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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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언제 동물을 바라보기 시작했을까
사회복지의 경계에서 다시 읽는 동물보호법의 역사
사회복지는 늘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고 발전해 왔습니다. 빈곤, 질병, 장애, 노령, 아동과 여성 문제를 거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실천이 축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회복지 현장에서 ‘동물’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자주 호출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 가정폭력 피해자와 함께 보호받지 못하는 반려동물, 재난 상황에서 구조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동물들, 그리고 학대와 방치의 경계에서 반복적으로 고통받는 생명들입니다.
동물복지는 이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는 언제, 어떤 이유로 동물을 바라보기 시작했을까요.
개인의 선의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동물보호의 출발점은 언제나 개인의 연민이었습니다. 19세기 유럽에서 말과 소 같은 노동동물이 과도한 채찍과 방치 속에서 쓰러질 때, 일부 시민들은 그 장면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둘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동물학대 방지 운동과 반생체해부 운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822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 관련 법은 동물을 사랑하자는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잔혹한 행위를 사회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국가의 개입 선언이었습니다. 이후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설립되고, 미국에서도 ASPCA가 만들어지면서 동물보호는 점차 조직적 시민운동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동물보호 논리가 아동보호 논리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동은 부모의 사적 소유물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ASPCA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는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동물보호의 언어가 사회적 약자 보호의 언어로 확장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동물복지가 사회복지의 역사와 분리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동물보호의 출발: 개인의 연민에서 사회 규범으로
동물보호의 출발점은 오랫동안 개인의 연민이었습니다. 19세기 유럽에서 말과 소 같은 노동동물은 도시와 농촌 경제를 떠받치고 있었고, 과도한 노동과 학대, 방치가 일상처럼 반복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이것은 한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 문제로 끝낼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동물학대 방지 운동이 ‘공공의 문제’로 발화한 출발점입니다. 같은 시대에 생체해부를 둘러싼 윤리 논쟁과 반생체해부 운동도 펼쳐졌습니다. 인간의 지식과 편의를 위해 타 생명에게 허용되는 고통의 한계를 다시 묻는 흐름이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동물보호는 단지 ‘좋은 마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가 공유하는 규범과 제도의 언어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은 입법으로 구체화됩니다.
2. 영국: 세계 최초 입법과 시민운동의 제도화
(1) 1822년, “잔혹함은 금지된다”는 첫 선언
1822년 영국 하원에서 아일랜드 출신의 하원의원 리처드 마틴이 말, 노새, 당나귀, 소, 양 등에 대한 잔혹하고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통과되었습니다. 흔히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 관련 입법으로 언급되는 사건입니다. 이 장면의 핵심은 ‘동물을 사랑하자’가 아니었습니다. 잔혹 행위는 사적 영역에 두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사 표시였습니다.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폭력의 경계를 법이 긋기 시작한 것입니다.
(2) 1824년, RSPCA의 등장: 선의에서 조직으로
1824년 영국의 아서 브룸은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를 설립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동물보호가 개인의 산발적 행동을 넘어 조직적 운동으로 자리 잡습니다. 당시 RSPCA가 내세웠던 메시지에는 흥미로운 문장이 있습니다. “당신의 힘이 RSPCA의 힘입니다(Your might is the RSPCA might).” 이는 단체의 힘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가 모여 제도적 힘이 된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동물보호는 ‘누군가 착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책임지는 일’로 이동합니다.

사진 출처: RSPCA https://www.rspca.org.uk/whatwedo/whoweare/history
(3) 1911년, 「Protection of Animals Act」: 선언에서 집행으로
20세기 초, 영국에서 「Protection of Animals Act(1911)」가 등장합니다. 이 법은 잔혹 행위를 폭넓게 다루며, 동물학대를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관리와 예방의 문제로 다루는 근대적 틀을 선명히 합니다. 단순히 때리는 행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방치, 부적절한 취급, 지속되는 고통을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법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동물보호는 도덕의 언어를 넘어 집행과 책임의 언어로 자리 잡아 갑니다.
3. 미국: 동물보호가 ‘약자 보호’의 논리로 확장되다
영국의 흐름은 미국에서도 이어집니다. 1865년 런던을 방문한 헨리 버그는 이 운동에서 큰 영향을 받았고, 1866년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를 설립합니다. 여기서 사회복지의 역사와 닮은 장면이 나타납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관성이 강했고, 아동학대는 ‘가정 내부의 일’로 취급되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ASPCA는 아동학대 관련 재판에서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국가가 사적 영역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 논리의 출발점에 ‘동물보호’가 있었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1875년 헨리 버그가 미국아동학대방지협회를 설립한 흐름은 이런 연결을 보여줍니다. 보호의 논리는 대상을 바꾸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가 역사적으로 걸어온 길 역시 그랬습니다. 동물보호의 역사도 ‘폭력과 방치의 사적 영역’을 공적 책임으로 옮겨오는 과정이었습니다.
4. 독일: 처벌 조항에서 연방법으로, 그리고 ‘책임의 구체화’로
독일 역시 동물보호 법제의 역사가 깊습니다. 1871년에 이미 동물을 학대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형법에 들어갑니다. 이는 동물학대를 단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놓기 시작한 움직임입니다.
1933년에는 동물학대 금지와 동물실험 규제를 다루는 법이 제정됩니다. 보호의 시야가 가정이나 거리의 동물만 향하지 않고, 실험 영역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그리고 1972년에는 연방법 차원의 동물보호법이 제정됩니다. 이후 지속적 개정을 거치면서 인간에게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보호할 책임을 구체화해 갑니다. 이 흐름은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동물보호는 단발성 규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5. 현대 동물복지의 기준: ‘동물의 5대 자유’와 책임의 언어
현대 동물복지의 핵심 원칙으로 ‘동물의 5대 자유(Five Freedoms)’가 자주 언급됩니다. 이 원칙은 1965년 영국 정부가 산업화된 사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동물의 고통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브램벨 보고서에서 출발합니다. 보고서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존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후 1979년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가 이를 다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합니다.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굶주림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둘째,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셋째, 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넷째,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다섯째,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입니다.
이 목록은 흔히 ‘동물의 권리’로 소개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해석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인간이 동물에게 지켜야 할 의무를 설명하는 기준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자유는 동물이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허용됩니다. 이 점에서 5대 자유는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입니다.
6. 한국: 국제 압력에서 출발해 ‘관리 책임’ 중심으로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국제사회가 한국의 동물학대 문제를 강하게 문제 삼는 흐름 속에서 제정 추진이 본격화됩니다. 외교와 무역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학대 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 필요성이 정책 과제로 등장합니다. 그 결과 1991년 1월 8일 정부 제출 형태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됩니다. 제정 당시 12개 조항이었던 법이 2024년에는 101개 조항으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사회 인식과 제도 요구가 어떻게 누적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최근의 변화는 특히 분명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때리지 말라’는 금지의 언어를 넘어, ‘관리 책임’의 언어로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과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법상 동물학대에 포함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 규정도 제시됩니다. 이는 학대가 폭행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이 명확히 밝힌 장면입니다.
또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보호시설 운영자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고 시설 및 운영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선의만으로 운영되던 보호가 제도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온 변화입니다. 소유자가 사육을 포기한 동물을 지자체가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등장했지만, 장기 입원이나 군 복무 등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무분별한 인수를 막도록 설계했습니다. 동물실험 기관에는 전임 수의사 의무 배치가 요구되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감독 기능도 강화됩니다. 반려동물 관련 영업 역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는 영역이 생기며, 무허가·무등록 영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됩니다.
이 변화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회는 동물보호를 선의에 맡겨두지 않고, 책임을 규정하고 집행하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7. 지방정부의 역할: 서울시 사례가 주는 메시지
제도는 법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실질이 생깁니다. 이 점에서 서울시의 사례는 상징성이 큽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관람·체험·공연 동물 복지 기준’을 선포하고, 시 소속 동물원과 공원부터 즉시 적용했습니다. 해당 기준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물복지 원칙이 명시되고, 동물의 구입부터 사육 환경, 복지 프로그램, 영양과 적정한 수의학적 치료, 안전 관리, 동물복지윤리위원회 운영까지가 포함됩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한 TF 구성과 시민토론회를 통해 기준을 다듬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정책이 ‘선언’에서 멈추지 않도록 운영 구조를 함께 설계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정책에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은 늘 중요했습니다. 동물복지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현장 기준과 집행이 따라가지 못하면 제도는 공백을 남깁니다. 지방정부의 기준 선포와 실행은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복지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동물복지는 왜 사회복지의 언어로 읽혀야 할까요
동물복지 제도와 법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사회복지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동물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법은 점점 더 분명한 방향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감정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법적 책임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노인,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1인 가구, 동물과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 지지를 얻는 취약계층을 고려할 때 동물복지는 사회복지의 주변부로 남기 어렵습니다. 특히 학대와 방치는 개인의 성격 문제로만 다루기 어렵습니다. 고립, 스트레스, 돌봄 부담, 경제적 압박이 겹치며 위험이 커지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는 동물에게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지역사회 안전, 공중보건, 갈등 관리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복지는 언제나 사회가 외면해 온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시선이 이제 인간 너머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 준다면, 이는 사회복지가 마주해야 할 새로운 질문입니다. 동물복지는 그 질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선택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점점 더 ‘책임’이라는 단어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동물복지의 법제사는 ‘책임의 역사’입니다
영국의 초기 입법과 시민단체의 등장, 미국에서 약자 보호 논리로의 확장, 독일에서 처벌 조항에서 연방법으로 이어지는 흐름, 브램벨 보고서와 5대 자유라는 국제 기준, 한국에서의 법 제정과 조항 확대, 그리고 지방정부의 실행 기준 마련까지. 이 모든 흐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동물보호는 개인의 선의에서 시작해 사회 윤리로 확장되고, 법 제도로 정리되며, 국가 책임으로 굳어집니다.
이 지점에서 동물보호법을 ‘동정의 산물’로만 이해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됩니다. 동물보호법은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책임의 기준을 역사적으로 축적해 온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축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사회복지 실천과 정책이 이 흐름을 읽고, 현실의 취약성과 갈등을 함께 다루려 할 때 ‘복지 속 동물’이라는 주제는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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