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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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번아웃이라고 합니다.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발생하는데요, 번아웃이 가장 많이 보고되는 분야는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돌봄직종입니다. 돌봄직종은 그 특성상 정서적인 소진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신체적으로도 소진이 많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생산직 라인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더 많은 번아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정노동에 관한 보고서에는 돌봄노동직의 번아웃이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언듯보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때에만 집중적인 신체 노동이 필요할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런데 돌봄노동은 부가적으로 만들어진 일들이 많아서 24시간 쉴 틈이 없이 돌아갑니다. 부가적인 신체노동이 많아진 이유는 많은 일을 해야 사회로부터 중요한 사람이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봄노동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순노동,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으로 치부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일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니 양을 늘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가적인 많은 일들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중요한 일들은 예전의 가치와 동일합니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을 더 많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요해 보이기 위한 일들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일을 만들어냅니다.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노동의 본질, 일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일들도 많이 만들어 냅니다. 어려운 단어를 만들어내고 어려운 절차를 만듭니다. 자신의 일을 사회적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수단이 앞서고 목적이 흐릿해져 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일이 서류업무입니다. 돌봄노동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약자 분들이 대상이기에 돌봄에 의해 좋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결국 노동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서류업무입니다. 이러다보니 본질인 돌봄은 사라지고 수단인 서류업무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립니다.
사업계획서와 평가서, 보고서들을 만들어냅니다. 오늘날 돌봄노동 조직에서 가장 효과성에 의문이 드는 부서는 전략부서입니다. 그리고 마케팅 부서입니다. 돌봄의 노동시장은 비경쟁적이어서 마케팅의 효과성이 크지 않습니다. 조직의 생존을 가늠하는 전략도 그다지 중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책적 결정에 의해 보조금 등으로 운영이 되므로 비전략적이어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들 부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사회로 부터 조직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어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서이지만 이들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는 돌봄직이 부족해집니다.
쓸모 없는 일, 심지어는 그 일을 하는 사람조차도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블쉿 잡(Bullshit Jobs)'이라고 합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가 창시한 개념으로, 무의미한 일들로 인해 전체 사회와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블쉿 잡에는 다섯 가지의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시중(Flunkies)'으로써 상사의 지위를 돋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의전업무, 과시업무입니다. 둘째는 '깡패(Goons)' 입니다. 타인과 경재사를 위협하는 일을 합니다. 셋째는 수선(Duct Tapers)입니다. 조직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가리는 일을 합니다. 임시방편으로 땜질을 합니다. 넷재는 과제 할당자(Taskmasters)입니다. 일을 시키려고 회의를 소집하고 일을 시키면서 자신의 존재를 들어냅니다. 다섯번째는 서류 업무 전문가(Box-tickers)입니다. 돌봄노동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불슂 잡입니다. 서류를 만드는 것이 목적 자체가 되어버린 일입니다.
불쉽 잡은 쓸모없는 일들입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조직에서 블쉿 잡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람들은 안전한 일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눈에 보이는 일이고 남들에게 드러나는 일입니다. 블쉿 잡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안전합니다. 안전한 일은 실패가 없습니다. 일은 돌아가고 조직에서 인정은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사람의 정서를 황폐화시킵니다. 사람이 일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합니다. 많은 일을 해내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일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는 인정될 수 없습니다. 불쉿 잡에 의해 의미를 잃어가는 돌봄노동은 번아웃된 것이 아니라 보어아웃되었습니다. 감정노동에 의해 소진된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상실하여 소진되었습니다.
소진의 이유가 번아웃이었다면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고 압박감을 낮추는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돌봄노동을 하는 조직은 과도한 업무량이나 압박감이 높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번아웃되었다고 인식하죠. 돌봄노동은 보어아웃입니다. 수단이 되어버린 잡일을 버리고 일의 목적을 찾아내는 솔루션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첫쩨, 불필요한 서류업무를 없애거나 간소화해야 합니다. 특히 보여주기 위한 서류는 무의미한 일입니다. 둘쩨, 역할을 재정립합니다. 조직에서 꼭 해내야 하는 일, 그 일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었을 때 의미가 생깁니다. 셋째, 권한을 부여합니다.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결정할 것들이 더 많아질 때 사람은 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합니다. 넷째, 일을 잘 해내기 위한 의견을 모으고 그 일을 더 잘 해 낼 수 있도록 권한을 소통합니다.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누군가가 내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의미를 되새기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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