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유(思惟) By 이두진
- 2025-09-16
- 76
- 0
- 0
기획에 대한 여덟 번째 이야기 – 선(線)의 영역 2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선은 두괄식으로 시작해 글피티로 정리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글 PT는 기획서를 바로 쓰기 전에, 결론-근거-요청의 구조로 핵심을 글로 풀어내는 작성의 방식이다. 글로 정리하다 보면 불필요한 설명이 줄고, 빠진 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며, 논리의 비약을 교정할 수 있다. 이번 칼럼은 근거자료 표기와 필력과 설득에 대한 이야기이다.
1. 근거자료 표기의 중요성
여기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선의 영역에서 흐름을 꿰어냈다면, 그 주장은 반드시 근거자료와 함께 가야 한다. 수치와 사례, 공식 보고서의 인용은 설득력을 강화하는 장치다.
“참여자가 적다”보다 “참여자 수 15명, 인근 기관 평균 40명의 37.5% 수준”이라고 표현할 때 설득력이 커진다.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심각하다고만 말한다”보다 “2023년 환경인식 조사에서 70%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행동 실천율은 25%에 그쳤다”라고 제시할 때 주장의 힘이 배가된다.
2. 선의 완성 – 필력과 설득
선의 영역의 마지막은 필력이다. 필력이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하고 매료되도록 표현하는 힘이다. 기획의 내용, 인사이트, 문제 정의가 아무리 훌륭해도 글로 담아내는 힘이 부족하면 설득은 약해진다. 같은 내용을 쓰더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설득의 순도는 달라진다.
글 PT는 기획서를 쓰기 전의 밑그림이다. 밑그림이 아름다울수록 본 그림도 완성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다듬어야 할 것은 ‘표현’이다. 읽을 때는 더 자연스럽게, 들을 때는 더 극적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다듬어진 글은 상대방이 이야기의 문장에 매료되도록 한다.
그렇다면 필력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역기획(逆企劃) 연습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작성한 기획서를 역으로 분석해 본다. 만약 기관의 선배가 쓴 “노인 고독사 예방사업” 기획서를 역으로 분석해 본다면?
먼저 문단마다 핵심 문장을 추출한다.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공적 책임이다.”라는 문장이 기획 전체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이 문장을 중심으로 근거(통계·사례), 해결책(주민 조직화·모니터링), 요청(행정 지원)이 배열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거꾸로 해부하면, 좋은 기획서가 어떤 구조로 설득을 만들어내는지 눈에 들어온다.
역기획은 필력을 키우는 구조적 독해 훈련이다.
2) 좋은 문장 익히기
환경부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는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일상에서 체감되는 생활 위기다”라는 문장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 문장을 자신의 필요나 상황에 맞게 바꿔본다.
예) “사회적 고립은 특별한 경우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 일상 속에 드러나는 생활 문제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장 구조가 몸에 밴다.
좋은 문장을 익히는 훈련은 필력을 키우는 언어 감각 연습이다.
3) 글 PT 무한 반복
신규 사업 제안, 갈등 해결, 주민 설명회 등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짧은 글 PT를 반복 작성한다.
신규 사업: “이 사업은 청년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갈등 해결: “현재 갈등의 본질은 예산 분배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부재다. 따라서…”
주민 설명회: “이 프로그램은 어르신의 고립 문제를 줄이는 ‘인사 프로젝트’입니다. 근거는…”
이런 식으로 상황을 바꿔가며 글 PT를 무한 반복하면, 어떤 주제에도 결론–근거–요청 구조로 글을 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 PT 반복은 필력을 키우는 실전 훈련이다.
결론적으로, 필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역기획은 구조를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문장 익히기는 표현 감각을 키우며, 글 PT 무한 반복은 논리와 설득을 몸에 새긴다.
기획자가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적용해보고 숙련성을 높이면, 단순한 논리 정리를 넘어 사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기획에 좋은 글(필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훌륭한 기획에는 반드시 좋은 글(필력)이 있다.
댓글
댓글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