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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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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를 만든다.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어떤 사람이 푸념하듯 이야기 한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평생 쓸데없는 것들을 왜 배울까? 그냥 당장 쓸것들만 배우면 될텐데.” 


그의 말 덕분에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먼저 말한 사람의 의도는 당장 사용할 기술의 쓰임에 대한 갈급함이 있어 보이는 입장이라 생각된다. 어떤 사이트에서 “누구나 빠르고 쉽게 취득하는 사회복지사 2급 최단기 과정”을 보게 되었다. 윤리와 철학이나, 사회복지의 역사 따위보다 가장 돈을 덜 들여 가장 빨리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이런 사이트와 평생학습 과정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유지하는 것을 보면 그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사회복지사 자격증 뿐이랴. 번갯불에 콩구워 먹는 자격증이 참 많이 남발되고 있기는 하다. 이것이 대세라면 막을 힘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태도와 본질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 사람과 사회문제에 대해 관찰하고, 대화하는 시간, 비판과 대안을 만들어보고 그리고 행동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희망한다.  


배운 것이 쓸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단기간에 확답 할 수는 없다. 본인이 쓸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배운다면 학교의 과정도 그리 길게 다닐 이유를 찾을 수도 없다. 사냥을 예로 들어보면 사냥을 할 때 가장 쓸모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기를 쓰는 기술, 짐승을 쫒아가는 기술, 기다리는 기술, 동물을 포획하는 기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짐승을 잡아서 해체하는 기술 까지 다 사냥의 기술이 들어간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어떤 것은 쓸일이 있고, 어떤 것을 쓸일이 없을 수도 있다. 당연히 짐승을 해체하는 사람들은 짐승을 잡는 기술을 필요 없다. 잡아온 동물의 뼈와 가죽을 잘 분리해서 살덩이만 꺼내면 되는데, 굳이 짐승을 잡는 사람들의 기술은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냥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을 본다면 우리는 모든 기술을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그 맥락 안에 본인의 능력과 적성 그리고 그 중에 잘 하는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그게 본인의 전공이 되게 된다. 


모든 배움은 연결되어 있다. 사회복지도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기초학문에서부터 응용되어지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본질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나가야 하며, 그 배움을 현재화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수많은 시간의 학습과 실천이 언젠가 쓸모를 만들어낸다. 궁극에 맥락적 공부, 폭넓은 공부를 하게 되면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 쓸모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은 쓸모 없는 것의 반복에서 오는 결과일 수도 있다.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 중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쓰겠다." 링컨의 말이다. 

묵묵히 책을 보며 생각하는 일, 곰곰이 생각한 일들을 통해 쓸모 없는 짓을 시도해 보는 일, 이 반복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창의적 실천을 도전해 보는 일, 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하게 성장하게 된다. 실패를 통해서 얻는 교훈이 다음에 오는 실천을 완성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영역과 경계를 넘나드는 배움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욱더 다양한 통찰력(Insight)을 만들어줄 것이며, 그 배움을 통해 더욱더 단단한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실천 현장에서 편하게 지름길을 찾는 사람보다 ‘우보천리(牛步千里)’하는 이에게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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