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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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지 행정은 AI 기술과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AI 안부 확인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고, 빅데이터가 위험 징후를 포착하는 시대다.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 전담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 복지 세상에서 여전히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고 이것이 바로 복지 현장의 한계라는 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민센터에서 수많은 복지대상자들을 만나다 보면 AI를 탑재한 로봇이 일상생활에 등장하는 21C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태블릿, 심지어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조차 없이 생활하고 있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 내가 담당했던 30년대에 태어나신 어르신은 지금 어디 가서 구하기도 어려운 구형 폴더폰(폴드 아님에 주의!!!)을 사용하고 계셨는데,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고령의 독거 어르신,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중장년층, 또는 장애로 인해 기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런 대상의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이들은 AI 기반 서비스수혜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고, 연락과 정보 전달의 단절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커지기 쉽다.
특히 모든 복지서비스를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 또는 정신질환자 1인가구의 경우, 이러한 정보전달을 위해 필요한 스마트폰 등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곧 세상과 연결되는 연결망이 없다는 의미이고, 이는 위기 상황에서 구조나 지원이 늦어지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이들의 집 안에는 최소한의 정보 전달 수단조차 없다. 스마트폰도, 문열림 센서도, 동작 감지 센서도 없다. 결과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구조가 늦어지고, 때로는 사망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내가 근무하는 자치구에서는 몇 해 전부터 복지대상자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안심 똑똑”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안부 전화를 걸고, 그 전화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해 직원들에게 알림을 주는 방식이다. 간단한 구조 같지만 그 효과는 분명하다. 실제로 위험에 놓인 분들이나 이미 사망에 이른 분들을 고독사로 이어지기 전에 발견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를 통해 서비스의 필요성과 유익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AI 기반 안부확인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늘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속도와 복잡한 서비스 내용에 매몰되어 정작 안부확인 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의 필요나 요구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불안감이 또한 공존한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 기계음에 익숙하지 않아 응답하지 못하는 대상자, 혹은 통화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위험 신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AI가 놓치는 미세한 침묵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될 수 있다. 전화를 받았다, 안 받았다로만 구분하는 시스템은 돌봄의 진짜 의미를 담기 어렵다. 기술이 편리함을 줄 수는 있지만, 그 편리함이 곧 모든 이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단순히 서비스를 자동화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넘어, 그 과정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할 때는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또한 이 지점에서 한가지 더 질문을 하게 된다면 만약 전자기기를 갖추지 못한 복지대상자가 고독사로 발견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개인의 선택일까, 가족의 책임일까, 아니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일까?
우선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은둔형 외톨이나 정신질환자는 종종 판단능력이 저하되거나 대인관계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 서비스를 거부했다 하더라도, 그 거부가 반드시 자율적 선택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족에게 책임을 묻기도 마찬가지다. 고립된 이들은 이미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고, 책임을 온전히 가족에게 지우는 것은 복지 국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남는 질문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기기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곧 사회적 연결망에서 배제된 신호라면, 최소한 그 위험을 포착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보급이나 센서 설치를 선택사항으로 둘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공적 개입을 통한 기본 인프라 보급이 제도화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그것이 대상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이상 개인의 선택권에의해 생존권(또는 생명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이 희생당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복지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람에게까지 강제로 기기를 보급해야 하는가?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아동학대, 치매노인 보호와 같이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강제 개입을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고립가구의 생명권 또한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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