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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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항해사들은 망망대해에서 별을 의지하여 운항을 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북극성이죠. 북극성이 항해에 도움되는 이유는 명확한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북극성은 항상 일관된 방향을 알려주기에 진북(眞北, True north)이라고 합니다. 북극성을 찾는 방법은 매우 쉽습니다.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모양의 두별 사이의 거리만큼 약 5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입니다. 북극성을 찾게 되면 방향을 알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항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바다의 어디 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수 있어야 합합니다. 이런 이유로 북극성 외에 또 하나의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바로 수평선입니다.
망망대해에서 선박의 위치를 측정하려면 두 가지의 기준점인 북극성과 수평선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북극성이 보일 정도면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때문에 수평선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수평선이 보일정도로 환해지면 북극성은 사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극성과 수평선을 관측하여 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가 있습니다. 태양이 뜨기 전, 희미한 빛이 하늘과 바다에 머무르는 새벽 시간대가 있는데 이를 박명(薄明, Twilight)이라고 합니다. 실제 항해 박명((Nautical Twilight)의 시간은 선박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0분 정도라고 합니다. 그 시간대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골든 타임은 15분 내외입니다. 이 시간 안에 항해를 위한 측정을 해야 합니다.
북극성은 가장 어두운 밤 시간대에 가장 빛납니다. 사명도 조직이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밝게 비추어주는 방향입니다. 조직에서는 사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사명은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방향성이자 진북입니다. 사명이 없다면 목적이 없는 것이며 목적이 없기에 목표도 없습니다. 목적과 목표가 부재하니 의사결정이 그때그때마다 달라집니다. 일은 하지만 진전이 없습니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일의 동기가 저하됩니다. 사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사명이 명확히 있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조직에서 사명과 비전을 만들어도 일이 진척이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항해에 비유하자면 사명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현재 위치를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의 현재 위치란 '사회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직이 정확히 알고 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조직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가 조직의 북극성인 사명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이 수평선입니다. 수평선은 선박에서 바라 본 바다가 하늘과 만나는 경계선입니다. 바다에는 넘실대는 파도가 있고 하늘에는 태양과 별이 있습니다. 조직의 수평선이란 조직이 머물고 있는 사회와 조직의 나아갈 사명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입니다. 그런데 이 경계선이 여러 내외부의 격랑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명은 알고 있으나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조직이 많습니다. 이제 조직에게도 박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의 박명의 시간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할 때입니다. 존재 이유인 사명은 있으나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해결되기 원하는 문제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조직이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위치를 모르면 역할을 모르게 되고 목적과 목표도 무용지물입니다. 우리 조직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때 사명과의 거리, 목표의 측정, 목적의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해결할 문제를 발견할 때야 비로소 조직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그 때가 바로 박명의 시간인 것이죠.
어느 조직은 박명의 시간에 북극성과 수평선을 발견해 목적한 곳으로 나아갔고 또 어떤 조직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박명의 시간은 언제 올까요? 항해는 어스름한 새벽정도로 가늠할 수 있겠지만 조직에서는 그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조직의 위치를 모르다보니 구성원들의 역할이 애매모호해 집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박명의 시간은 기다린다고해서 오지 않습니다. 조직에서의 박명은 시간배열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찾아내는 것입니다. 해결할 만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상상할 때 시작됩니다. 상상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지역으로 찾아다녀야 합니다.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공감해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찾아올 것입니다. 마침내 해결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만나게 된 것이죠.
그때가 박명의 시간입니다. 조직의 사명과 해결해야 할 문제인 수평선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조직의 위치가 명확해지는 시간입니다. 이제 목적지를 향한 항해가 시작됩니다. 조직의 항해란 방향성이 되어주는 북극성인 사명, 시시때대로 변하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게 해주는 수평선들, 그리고 박명의 시간의 연속입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들이고 이 모든 것은 항해일지에 기록됩니다. 네 맞습니다. 한번 방향이 정해졌다고해서 북극성을 확인하는 일을 거를 수는 없습니다. 발견된 문제가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문제의 발견도 거를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길을 잃어 망망대해에서 표류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조직의 역사로 기록되어야 하며 구성원들의 의식 안에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조직의 서사(敍事), 내러티브(Narrative)라고 합니다. 조직의 서사는 어쩌면 절제의 기록입니다. 사명을 이루기 위해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박명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내려놓고 기다리는 반복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절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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