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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 올 때, 노 젓는게 아닙니다. 그냥 계속 젓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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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변하는게 하나도 없을까요?”

 

사회적경제 조직 활동가들을 만나면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현장에서 땀나게 뛰고 있지만, 나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는 것만 같다는 하소연입니다.

 

등산을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오르고 또 오르고 있는데,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다리는 점점 풀려가고, 몸의 기운은 점차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고 있는데, 정상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걷고 또 걷고 있지만, 그대로인 것만 같고, 계속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인생에도 마찬가지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제도 노력했고, 오늘도 노력하고 있지만, 나의 상태와 처지는 여전히 그 자리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서 주변을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내 속도는 느리기만 합니다.

 

가끔은 답답하고 숨이 막혀 미칠 지경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 답답함이 턱 끝에 차서 거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봅니다. 어제와 그제, 조금 전의 내가 아닌,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돌아본 시야를 좀 더 멀리 둬 봅니다.

 

그 순간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됩니다.

 

처음 시작했던 출발점이 저~ 멀리 발아래 까마득히 먼 곳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니는 동네도 저~ 멀리 발아래 조그맣게 보입니다.

 

?! 내가 언제 이렇게 왔지?”

 

내가 이렇게 많이 올라왔나?”

 

나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나의 위치를 보며, 각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 계속 걸었지, 계속 올라왔지... 그 사이 내가 이만큼 올라왔구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는데 변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던 사회적경제 활동가는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변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매일 매일의 노력으로 자기자리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때의 변화는 주로 성장을 의미할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기가 언제 성장했는지 모릅니다.

사춘기 청소년도 자기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모든 것들을 바꿔보려고 몸부림치면서 이상에 맞지 않는 현실을 괴로워할 뿐입니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성숙해 집니다.

 

그 모든 것이 과정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으로 점철된 25년의 여름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보내 줍니다.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았던.... 마치 진흙구덩이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던 나의 비루한 오늘을 견디는 동안 그것이 쌓여서...

 

나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조금씩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언젠가 뒤를 돌아서 내가 떠나온 그 출발점을 돌아보면....

 

놀랄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자각과 스스로를 칭찬할만한 시기와 만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도와주는 글을 한 편 공유하면서 마무리 합니다.


 

작가 님의 책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중에서 매일의 노를 저으며 입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게 아니라,

노는 계속 젓고 있었는데, 물이 들어와서 가는 것 뿐이래

 

미지근한 재능과 숱한 낙오로

미어지는 마음이 여태 선명하다.

 

몰래 견주어 보고 거푸 뒤돌아보며

좌절과 기립을 순환했다.

 

빠르게 전진하는 이들을 시기했고,

미숙한 기량을 부끄러워했다.

 

이제 와 그만둘 수도 없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니 했다.

그냥 했다.

 

슬픔을 느낄 수 없게 몰입했다.

 

본디 사랑했던 즐거움을

잊지 않으려고 틈틈이 느끼면서

 

고요하게 노를 저으니

 

이따금 물이 들어 왔고,

나지막한 성취와 칭찬을 수확했다.

 

짜릿함은 강렬하고 찰나여서

 

나는 또 노를 저어야만 했고, 그것이 예전만큼 괴롭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고,

반드시 발한다고

 

나는 믿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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