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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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요청이 오는 강의의 주제는 대부분 막 인사 발령을 받고 읍면동으로 배치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상담이나 복지사각지대 발굴, 모니터링과 관련된 교육이다. 강의 제목은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교육의 출발점은 늘 비슷한 곳에서 시작된다. 신규직원으로 읍면동에 배치되었거나 인사 발령으로 구청에서 근무하다 동주민센터 근무를 하게 된 직원들이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단순히 새롭게 바뀐 제도나 지침이기 보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지(상담 기법 등 상담 실무),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위기를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 지에 대한 민감성에 관한 내용들이다.
동주민센터 복지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라면 고독사나 복지사각지대라는 단어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혹시 내가 담당하고 있는 복지 대상자에게 문제가 생겼는데 그 징후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견디기 힘든 위기 상황들이 지나가 버리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지는 않는 지에 대한 불안은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담당자들의 신경을 묘하게 거슬리게 한다. 이 불안은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공직에 막 들어선 신규 직원들 뿐 아니라 연차가 꽤 있는 선임들에게서 조차 이 질문은 늘 마음 한구석에 짐이 되어 남아 있다. 그래서 강의실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그 지점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복지사각지대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독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오래 고민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닿게 된다. 복지사각지대는 시스템이나 기타 행정 업무 중간에 먼저 신호가 포착되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관계의 순간에서 훨씬 더 자주 드러난다. 물론 현재의 복지행정 시스템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 행복e음 시스템을 통해 단전, 단수부터 통신비체납이나 노후긴급자금대부(실버론) 대출 내역 등에 이르기 까지 47종의 위기가구 발굴 정보가 주기적, 지속적으로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초기 상담까지 도입되면서 위기가구 발굴 체계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공공의 복지 행정은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시스템은 어려움에 처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 어려운 위기가구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2026 찾아가는보건복지 서비스안내 p.9 =>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질병・채무・고용・체납 등 의심가구 위기정보를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연계 확대)
그러나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47종의 위기 정보와 행복e음으로 연계되어져 발굴되는 위기 의심가구는 우리 주변의 실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숫자와 비교했을 때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체감으로 알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보다 오히려 동주민센터라는 공간, 그리고 주민과 행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의 상황이 더 먼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시작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질문이나 대화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복지 민원대를 찾아오신 적이 있었다. 수급자 증명서를 발급 받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지만 제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서류가 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자연스럽게 어르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복지상담 스크리닝으로 어르신의 건강, 경제, 가족 관계 및 기타 위기의 정황을 파악해 본 결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집세를 밀리게 되고 결국 집주인과 갈등이 발생해 법원까지 가게 된 상황이어서 수급자 증명서가 필요하셨던 것이었다. 만일 내가 그 어르신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단순히 증명서 발급만을 하고 돌려보냈더라면 어르신에게 필요한 긴급생계나 주거복지와 관련한 기타 지원 연계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 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림: Chat GPT AUTO 이미지 생성 -공공서비스관련 동주민센터 주거복지 상담 장면)
위의 예시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단순한 질문이, 그리고 내방한 민원인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르신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상담 기법이 사용된 것은 아니다. 또한 내가 전문적인 상담 기술을 구사하는 전문 상담 요원이었던 것도 아니고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을 했던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민원인이 신청한 서류 발급 절차 중에 간단한 질문 한 가지를 더한 것 뿐이었다.
복지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때로 바로 그 한 문장이다. 민원 처리가 끝나는 순간 대화도 함께 끝나기 쉽지만, 그 지점에서 질문이 하나 더 이어질 때 이들 대상자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들이 요청한 것은 서류 한 장 발급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긴 삶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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