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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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어쩌다 선임주무관 현장가이드북」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강의와 토크쇼 형식으로 모습을 알리게 되었다. 사실 이름처럼 어쩌다 보니 세월에 밀려, 일에 밀려, 그 밖에도 다양한 상황에 밀려 동행센터 선임이 되었던 여러 선임들의 중구난방 현장 이야기들은 우리들만의 일은 아니었기에 공감대 형성이 쉬웠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이 책의 타이틀을 정할 때 제목으로 여러 가지 후보 안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임주무관들을 슈퍼맨이나 히어로와 같은 스타처럼 묘사한 제목에는 역시 투표할 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난 그저 어쩌다 보니 선임이 되었는데 동주민센터에서 내가 마치 히어로인 양 모든일을 진두지휘 하며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일하지는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집필하면서도 이 책이 과연 자치구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들 속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있을지, 또한 선임주무관이라는 자리가 과연 한 권의 책으로 설명될 만큼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솔직히 확신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우리 공공영역의 사회복지현장은 늘 빠르게 변하고, 전담공무원의 일상은 대부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 선임주무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나서야 알게 되는 무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관계의 어려움들, 그리고 조직이라는 구조 속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일을 하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고민들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집필했던 책이 세상에 나오고 북콘서트가 무사히 끝나고, 작년에 참석하지 못했던 이들의 염원 덕분에 다시 한번 북콘서트 형식의 교육이 지난 11월 2차례에 걸쳐 진행되게 되었다. 올해 이 강의에 참석했던 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 덕분에 비로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임주무관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하루가 쉽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내고 있음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이 에세이집은 몇 명의 집필진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서울시 자치구 동주민센터에 속한 모든 선임주무관들의 기록이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있는 이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더 뿌듯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첫 강의가 있었던 날, 객석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잠시 놀랐던 것 같다. 대부분이 각 자치구에서 온 선임주무관들이었고, 서울시 복지재단 관계자나 시청 실무자들이 몇 자리씩 자리했었다. 명동에서 ‘마명동 팀장님’의 특유의 유쾌하고도 통찰력 있는 슈퍼비전 강의와 「어쩌다 선임주무관」을 집필한 집필진과 노수현대표님이 원팀으로 진행한 북콘서트 가 후반부를 채웠다. 오랜기간 공공 사회복지 현장에서 함께 일해 온 여러 선임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나 지금 하고자 하는 말들을 지지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도 내심 있었던 것 같다. 서로의 얼굴이나 이름은 몰라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버텨온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분위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
무대에 올라 첫 질문으로 “선임주무관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선임주무관은 치트키다”라고 대답했다. 현장에서 선임주무관들은 막히는 순간마다 방향을 잡아주고, 틀어질 것 같은 일을 다시 굴러가게 만드는 숨은 카드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답변에 박수쳐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 객석을 채운 선임주무관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동안 각자가 겪어온 시간 들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 있었다. 후배를 챙기던 순간, 민원 앞에서 마음을 다잡던 날들, 사례 관리 대상자 가정을 붙들고 고민하던 기억들이 서로의 표정 위에서 겹쳐지는 것 같았다.

<그림출처: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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