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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신건강이야기12- 고립은 감정이 아니다(관계망이 무너질 때 시작되는 노인의 정신건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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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고 한해가 다 지나가기 시작하면, 흔히 외로움을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허전함 정도로 여기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현장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쓸쓸함과 허전함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분들이 겪는 고립은 ‘느낌’이 아니라 삶의 구조가 무너지는 경험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서울시에서 지속적으로 사회적 고립을‘관계망의 단절, 일상기능의 약화, 위기상황의 중첩’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도 아마 이러한 현장의 상황을 대변하는 목소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녀와의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인 분,
몸이 아파 걷는 속도가 느려지자 자연스레 동네 모임도 나가지 않게 된 분,
생활비가 부족해 병원 가는 일을 미루는 분…


이들의 공통점은 ‘감정적 외로움’이 아니라 생활의 틈이 벌어지고, 그 틈을 메꿔줄 관계가 사라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고립은 노인의 삶에서 조용하게 시작되며, 
며칠씩 누구와도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고,
집 안에서만 생활해도 별문제 없어 보이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그 상태가 길어지면 마음 안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생각의 방향이 좁아지게되고,
만나지 않으면 감정이 굳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스스로를 돌보는 감각도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정신건강이 조금씩 무너지는데,
문제는 당사자조차 그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노인에게 고립은 건강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아플 때 아프다는 말을 할 상대가 없으면 병원 방문이 늦어지고,

식사 챙기기가 어려워지면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이런 변화는 다시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고립은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장기간의 고립 상태가 누적된 결과로 고독사하는 노인들의 소식들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 실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고립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관계망이 붕괴된 상태라는 사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과 대비되는 혼자 앉아있는 할아버지 모습 이미지<출처: AI 생성 이미지 (제미나이)>


만나고, 부탁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며,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해’라는 말 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과연 그렇다면 지역사회 실천현장에서 어떻게 고립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정신건강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연결’을 회복하는 일은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것이며, 가장 효과적인 개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
대화를 나눌 상대, 일상을 함께 건너는 느슨한 관계 하나가 고립의 고리를 끊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삶의 구조가 무너지는 고립의 상태에 빠지는 노인에게 필요한 건, 큰 행사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닐 때가 많으며, 집 앞에서 함께 걷는 산책, 네 카페에서 나누는 잠깐의 인사,

주민센터에 들러 내가 괜찮은지 확인받는 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연결들이 쌓일 때
고립은 ‘감정’이 아니라 ‘상태’라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고립은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니며, 그렇기에 혼자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2025년이 저물어가는 시기에 노인의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길은 사람 사이의 끊어진 다리를 다시 놓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 다리는 아주 작은 인사에서도 다시 만들어질 수 있으며,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먼 곳에서 찾기보다 평소에 연락하지 못했던 노인이 된 부모님과 친척 분들에게 회복의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2025년을 지나기전 연결의 다리를 만드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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