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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신년(新年)에 본 전년(前年)] - 02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 리더십
  • 과업중심
  • 관계중심
  • 성과
  • 이정표
  • 나침반

해마다 새해가 되면, 조직의 전년도 성과를 정리하고, 새해에 달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합니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올해는 유독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이 남다릅니다. 작년 한 해 수많은 성과를 달성했고, 나름 대내외적으로 인정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새로 시작된 신년에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며, 지난 한 해의 경험이 던져준 교훈을 찾아 신년의 방향과 동력으로 삼고자 합니다.

 

두 가지 리더십의 충돌: 과업 중심과 관계 중심

 

지난해 조직 내에서 새로운 부서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결성되었고, 각 구성원들의 경력과 나이 그리고 경험을 고려하여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그 조직의 리더는 똑똑하고 부지런했지만, 오로지 성과와 문제 해결을 향해 직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성과 없는 회의, 결과 없는 노력을 혐오하였으며, 구성원들에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성과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것 역시 관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유형을 리더십 이론에서는 관계보다는 과업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서 과업중심 리더십으로 정의합니다.

 

반면, 조직 내에는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존중, 감정 같은 것들이 좀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과만큼이나 성과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존중, 공감, 그리고 서로의 감성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입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서로의 관계가 단단해야 일의 동력도 생기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형을 리더십 유형에서는 관계중심 리더십유형이라고 합니다.

 

성과를 이루고 얻은 마음의 피폐함

 

심리학이나 경영학의 일부 연구에서는 과업 중심 리더가 관계 중심 리더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시간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과업을 강조하고,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좋은 방법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결국 사람이 조직을 떠나거나 남아있는 구성원들도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들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작년에 우리 조직은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초창기에 함께 웃으며 아이디어를 내던 팀원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던 주도성은 사라졌고, 그저 다그침을 피하기 위한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업무 태도만이 남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이었던 전문가 조직이 어느새 전혀 의견을 내지 않고, 단지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동적 조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조직의 문제점은 팀원 개개인의 역량이나 성과의 총합이 리더의 역량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월등히 초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느 조직이나 성과가 중요합니다. 과업 중심 리더십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산인 사회복지 현장과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구성원이 영혼 없는 수행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이 있을까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도 관계를 배제한 과업 중심의 성과주의가 조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이는 결국, 조직의 내부 에너지를 고갈시켜 더 큰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하기 십상입니다.

 

2026년의 질문: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새해를 맞이한 지금,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조직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들의 모임이고,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곳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 성과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직의 토양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나 사회적경제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파트너십은 결코 성과를 포기한 온정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과를 낼 줄 알면서도, 그 성과가 사람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는 리더십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사람과 사람의 깊은 신뢰, 존중, 배려위에 쌓이고, “온전한 관계위에서 성과를 이루어 나갈 때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과업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함께하는 동료의 감성을 세심하게 고려할 줄 알고, 문제 해결만큼이나 관계의 회복탄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관계없는 성과보다는 관계라는 토양위에 성과라는 열매를 이루길..

 

사회복지사와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은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내부의 관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외부로 향하는 사회적 가치가 온전할 수 없습니다.

 

2026년 한 해, 여러분의 곁에 과업의 수치와 함께 사람의 온기를 살필 줄 아는 구성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저는 성과라는 결과물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의 마음을 먼저 묻는 리더이자 동료가 되려고 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오로지 목표 지점만을 가리키는 차가운 이정표가 아니라 함께 걷는 이들의 안전과 행복까지 담아내는 따뜻한 나침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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