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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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한테 전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괜히 먼저 전화했다가 귀찮게 여길까봐. 그냥 끊습니다"
"동네에서도 누구랑 이야기를 할까 싶어도...내가 예전같지 않다는걸 아니깐...그냥 말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주 듣게 되는 이 말들 속에는 숨겨져 있는 의미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관계"라는 것인데요. 그 관계의 실마리가 끊어진 자리에 자라나는 수치심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많은 어르신 분들은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외롭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 더 살펴보면, 단절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졌다고 느끼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관심가져야 하는 감정도 "나는 더이상 사회의 일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난 다른 사람에게 짐만 될 뿐이다"는 수치심 일 수 있습니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단순한 부끄러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누군가와의 관계, 즉 연결의 고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젊은 시절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다른 누군가를 돌보았던 위치에 있던 노인이 돌봄을 받아야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인식되는 순간, 감정의 균형은 무너지게 됩니다.
그때 가장 빈번하게 느끼는 것이 " 나는 누군가에게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긍정적 의미로 다가오지 않기에 자신에게 반복되는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 보내게 됩니다. 즉, 이러한 생각은 우울감, 무기력, 위축감으로 이어지면서 정신건강의 침체를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적인 거리만이 아니며, 실제 가까운 거리에 가족, 이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단절이 깊어지면 노인은 ' 더이상 나눌 말이 없다(할말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특히, 퇴직 후, 자녀독립, 배우자 사별과 같은 인생의 전환기를 경험하는 노인일수록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고 두려워지게 됩니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 같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관계조차 어렵게 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과 만남을 하고 싶어도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방법을 몰라서 포기했다"라는 고백은 단순히 개인의 역량의 문제라기 보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수치심인데. 이 수치심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노인들이 우리에게 자주 " 괜찮다", " 나는 그런거 없어"," 익숙해서 괜찮아"등의 표현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언어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의미와 다르게 "작은 말투", " 눈빛", "몸직 안에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심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제거합니다. 즉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가 간다고 해도 접근이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수치심은 관계의 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을 통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존중의 언어로 시작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어르신 괜찮으셨어요?"라고 표현했다면 "어르신 많이 기다리셨죠, 저도 어르신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따뜻하고 진심어린 언어의 표현을 통해 관계의 문을 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는 실패보다는 안전한 관계로 인식하기 입니다.
어르신이 기억을 잘 못해도, 말이 느려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안전한 관계다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요즘 커뮤니티 케어라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사실상은 안전한 관계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지역이던, 병원이던, 시설이던 그건 중요한게 아닌 것 같습니다.
셋째는 표현의 방법을 다양화 하기 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표현의 방식이 다양하여 그림, 음악, 상담, 회상 등 다양한 형태의 과정을 통해 어르신이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표현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많아져야 합니다.
넷째는 실천현장에서의 관계 중심 질문하기 입니다.
"어르신 요즘 돌봄은 어떻게 받고 계세요?"라는 질문 보다 "요즘 어르신하고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은 어떤 분이세요?"와 같은 관계 중심의 질문이 어르신의 내면을 더욱 깊게 살펴보기 좋습니다.

이렇듯 수치심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수치심은 침묵속에서 자라고 관계는 말하는 순간 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어르신들을 위한 한마디, 한 표정 안에 부재와 회복의 가능성이 함께 숨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치료의 문제가 아닌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관계가 단절되고 수치심이 높아지기 쉬운 추석 명절,
일상의 관계가 단절된 어르신에게 관계의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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