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모이는 힘 : 사회복지현장 효과적 주민조직화 지렛대 By 강정모
-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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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함정: 질(Quality)보다 양(Quantity)이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
심리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명저 <예술과 두려움(Art & Fear)>에는 무척 흥미로운 도자기 수업 실험 사례가 등장한다. 한 교사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채점 기준을 제시했다. A그룹에게는 그들이 만든 도자기의 총 무게를 측정해 성적을 주겠다고 공표하며 오직 '양'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B그룹에게는 학기 말에 제출할 단 하나의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만 평가하겠다고 하며 최고의 '질'을 강조했다. 학기가 끝날 무렵, 과연 어느 그룹에서 최고의 걸작이 탄생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결과는 사뭇 놀랍다. 가장 높은 미적 완성도를 보여준 우수한 작품들은 모두 '양'을 추구했던 A그룹에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B그룹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이론적 고찰에 매몰되어 흙조차 제대로 만지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을 때, A그룹은 끊임없이 흙을 뭉치고 빚으며, 때로는 망치고 깨뜨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들은 무수한 실패의 연습 속에서 손끝의 감각을 익히고 실력을 몸으로 체득했다. 이는 결국 양적인 축적이 질적인 도약을 이끌어낸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를 입증한다.
사회복지 현장의 진실: 이해와 실천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러한 도자기 수업의 교훈은 사회복지 현장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무언가를 머리로 이해하는 영역과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며 연습하는 영역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어 시험에서 백 점을 맞는 것과 실제 회화 능력이 별개인 것처럼, 지식의 습득이 곧 실천적 숙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많은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이론이라는 파편화된 '점'을 지혜라는 넓은 '면'으로 확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연습(선)'의 과정이다. 우리의 삶과 성장은 점, 선, 면의 단계를 거치며 펼쳐진다. 여기서 점은 이해의 단계이고, 선은 연습의 과정이며, 면은 비로소 구성되는 지혜의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주민 복지의 이론을 머리로 배우는 것은 종이 위에 점을 찍는 일이다. 이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다시 풍성한 면으로 확장되려면 도자기 실험의 A그룹처럼 지속적인 연습, 즉 '양적인 시행착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단한 지혜의 성벽: 승리보다 값진 실패의 모르타르
특히 갈등과 변수가 빈번한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승리하는 연습뿐만 아니라, 기꺼이 지는 훈련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지혜라는 견고한 면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승리의 벽돌만 쌓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성과로만 높게 쌓아 올린 벽은 작은 시련의 바람에도 허망하게 무너지기 쉽다. 반면 패배와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은 벽돌과 벽돌 사이를 끈끈하게 메워주는 모르타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단단한 시멘트가 채워질 때 비로소 우리 삶의 지혜는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면을 이루게 된다.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실패를 껴안는 '낙법'의 가치
인생의 '도약 역량'만큼 중요한 것이 '삶의 낙법'이다. 넘어질 때 부러지거나 다치지 않는 연습은 주민조직 현장의 사회복지사와 참여주민 모두가 경험하는 과정이다.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은 이러한 낙법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올리브의 가족은 각자의 목표에서 좌절을 맛본 낙오자들의 집합체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올리브의 어린이 미인 대회 입상을 위해 낡은 버스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난다. 대회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가족들은 무대 위에서 올리브와 함께 망가지며 그 실패를 온몸으로 껴안는다. '이기는 연습'에만 매몰되었던 이들이 '함께 잘 지는 법'을 연습하는 순간이다. 이 실패의 경험은 가족이라는 면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지혜가 된다. 사회복지사는 주민들과 함께 이처럼 '안전하게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주민조직화 사업은 단순히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이 각 생애주기에 필요한 '삶의 연습'을 수행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https://hottracks.kyobobook.co.kr/media/dvd/detail/S000050930216 / 사진출처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Little Miss Sunshine, 2006
https://www.youtube.com/watch?v=yrlpcXnBBMI
어린이와 청소년: 놀이를 통한 승패의 수용
아이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올챙이처럼 입을 뻥끗거리던 큰아이가 어느덧 부모의 발보다 커지고, 막내는 말대꾸를 하는 까칠한 녀석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놀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다. 문제는 오늘날의 아이들이 제대로 노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과거 세대가 향유했던 잣치기, 사방치기, 땅따먹기, 딱지치기 등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선다. 주민조직화 안에서 제안되는 어린이 놀이 프로그램은 '연습'의 장이다. 아이들은 '규칙이 있는 경쟁과 협동'이 설계된 놀이를 통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규칙을 지키지 않고, 놀게 되면 설사 이겨도 친구들을 잃게 되고, 패배했을 때 분노하지 않고 '져도 괜찮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한다. 몸을 움직이며 우울을 날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는 연습으로는 놀이만 한 것이 없다. 이러한 '실패 연습'은 청소년기 이후 마주할 수많은 경쟁 사회의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된다.
중년과 노인: '죽음 연습'을 통한 삶의 자유
중년과 노년기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조직화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마무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네카는 "죽음 연습은 곧 자유 연습이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즉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지 배운 사람은 삶의 사슬에서 자유로워진다. 노인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을 설계하고, 죽음을 금기시하는 대신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체득해야 할 '최종적인 낙법'이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하며, 우리를 감금하는 집착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을의 어른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러한 연습을 거친 주민 조직은 어떤 위기 앞에서도 당당하고 평온한 공동체의 지혜를 발휘한다.
사회복지 현장 사례: 실패를 관리하며 일궈낸 주민 자조 모임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실패의 연습은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추진한 주민 주도의 '마을 공유 부엌' 사례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운영 주체 간의 갈등과 소통 미숙으로 사업 종료 위기에 처했다. 이는 명백한 패배의 징후였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성과 지표에 급급해 사업을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았다. 대신 주민들과 함께 실패의 원인을 투명하게 분석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 '패배의 연습' 기간은 주민 조직을 더 끈끈하게 만드는 접착제가 되었다. 결국 이 모임은 갈등 관리 능력을 갖춘 가장 단단한 주민 조직으로 성장했다. 실패를 견디고 관리한 시간이 진정한 지혜의 면을 만든 것이다.
현장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연대와 응원
사회복지 종사자, 특히 주민들과 마을에서 부대끼는 지역복지 담당자들의 노고는 깊다. 성과라는 벽돌을 높이 쌓는 데만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지는 연습이 주민과 활동가 모두의 실천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여러분이 겪는 모든 시행착오는 주민 조직을 지탱할 시멘트를 배합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낙법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각자의 생애에서 필요한 실패를 연습하도록 돕는 여러분의 고단한 시간은 결국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의 면이 될 것이다. 현장의 모든 도전과 그 과정에서의 거룩한 실패를 진심으로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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