과 다르게 본인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요구수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친구를 사귀어라 공동체 활동을 하라 단정지어 말할 수 는 없다. 


혼자의 시간을 고독하게 잘 보내는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의 질도 탄탄할거란 생각이다. 능동적으로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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