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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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한 해를 돌아보면, 무엇보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바로 ‘불안’입니다.
2025년을 처음시작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한해가 저물어 가면서 우리들은 2025년 내내
경제, 건강, 기후, 직장, 인간관계… 어느 분야 하나 마음 편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분명한 사실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 사이의 불안의 크기와 깊이는 극명하게 달랐다는 점입니다.
이 차이는불안 격차이며, 단순히 마음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제도·소득·건강·관계·거주환경·직업 안정성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생기는 구조적 간극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불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과, 불안에 압도되는 사람의 차이는 속도감 있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 곧 생존력과 미래 기회의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2025년 한해동안, AI가 일상을 바꾸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변화를 흡수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며, 반대로 시간·교육·자원이 있는 사람들은 AI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기회를 잡기도 하였습니다.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의 차이가 기술 격차, 나아가 소득 격차로 연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며,
경제적 불안도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같은 물가 상승, 같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누구는 적금을 깼고, 누구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고,누구는 투자 손실을 혼자 견디다가 삶 전체가 무너질 뻔했던 한해였습니다.

<출처: AI 생성이미지(제미나이)>
이러한 불안 격차는 정신건강 격차로 이어지게 되며, 관계의 차이가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불안이 찾아올 때 곁에서 함께 흔들려줄 누군가가 있는 사람과 불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고립되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나는 괜찮아”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고립은 이 시대의 또 다른 위험이 되었으며,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불안 격차는 현장에서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작은 위기에도 빠르게 도움과 정보를 연결해 나갔지만, 누군가는 도움을 요청하는 법조차 몰라 더 큰 위기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불안에 압도된 사람일수록 행동력이 떨어지고, 행동력이 떨어질수록 더 고립되고, 고립은 다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 악순환은 2025년 한해동안 가장 깊고 조용한 그림자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보던 오래된 관점을 벗어나야 합니다.
불안은 “잘 견디는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자원·경제적 기반·관계망·정신건강 접근성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는 매년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맞게 될 것입니다.
둘째, 사회복지는 이제 단순한 위기 개입을 넘어불안 관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상담, 금융조정, 생활교육, 관계 회복, 지역 연결까지 심리적 안전망과 사회적 안전망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셋째, 불안 속에 있는 사람을 조용히 감지하는 ‘현장의 감수성’이 중요합니다.
불안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보다 조용히 무너지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우리의 감수성의 필요성을 나타냅니다.
사회복지사는 조용함을 읽어내는 직업입니다. 이에 목소리가 크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타내는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조용함을 통해 관찰하는 자세를 익혀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누군가는 혼자 불안에 잠식되지 않도록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는 점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마음의 무게가 너무 달라져 버린 지금,
사회복지는 그 간극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2026년에는 불안의 크기보다
서로를 붙잡아 줄 연결의 힘이 더 큰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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