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경제 탐구와 생활 By 김춘광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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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톱 하나일 뿐인데...
일주일에 동네 문화회관에서 주3회 수영을 합니다. 얼마 전, 여느때처럼 수영을 하던 저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습니다. 턴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차게 벽을 차는 순간, 각도가 어긋나면서 벽의 모서리를 차게 됐고, 그 순간 가운데 발가락의 발톱 부위에 망치로 발가락을 맞은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내 멈춰서 발을 들어보니, 가운데 발가락의 발톱이 빠질 듯히 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수영은 할 수가 없어서, 급히 수영장을 나와 나름의 응급 조치를 했습니다.
순간적인 통증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에 찾아온 변화들이었습니다. 한쪽 발의 발톱 하나가 들려서 다친 것 뿐인데,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즐기던 달리기는 당연히 불가능했고, 수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다친 왼쪽 가운데 발가락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고, 조금이라도 신발이나 다른 곳에 닿으면 찾아오는 통증에 몸의 균형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한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고, 곧이어 허리까지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작은 발톱 하나가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평소라면 가운데 발톱의 존재 자체를 의식한 적이 없었습니다. 눈에 띄지도 않고, 특별히 신경 쓰지도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하나의 통증이 온 몸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다른 부위에 고통을 가져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작은 발톱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2.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의 가치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경우 눈에 띄는 것들에 관심을 더 집중합니다. 화려한 성과를 내는 팀,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부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관리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반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구성원들은 관심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죠. 마치 제 가운데 발톱처럼 말입니다.
평소에는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걸을 때마다, 뛸 때마다, 균형을 잡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그런 존재들이 있습니다. 조직 안에도 이런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총무팀에서 사무용품을 관리하는 직원, 시설을 점검하는 관리자, 회계 장부를 꼼꼼히 기록하는 담당자, 이른 아침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을 먼저 와서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그런 분들 아닐까요?
3. 작은 조직, 작은 부서의 역할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을 보면, 대규모 시설이나 유명 법인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지역사회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습니다. 정부 지원이나 후원금 배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곤 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사업부서가 주목받는 동안, 지원 부서들은 뒤에서 묵묵히 일합니다. 하지만 인사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인력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재무팀이 흔들리면 조직 전체의 안정성이 위협받습니다. 이들은 마치 가운데 발톱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바탕이 되어주는 존재들 입니다.
4. 균형이 깨지니까 보이는 것들
발톱 하나가 빠지고 나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것이 단순히 발가락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걸음걸이가 바뀌면서 무릎에 무리가 갔고, 무릎을 보호하려다 보니 허리까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작은 부분이 전체 시스템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구성원이 떠나거나, 한 부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나갑니다. 처음에는 해당 업무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팀의 업무가 지연되거나, 전체적인 업무 흐름이 틀어지거나, 조직 전체의 성과나 사기가 저하되는 일들이 발생됩니다.
5. 조직 경영에서의 교훈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직 경영을 생각해 봅니다. 우선, 눈에 띄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부서나 구성원은 없습니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꾸준히,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이야말로 조직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입니다.
그리고 건강은 전체적인 균형이 잘 맞춰졌을 때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조직 내에 스타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각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그리고 서로가 균형있게 역할을 감당할 때,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했다면, 화려하고 눈에 띄는 성과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작은 활동들도 가치있게 여기는 평가제도와 문화의 구축이 필요해 보입니다.
발톱은 천천히 다시 자라나고 있습니다.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몇 달이 더 걸리겠지요. 그만큼 저는 평소에 당연하게 여겼던 '걷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신체 부위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지 절실히 깨닫고 느끼고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당연한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오늘도 우리 조직을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는 것 아닐까요?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있기에 조직의 건강성이 확보되는 것 아닐까요?
가운데 발톱처럼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 바로 우리 조직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는 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나요?
그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존중을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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