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모이는 힘 : 사회복지현장 효과적 주민조직화 지렛대 By 강정모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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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들은 근무하면서 사업의제를 도출해야 하는 회의를 해야한다. 기관에서 사회복지 업무는 혼자서 할 수 없기에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로 업무시간이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회의에서 빈번히 ‘회의감’이 드는 큰 이유중 하나는 영향력 있는 단위가 제시하는 ‘답정너_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로 수렴되는 상황을 겪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답정너’에 분개하여, 공정한 회의, 존중받는 회의를 하려는 열정 뒤에 이어지는 ‘조직내 후과’를 감당할 용기도 딱히 생기지 않는다. 책임자도 ‘답정너’ 회의가 순간 의사결정의 복잡함을 피하기에 좋긴 하지만 이런 회의문화가 지속되면 조직이 활력을 잃고, 낮은 성과의 원인이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준비가 복잡하지 않으면서, 재미와 기발함을 촉진하고, 무엇보다 민주적으로 사회복지 전략을 발산 및 수렴, 선정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랜덤워드(Random Word)’라는 아이디어 연상 브레인스토밍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회복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준비정도에 따라 업무고도화 전략도출부터 노인, 청소년,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의 교육, 워크숍에서도 사용가능한 방법이다.
먼저 6×6로 정렬된 36개의 단어판을 준비한다. 회의 참여자들과 함께 36개의 단어판을 만들면서 시작해도 흥미롭다. 단어는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면 어떤 단어도 좋다. 이 방법을 준비하는 주체는 반드시 회의참여자들의 흥미를 고려한 단어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구체적인 단어를 선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아이디어 도출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랑, 아름다움, 행복’ 등의 추상도가 높은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예들들면 20대~30대 사회복지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단어판이라면 아래와 같이 준비할 수 있다.
|
1 |
2 |
3 |
4 |
5 |
6 |
1 |
놀이공원 |
K팝 |
생일 |
다이소 |
아이돌 |
호텔 |
2 |
영화 |
보석 |
보너스 |
스터디카페 |
헬스 |
야식 |
3 |
크리스마스 |
맛집 |
뮤지컬 |
박물관 |
주사위 |
제주도 |
4 |
인스타/페북 |
삼겹살 |
수능시험 |
연애/모솔 |
마술 |
당근마켓 |
5 |
친구 |
유튜브 |
노래방 |
막걸리 |
눈사람 |
여행 |
6 |
수영 |
시험 |
마라톤 |
투표 |
홍대입구 |
솜사탕 |
다음에는 준비한 단어판을 가지고 팀별로 주사위를 두 번 던져서 단어를 선택한다. 만약 4와 5가 나왔다면 가로 4칸, 세로 5칸에 해당되는 단어는 ‘막걸리’이므로 막걸리가 A팀의 팀단어가 된다. B팀은 5와 6이 나왔다면 ‘홍대입구’가 팀단어가 된다. 이렇게 주사위를 활용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 효과를 주어도 되고, 단어판을 보여주고, 팀별로 논의해서 맘에 드는 단어를 선택하도록 해도 된다. 단 회의에서 다룰 핵심의제를 먼저 제시하고, 단어를 선택하라고 하면 직관적 도출 효과가 낮아지므로, 다룰 의제를 제시하기 전 단어를 선정하도록 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팀별로 2절지를 나눠주고, 가운데에 선정한 단어를 작성하도록 하고, 선정한 단어를 보고 연상되는 단어를 10개쯤 작성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요청한다. 예를들면 어느 팀이 ‘사과’라는 단어를 선택하여, 연상단어를 도출하여 2절지에 작성했다면 아래와 같다.
여기까지 어떤 참여자들이나 가볍고, 흥미로워서 수월하게 작성된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과 전략도출은 다음부터다. 이 도출방법은 ‘꿈보다 해몽’의 속담을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
진행자는 각 팀원들에게 가운데 ‘사과’를 포스트잇이나 흰 스티커로 덮고, 그 위에 회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의제를 적으라고 한다. 예를들면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참여자들에게 ‘행복하고, 민주적인 가족 운영 방법’이라는 핵심의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도출된 단어를 활용하여 ‘행복하고, 민주적인 가족을 운영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라는 과제를 준다.
예를들면 ‘사과’에서 도출한 ‘맛’이라는 단어를 활용(해몽,解夢)하여 ‘행복하고, 민주적인 가족을 운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우리 가족의 특색을 살린 슬로건 또는 건배사 만들기’라고 작성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도출한 단어를 팀구성원간에 토의를 통해 자유롭게 ‘해몽’해보는 것이다. 이 때 랜덤워드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디어 도출회의, 브레인스토밍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유의할 태도가 있다. 첫째, 비판과 평가금지다. 가급적 도출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엉뚱하거나, 기발한 내용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질보다는 양이다. 도출회의는 구슬을 모으는 단계이므로 구슬 모으는 것은 다다익선이다. 한 개의 연상 단어에 대해 여러 개의 해몽을 해도 좋다. 진행자는 정한 시간에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한 팀에게 상을 주는 방식으로 촉진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후 도출된 해몽 내용을 펼쳐놓고, 팀구성원들간에 ①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도 될만한 내용과 ②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팀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1인3표 등의 방식으로 투표하여 선정하고, 활용하면 된다.
의사결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혼자결정’하거나 ‘여러명이 결정’하거나 이다. 두 가지 길은 나이와 경력이 많아질수록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라고 당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혼자결정하는 것이 더 빠르고, 여러명이 결정하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직무현장은 많은 상황에서 빠르고, 덜 피곤한 의사결정을 요청받는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답정너’적 의사결정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관건은 ‘여러명이 빠르고, 덜 피곤하게 때로는 흥미롭게 의사소통하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조직의 역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방법이 필요하고, 적용하는 시작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 성과는 변화를 위한 ‘번거로움’의 중력을 극복하는 조직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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