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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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요즘 마음은 어떻습니까?
일상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가운데 "마음이 허전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유독 많습니다.
그 허전함은 단순히 시간이 많거나 외롭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사람의 손길'이 오래전부터 끊겨 있다는 데서 시작되는 허전함이죠.
예전에 방문 상담을 갔던 한 어르신은 "살다가 이렇게 손 한번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질 줄은 몰랐어" 하고 조용히 웃으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 말이 그저 외로움의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압니다.
그 말에는 몸이 기억하던 따뜻함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상실이 마음의 생기를 조금씩 빼앗아 간다는 고백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요.
노년기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우울, 불안, 인지 저하, 고립감 같은 '마음의 증상'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의 증상들은 종종 감각의 결핍, 그중에서도 촉감의 결핍과 깊이 얽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손을 잡히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숨이 고르게 조절되며, 마음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 반응은 과학적으로도 '옥시토신' 분비와 관련되어 스트레스를 낮추고 불안을 진정시키는 기본적인 생리 반응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학적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이 '기본적 반응'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 치매를 앓는 어르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어르신… 사람의 손길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약 봉지, 안전 센서, 알람 소리가 일상을 채웁니다.
디지털 기기들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노인의 몸은 점점 덜 만져지고, 말 그대로 '감각적으로 고립'되어 갑니다. 노인의 관계의 상실은 정서적 고립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촉감이 줄어들면 정서적 세계는 훨씬 더 취약해집니다.
표정 변화에 예민해지고, 작은 갈등에 쉽게 움츠러들며, 때로는 이유 없는 불안이 몸을 파고듭니다. 특히 치매가 있는 어르신에게는 촉각 자극이 초조, 혼란, 불면 같은 행동 증상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자주 확인합니다.

<영상출처: AI 생성 이미지(제미나이)>
손을 잡아주면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등을 천천히 문질러 드리면 말수가 줄던 어르신이 오히려 차분히 말씀을 건넵니다.
우리는 종종 '마음은 마음으로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노년기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가장 빠른 통로가 몸일 때가 많습니다.
마음을 터치해주는 것과 같은 노인과의 작은 접촉이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일이며, 그 존재감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줍니다.
촉감이 부족한 노인은 정서적 고립뿐 아니라 우울, 불안, 낮은 자존감, 신체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노인이니까 기력이 없어진 것'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어쩌면 기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따뜻한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르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정신건강 지원은 큰 제도가 아니라 작은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손을 잡아주는 일, 어깨를 토닥이는 일, 침묵 속에서 함께 앉아 있는 일. 그 작은 감각이 노인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노인의 정신건강을 이해하려면, 마음만 보지 말고 몸의 언어도 들어야 합니다.
'촉감'이라는 오래된 감각이 다시 살아날 때, 마음은 비로소 외롭지 않을 힘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연말에 우리 만나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작은 터치를 전해주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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