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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신년(新年)에 본 전년(前年)] - 03 고쳐 쓸 것인가, 바꿔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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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에 오래 사용했던 물건은 기존의 것을 바꾸기 보다는 수리를 해서라도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지속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완전히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익숙함을 쉽게 내려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것을 유지한 채, 조금씩 고치고, 덧붙이는 방식으로 그 익숙함을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리 고쳐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치는 과정 자체가 더 많은 비용과 피로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알면서도 교체를 미루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상태를 마치 정상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든 고쳐서 계속 쓰고 싶었던 나의 물안경!

 

몇 번 언급했듯이, 집 근처 체육회관에서 일주일에 2~3회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을 하면서 필수품 중 하나인 물안경을 최근 몇 년간 큰 문제(?) 없이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영을 할 때마다 렌즈에 김이 서리기 시작했습니다. 물속 시야가 흐려졌을 뿐만 아니라 물 밖에서도 시야를 가리는 불편함이 반복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발라 보았고, 물안경 끈을 조여 얼굴에 더 밀착시키거나 하는 등의 조치들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나중에는 안티포그액이라고 하는 김서림 방지용 용액까지 별도로 구입해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한느낌은 있었지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매번 수영을 할 때마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했고, 그 불편은 점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그 불편함을 관리하는 것이 수영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편을 견디다 못한 저는 새 물안경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떻게든 고쳐서 계속 쓰고 싶었던 물안경을 내려놓고, 새것으로 교체를 한 것입니다. 그러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결과는 놀라울만큼 명확하고, 단순했습니다. 물속이 더 선명하게 보였고, 시야가 깨끗해졌고, 무엇보다 김서림에 대한 걱정 없이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와~ 물안경이 이렇게 잘 보이는 것이었나? 물속이 이렇게 밝고 깨끗했던가?”

 

특별한 기술이 생긴 것도 아니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지만, 마치 수영 실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그제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하지 않는 물안경 하나를 바꾸지 않고, 기존의 것을 사용하려고, 그간 얼마나 많은 불편과 부자연스러운 보완의 과정을 참고, 견뎌 왔던 것인가?”

 


조직에서도 반복되는 고쳐쓰기의 관성

 

이 같은 현상은 조직 내부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지속적인 지적과 문제 제기에도 행동이 바뀌지 않고, 태도가 개선되지 않고, 성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은 반복적인 수정, 보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지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고 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서 조직에 불편과 비효율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고는 합니다.

 

조직 내 관계에서도 유사한 현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주의를 주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해도 동일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반복되는 언행과 개선되지 않는 태도로 동료들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거나 동기를 떨어뜨리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충분한 개선이 가능한 업무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느라 더해지고, 더해진 추가 업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또는 지난 번에 요청했으니,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기대와 방치 속에 문제를 지속합니다. 그 사이 조직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계속해서 지불하고, 개인들은 소진되고, 불편은 누적되고, 비효율은 당연한 것으로 구조화되어 고착되어 갑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교체의 대상은 아닙니다. 간단한 수정 또는 수리로 원래 상태 또는 그보다 더 나은 상태로 돌이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너무 손쉬운 교체, 특히 사람을 단지 효율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태도는 분명 문제입니다. 조직은 기계가 아니고, 사람은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문제를 붙잡고, 우리 조직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교체그 자체가 아니라, 교체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알면서도 익숙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려는 바로 그 태도와 감정 그리고 고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적절한 교체의 시기를 놓치고, 그로 인한 비용과 노력의 증가를 감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쳐 쓸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이미 비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 판단을 미루는 사이, 구성원들은 지치고 조직의 에너지는 서서히 고갈됩니다.

 

결국, 때로는 완전한 교체가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이유입니다.

 


판단의 용기를 갖고, 한 발 나아가기...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체라는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개선이나 보완하는 것만으로 역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흐릿한 렌즈를 붙잡고 씨름하던 시간을 내려놓고, 선명한 시야를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내가 고쳐서 쓰고 있는 것은 고쳐서 회복 가능한 것인가, 이미 시점을 놓쳤는데, 그저 불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판단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기에 결정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올 한해는 마주하는 이나 사람’, ‘사물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보려고 합니다.

 

고쳐 쓸 것인가, 바꿔 쓸 것인가?“

 

때로는 완전한 교체가 답일 수 있음을 인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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