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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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반려동물의 일상을 바꾸는 시대 ― 펫테크가 열어주는 새로운 돌봄의 풍경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과 관련된 기술 개발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사료나 용품 중심의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로봇, 센서, 생체인식, GPS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돌봄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애완동물”에서 “가족”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그들을 어떻게 돌보고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술이 반려동물 돌봄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사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차분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건강을 더 세밀하게 살피는 기술들
반려동물은 인간의 언어로 자신이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지를 표현할 수 없어서 작은 신호를 읽어내기 위해 보호자는 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호자가 정성스럽고 세밀하게 반려동물을 관찰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의 펫테크는 이런 ‘관찰의 부담과 부정확함’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AI 기반 엑스레이 분석 기술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영상 패턴을 비교해 미세한 이상까지 감지합니다. 과거에는 수의사의 경험에 강하게 의존하던 부분이 이제는 데이터 기반 판독으로 보완되면서 조기 진단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부 사진 몇 장, 산책 영상 몇 초만으로도 피부질환이나 관절 문제의 가능성을 추정하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도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심박 변화, 수면 주기, 활동량, 스트레스 지수처럼 이전에는 감으로만 짐작하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보호자는 앱을 통해 변화를 그래프로 확인하고 “오늘은 평소보다 덜 움직였네” 같은 미묘한 차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더 잘 지켜줄 수 있으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돌봄을 받는 존재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연구결과 소개
최근 Arshad 외 연구진은 개·고양이를 중심으로 AI가 반려동물 돌봄 전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정리한 방대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AI가 단일 영역이 아니라, 건강 모니터링, 행동 관찰, 급여 시스템, 기생충 진단, 인공지능·로봇·가상 반려동물, 수의사 지원 시스템, 모바일 앱까지 반려동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먼저 AI·머신러닝·딥러닝 같은 기본 개념을 간단히 정리하여 소개 한 뒤, 이런 알고리즘이 실제로 반려동물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설명합니다. 방사선 사진, 혈액검사 결과, 전자 의무기록, 보호자의 앱 사용 데이터, 영상 속 행동 패턴처럼 다양한 자료가 AI의 ‘학습 재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질과 양, 그리고 누가 어떻게 데이터를 관리·해석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논문의 두 번째 축은 “AI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돌봄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건강 모니터링에서는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거나 방사선 영상에서 심장질환·폐질환을 빠르게 찾아내는 시스템들이 소개됩니다. 수의사가 직접 눈으로 판독하던 영역에 AI가 ‘두 번째 의견’을 더해주는 구조입니다. 행동 모니터링에서는 가속도 센서나 자이로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또는 천장 카메라·깊이 센서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자세와 움직임, 분리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의 징후를 파악하는 시도가 소개됩니다. 보호자가 눈으로 계속 화면을 지켜보지 않아도, 이상 행동이 감지되면 알려주는 구조입니다. 급여와 영양 관리에서는 체중, 활동량, 수면 패턴, 배변 상태, 장내 미생물 정보까지 종합해 자동으로 급여량을 조절하거나 비만·대사질환 위험을 낮추려는 연구가 소개됩니다. 사료 급여를 단순한 “밥 주기”가 아니라, 건강 관리의 핵심 도구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기생충·감염병 진단에서는 현미경 슬라이드를 사람이 직접 오래 들여다보며 알과 유충을 찾던 기존 검사 방식에 AI를 접목해, 자동으로 슬라이드를 읽고, 기생충·미생물을 구분하고, 개수까지 세주는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숙련된 분석가가 없는 상황에서 특히 의미가 큽니다.
인공지능·가상·로봇 반려동물 또한 흥미로운 영역입니다. 알레르기, 돌봄 능력, 주거 환경 등의 이유로 실제 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로봇 강아지·고양이·아기 물범 같은 존재가 정서적 지지와 교육·치료적 효과를 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이나 시설 거주자에게 쓰이는 치료용 로봇도 이런 흐름 안에 있습니다. 모바일 앱과 챗봇에서는 코 주름·얼굴 인식으로 신원을 확인해주는 앱, 사진만으로 피부·눈 질환 가능성을 알려주는 앱, 고양이 표정을 분석해 통증 정도를 추정하는 앱, 반려견 훈련을 도와주는 AI 코치, 간단한 상담을 도와주는 AI 챗봇 서비스 등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설명: AI가 반려동물 돌봄 전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정리한 최근 논문의 첫 장.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34528825002504
이 논문이 흥미로운 점은, AI를 반려동물의 삶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보다, ‘연구와 현장이 함께 다듬어야 할 도구’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편향, 검증되지 않은 상용 서비스, 설명하기 어려운 딥러닝 모델의 특성, 비용과 접근성의 문제 같은 여러 한계를 솔직하게 짚으면서도, 잘 설계된 AI는 동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실제로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연구들은 지금 우리가 현장에서 보고 있는 펫테크 흐름이 단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반려동물 돌봄의 구조 자체를 천천히 바꾸고 있는 하나의 큰 줄기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지키는 기술의 확장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반려동물이 혼자 보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술은 보호자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에 장착된 카메라나 스마트 홈 장치는 반려동물이 갑자기 불안해하거나 이상 행동을 보였을 때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필요하면 보호자가 음성을 전달해 안심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주인과의 접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1인 가구에서 이런 기능은 상당히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감정 분석’ 기술도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표정·자세·소리 패턴을 분석해 스트레스 상태를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완성도 높은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미 여러 기업과 연구자들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 자동급식기, 체중·배변 정보를 기록하는 화장실, 원격 놀이 로봇 등은 반려동물의 일상을 더 세밀하게 균형 잡아주고, 보호자에게 “함께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합니다. 기술이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돌봄의 리듬을 함께 만들어 가는 셈입니다.
안전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술들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상황은 보호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갑자기 겁을 먹고 뛰어가는 고양이, 집 밖으로 나온 길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는 강아지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흔합니다. GPS 기술에 AI를 결합한 시스템은 반려동물이 특정 구역을 벗어나는 순간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냅니다. 평소 산책하던 길이나 집 주변 반경을 설정해두면 방심한 순간을 기술이 대신 챙겨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코 주름 인식 같은 신기술은 실종 동물 찾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개마다 고유한 코 주름 패턴을 AI가 인식해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은 보호자가 반려견과 떨어지게 되는 상황에서 수색과 확인 시간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동물복지의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안전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영역이고, 기술은 이 영역에서 점점 더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기술과 관계의 경계에서.....
이처럼 펫테크는 많은 부분에서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삶을 돕고 있지만, 기술이 애착과 관계의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손길, 목소리, 눈빛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작은 반응 하나에 위로와 기쁨을 얻습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기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불안한 순간에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존재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오히려 기술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장치’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지?”,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이 줄었네?” 같은 작은 의문을 기술이 함께 살펴주고, 보호자는 그 신호를 바탕으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돌봄의 영역이 기술과 사람의 협력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애초에 반려동물을 더 잘 돌보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 때로는 반려동물을 오래 혼자 두거나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입니다. “기기가 밥도 챙겨주고, 카메라도 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누적되면, 기술은 반려동물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보호자의 죄책감을 완화하는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려동물 돌봄 펫테크는 인간의 돌봄을 대신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돌봄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보완해 주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결국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기기가 아니라, 그 곁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려 하는 보호자의 태도일 것입니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필요한 고민들
기술이 반려동물 돌봄의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보호자에게 고르게 도달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입니다. 이 지점에서 사회복지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지역사회는 단순히 기기 보급을 넘어, 기술을 통해 반려동물 돌봄이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술 접근이 어려운 보호자를 위한 사용 교육과 설치 지원이 필요합니다. 고령 보호자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펫테크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기의 기능을 설명하고 설치와 기본 조작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기술의 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펫테크 기기를 구매하기 어려운 가구를 위해 대여 서비스나 공공형 펫테크 지원도 고려할 만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 급식기나 활동량 모니터링 기기를 일정 기간 무료로 대여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저소득·독거 보호자를 대상으로는 반려동물 돌봄 상담이나 기술을 활용한 정보 제공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안전 알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주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기술이 위험 신호를 알려줄 수는 있어도, 그 이후의 판단과 행동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실종 위험이 높은 가구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모니터링 장치나 실종 예방 장치를 공공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지역 차원의 중요한 보호망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반려동물을 지역사회가 함께 살피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만 넘겨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돌봄을 확장할수록 사회는 그 기술을 특정 계층에만 머무르게 두지 않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반려동물 돌봄을 개인의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돌봄의 일부로 바라보는 관점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
펫테크는 반려동물의 안전·건강·일상을 돕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기술은 반려동물의 하루를 읽어내고,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며, 보호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AI가 더 정교해질수록 맞춤 돌봄, 질병 예측, 실시간 모니터링이 한층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사이의 유대(human animal bond)입니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곁을 지키고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결정을 함께 고민하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 준비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기술은 울타리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힘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서 나옵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돌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 기술이 더 많은 보호자에게 이롭게 작용하도록 사회가 촘촘하게 준비하고, 그 속에서도 돌봄의 본질을 잃지 않는 태도를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사회복지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참고자료
KBS 뉴스. (2025). 아핫 AI – 반려동물 펫테크 관련 보도.
The Frontier. (2025). CES 2025, 펫테크의 새로운 흐름.
KT Enterprise. (2024). 반려동물 헬스케어 DX 스토리: AI 기반 건강관리 기술.
브런치 매거진. (2024). 반려동물과 테크의 결합: 신기술이 여는 펫케어의 미래.
Arshad, M. F., Ahmed, F., Nonnis, F., Tamponi, C., Scala, A., & Varcasia, A. (2025).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ompanion animals: Perspectives on digital healthcare for dogs, cats, and pet ownership. Research in Veterinary Science, 10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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