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 사회사업 By 김세진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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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진행한
'현장 중심 사회복지 전문가 양성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원고로 작성했습니다.
현장 중심 사회복지 전문가 양성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 토론문
김세진,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
1. 사회복지학이 당사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정비가 혁신의 출발점
사회복지학은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 시절 전문성을 ‘사회복지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고, 당사자는 문제와 결핍을 가진 존재’라는 틀로 설정했습니다. 이것이 오랜 세월 고착되었습니다. 의료체계에서 의사를 만나면 누구나 환자로 규정되듯,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순간 당사자는 ‘결핍을 가진 사람’으로만 규정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관점은 당사자를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만들고, 전문가 중심의 개입과 ‘처치’ 중심 실천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 문제 중심 평가, 의존적 서비스 제공, 당사자 자주성 축소 등 구조적 문제가 교육과 실천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교육 커리큘럼 전체가 문제 중심으로 모이게 하는 구조적 배경을 만듭니다.
당사자는 ‘문제의 집합체’가 아니라 ‘맥락을 가진 강점의 존재’입니다. 지금 현장 사회사업은 이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당사자는 어려움을 경험하는 동시에 그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낼 수 있게 만든 강점과 자원, 관계망, 경험, 태도, 의지를 함께 지닌 존재입니다. 또한 당사자의 문제에는 그 나름의 이유와 맥락, 환경적 요인, 관계적 조건이 있습니다. 문제 중심으로만 바라보면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의 핵심 자원을 놓치게 됩니다.
‘사회복지교육의 혁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그 출발점은 무엇보다 ‘대상론의 전환’ 즉 ‘사회사업에서 인간관’이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의 결핍만을 보는 전문가가 아니라,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지닌 잠재력을 함께 발견하고 조율하며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실천가입니다.
“당사자는 문제도 있지만 강점을 지닌 존재이며, 대부분의 문제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충분히 해결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사회복지학 교육이 출발한다.”
이 관점이 바르게 세워질 때 교육 내용, 실천 모델, 평가 기준, 실습 경험이 비로소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2. 사회복지교육의 혁신은 ‘현장 기반 핵심 이론’의 정비에서 시작
현재 사회복지학 이론 체계는 방대하고 산만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핵심 이론을 붙잡고 실천하는 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사회복지학이 ‘핵심 실천 이론’을 명확히 정립해오지 못한 데서 비롯됩니다. 교육에서는 많은 이론을 배우지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게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핵심 이론이 없다기보다, 사람을 돕는 전체 맥락 속에서 그 이론의 연결과 활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실무자들은 당장 손에 잡히는 기술(테크닉)이나 잔재주 수준의 방법을 차용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듯합니다.
또한, 어려운 학술 언어가 이론의 실천적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이론을 설명하는 언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난해합니다. 문제는 이론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론을 설명하는 말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론 구성에 현장의 언어·맥락·상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 결과 이론이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장은 이론을 외면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회복지학의 핵심 이론 부재는 실천을 기술 중심으로 흩어지게 합니다. 핵심 이론이 없으면 실천은 자연스럽게 기법 중심, 프로그램 중심, 단기기술 중심으로 흩어집니다. 사회복지사는 자기 실천을 설명하거나 점검할 기준과 언어를 갖지 못해, 결국 실천은 경험적으로만 흐르게 됩니다. 이는 실무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론이 실천의 무게를 지탱해주지 못한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현장 기반으로 핵심 이론을 재정비하고, 말이 쉬워지길 바랍니다. 현장의 경험과 리듬을 반영한 실천 중심 이론의 정비, 몇 가지 핵심 이론을 중심축으로 삼는 교육 커리큘럼의 재구조화, 학술 용어에서 벗어난 이해와 사용이 쉬운 현장 언어로 이론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기대합니다. 이 또한, 사회복지학이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핵심 이론도 정비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돕는 사회복지학의 언어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말들이면 좋겠습니다.
3. 사회복지교육 혁신의 핵심은 ‘평가제도의 대전환’입니다
‘평가’는 현장의 지향과 실천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바탕입니다. 평가 방식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구조입니다. 현장은 지금의 평가 방식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실무자로 요구하고, 학교 교육은 그런 요구에 들어맞게 학생을 지도하려 합니다. 따라서 평가는 단순히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실무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구조적 요인이 됩니다. 실무자의 일은 평가 기준을 향해 모이고, 기관의 방향 또한 평가에 따라 조정됩니다. 따라서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겁니다.
현장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교육에서 사용하는 이론은 오래되고 박제화 되어 있습니다. 평가 역시 현장의 실제 맥락과 속도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전·사후 평가 중심 평가는 (주로 1년 단위의) 단기간 변화와 수치화 가능한 결과만을 인정하며, 복잡한 인간 삶과 지역사회 변화의 본질을 단순화하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과 지역사회의 변화는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사람과 지역사회의 변화는 대부분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으며, 어떤 변화는 수 년, 십수 년에 걸쳐 축적됩니다. 장기적 변화, 관계적 변화, 지역사회 기반 변화는 현재 평가 체계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결과 현장은 실제 필요한 일보다 평가에 보여주기 쉬운 일을 우선하게 되고, 사회복지 고유의 역할은 약화됩니다.
혁신적 변화는 평가 방식 변화 없이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새로운 이론과 실천을 현장에서 펼치려면 그에 맞는 평가 방식이 반드시 따라와야 합니다.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실천이 바뀌지 않고, 실천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도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평가는 대학이 어떤 사회복지사를 양성할지까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평가 방식이야말로 사회복지 혁신의 중요한 열쇠입니다. 이를 손보지 않고는 어떤 혁신적 변화도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4. 사회복지교육은 ‘배움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으로
현재 사회복지학 교육과정은 지식을 ‘재료’로만 제공하고, 이를 통합해 완성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실무 역량을 과목으로 분절해 나열합니다. 학생들은 각 과목의 지식과 기술을 배우지만, 그 배움을 어떻게 통합하여 실제 사람을 돕는 실천으로 만들어내는지 경험하지 못한 채 졸업합니다. 교육은 재료만 제공하고, 그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과정이 없습니다.
다른 전문 교육에서는 ‘작품·포트폴리오·종합실습’이 필수이나, 사회복지는 빠져 있습니다. 미술대학을 예로 들면, 드로잉·조형·색채학·미학 등 다양한 기초 과목을 배우고, 마지막 학년에는 졸업 작품으로 전체 배움을 증명합니다. 건축·디자인·간호·교육 등 대부분의 전문 교육에서도 종합 실습과 포트폴리오 과정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학 교육에는 ‘사람을 돕는 작품’을 만들어보는 단계가 부재합니다. 사회복지 현장 실습은 운영 방식도 문제이지만, 시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4학년에는 ‘통합실천을 설계·서술·발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장은 개별·집단·지역사회, 상담·정책·평가 등 다양한 영역이 분절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작동합니다. 현재 현장은 관점과 방법론이 결합된 통합실천을 요구하지만, 대학에는 통합 이론도, 통합적 실천을 훈련하는 과정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4학년에는 실제 지원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이 그동안 배운 과목을 어떻게 활용해 사람을 돕는지 설계하고, 글과 발표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배움을 실천으로 완성하지 못한 교육은 ‘죽은 지식’이 됩니다. 통합적 실천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은 현장에서 ‘배웠지만, 어떻게 사람을 도울지는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교육이 자격증 취득이나 학점 이수 중심으로만 작동하고, 실제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지식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지 못합니다.
사회복지교육은 재료로서의 과목 나열을 넘어, 배움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교육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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