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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생각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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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를 가든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변화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근거를 묻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기술이 커질수록 사회는 더 자주 결정의 기준을 따져야 하는 구조로 이동한다. 

나는 이 흐름을 인공지능 시대보다 생각하는 사회라고 부르고자 한다복지현장은 원래부터 생각의 현장이었다

사회복지사는 매일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험을 가늠하며, 보호와 통제의 경계를 판단한다.

다만, 그 판단이 제도 안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책임은 무겁게 요구되는데 판단의 권한과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장면을 현장은 반복해서 경험한다생각하는 사회를 말하려면, 이 모순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첫째, 생각하는 사회의 핵심 자원은 정보가 아니라 '해석'이다.
현장에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오히려 상담기록, 서비스 이력, 지표, 공문, 민원 같은 정보가 과잉으로 쏟아지면서 의미가 흐려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데이터를 더 수집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신호를 맥락 속에서 읽어내는 해석 능력이다.
반복되는 민원은 개인의 성격 문제로 축소되기보다 전달체계의 마찰과 제도 설계의 빈틈을 드러내는 경보로 해석될 때가 많다.
특정 시기에 특정 위기가 몰리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지역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는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
해석이 축적될 때 현장은 사후 대응을 넘어 예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은 정답을 말하는 능력보다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에서 확장된다.
현장의 문제는 점점 정답형이 아니라 판단형으로 바뀐다자격과 기준을 확인하는 질문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위험을 줄일 수는 없다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위험이 핵심인지, 어떤 조건을 바꾸면 위험이 감소하는지

소위 지원 이후 실제 선택지가 늘어났는지 같은 질문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질문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 현장은 

처리는 늘지만 변화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사례회의가 서류 점검으로 축소되고 슈퍼비전이 정서적 격려에서 멈출 때 

이 악순환이 강화된다위로는 필요하지만 위로가 다음 판단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현장은 같은 고통을 반복한다생각하는 사회는 복지조직 내부에 질문을 함께 다듬는 학습 구조를 요구한다.


셋째, 생각하는 사회는 고립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연결된 판단'을 요구한다.
현대의 위기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지만 해결은 한 기관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학교, 보건소, 고용, 주거, 주민조직, 가족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다.
그러나 연결이 많아질수록 책임이 분산되면서 책임이 사라지는 역설도 커진다.
우리는 여기까지라는 합리적 문장이 대상자의 삶을 빈틈으로 떨어뜨리는 순간을 현장은 여러 번 목격한다.
따라서 연계는 친분과 의욕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프로토콜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어떤 정보는 어디까지 공유하는지

위험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갈등은 어떤 원칙으로 조정하는지 같은 규칙이 보이지 않는 신뢰 인프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 신뢰 인프라를 실제로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주체는 현장의 맥락을 아는 사회복지사다.

여기까지가 생각하는 사회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이동하는 방향이다.
생각하는 사회가 사회복지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더 친절하거나 더 인내하는 태도가 아니다.
생각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판단의 질이다.


그러나 판단의 질은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판단의 질은 권한, 시간, 학습 구조, 협력 규칙 같은 조건 위에서만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생각하는 사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 네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사회복지사에게 판단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사례검토·디브리핑·슈퍼비전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선택이 아니라 업무의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기관 간 협력은 좋은 관계에 기대지 말고 원칙과 프로토콜로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평가는 증빙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
무엇을 했는지의 나열보다 무엇이 효과였고 무엇이 실패였는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남길 때 다음 현장이 덜 다친다.


사회가 생각하는 사회를 말할 자격을 갖추려면 복지현장이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을 창구로만 대우하면서 사회 전체의 성찰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술이 빨라질수록 사람의 삶은 더 단순해지지 않고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앞으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재정의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해석자이자, 질문 설계자이며 연결된 판단의 운영자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사고를 현장에 착지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생각하는 사회는 말로 오지 않고 현장의 판단이 존중받는 조건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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