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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신건강이야기9- 초고령 사회의 노인통합돌봄과 가족 돌봄자의 정신건강

병원 치료는 끝났지만, 진짜 돌봄은 지금부터입니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노인을 마주하는 현장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등은 앞서 언급된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픔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했고 이후에 퇴원한 어르신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회복만이 아닙니다


바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또 다른 여정', 즉 가정에서의 돌봄입니다.

이 여정 속에서 가족은 돌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되지만, 정작 그 가족은 충분한 지지와 보호를 받고 있을까요?

   

2024년 12,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돌봄의 문제가 이제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으로 노인통합돌봄 모델(ICOPE)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를 통해 제도적 대전환을 시작했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병원 치료 이후 요양, 일상 돌봄까지 끊김 없이 연계할 수 있도록 시범 사업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어르신이 퇴원한 이후, 요양등급 신청부터 지역 돌봄서비스 연계까지 별도로 진행하고,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으로 인한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번의 신청과 평가로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 판단하고, 의료·요양·돌봄 자원을 통합 연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러한 변화는 어르신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돌보는 가족에게도 숨 쉴 틈을 주는 구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의 구조와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 무게를 짊어진 가족의 정신건강은 여전히 간과되기 쉬운게 현실입니다. 특히 치매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은, 일상생활 속에서 감정 소진, 수면 부족, 경제적 압박,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부담을 동시에 겪을 수 있습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자 중 약 41%가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여성 돌봄자, 저소득 가정, 상용직 근로자는 돌봄 부담이 더 크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나타난 것을 보면, 돌봄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이 혼자 감당해야 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대 아버지를 간병중인 40대 며느리는 하루에 2~3시간 밖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분노조절 문제로 인해 자신의 감정조차 통제하기 힘드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그로인한 부정적 감정은 또 다시 가족과 직장생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까지 겹치면, 감정 소진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간병으로 인한 부정적 생각들이 현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등을 통해서 확대가 되고 있지만 현실적이 어려움은 경제적 공백에 대한 두려움 일지 모릅니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가족돌봄휴가제도는 존재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급여 지급 의무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많은 가족들이 생계를 걱정해 휴가를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은 가족돌봄휴직 급여제도를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부분 급여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노인의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회복력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에 통합돌봄의 과정에서 가족을 위한 정서 지원, 상담 프로그램, 정보 제공은 노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 자원이 되어야 하며,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핵심 요소입니다.

   

돌봄은 더 이상 한 가정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돌보고,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

어르신의 삶을 지키는 일이 곧 돌보는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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