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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활용기술 : 자꾸 끊기는 주민 회의, '토킹 스틱'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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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켜버린 목소리,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지금 제 말 안 끝났잖아요! 왜 자꾸 가로막으세요?" 주민센터 회의실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습니다. 복지관 '주 4일제 운영'에 따른 주민 서비스 공백 문제를 논의하던 중,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목소리가 한데 엉켜 고성이 오갔습니다. 1.5년 차 사회복지사 박소통의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한 주민이 말씀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주민이 자르고 들어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회의는 주제를 잃고 감정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박소통은 식은땀을 흘리며 중재하려 애썼지만, 이미 고조된 주민들의 기세에 목소리는 묻혀버렸습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집중해서 듣기보다, 내 말을 자른 상대에게 어떻게 반격할지 '자르는 포인트'만 노리는 듯한 주민들의 눈빛이 매서웠습니다. 건강한 토론은커녕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현장에서 박소통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베테랑의 한 수, 소유진 부장의 '마법 지팡이'

그날 저녁, 박소통은 주민 갈등 중재라면 산전수전을 다 겪은 15년 차 소유진 부장을 찾았습니다. 소 부장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박소통의 고민을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낡은 나무 막대기 하나를 꺼내며 입을 열었습니다. "박소통 쌤~ 회의할 때 가장 힘든 게 뭐에요? 내 말이 잘리는 거잖아. 내가 말하는데 누가 자르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상대가 말하는 내용은 들리지 않고, 오로지 '두고 보자, 나도 네 말 자를 거야'라는 생각뿐이게 되지요. 나도 아직까지 그래요~^^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토킹 스틱(Talking Stick)'이지요." 소 부장은 이 단순한 도구가 가진 힘을 설명했습니다. 막대기든, 인형이든, 마이크 모형이든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핵심은 '이걸 들고 있는 사람만 말할 수 있다'는 약속입니다. 소 부장은 덧붙였습니다. "박소통 쌤~ 이건 단순한 발언권 제한이 아니에요.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모두가 '경청'하게 만드는 마법이지요~"

 

폭풍 전야의 현장, 박소통 복지사의 승부수

다시 열린 주민 공청회 날. 박소통의 손에는 평소 쓰던 볼펜 대신 화려한 색깔의 마이크 모형이 들려 있었습니다. "주민 여러분, 오늘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토킹 스틱'이라는 규칙을 도입하겠습니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첫째, 이 마이크를 든 분만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둘째, 발언 시간은 공평하게 40초로 제한하며, 시간이 다 되면 다음 분을 위해 마이크를 중앙에 놓아주셔야 합니다. "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목소리 크기로 소문난 최 어르신이 찬성 측 이 씨의 말을 끊고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였습니다. 박소통의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겁이 나 입을 뗐겠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최 어르신, 잠시만요! 아직 이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계십니다. 우리가 맺은 약속 기억하시죠?" 합의된 규칙은 강력했습니다. 평소 거침없던 최 어르신도 박소통의 단호한 중재에 멈칫하더니 뒷사람을 위해 입을 다물었습니다. 박소통은 시간을 체크하며 단호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마이크를 회수해 테이블 중앙에 놓았습니다. "자, 이제 마이크가 비었습니다. 다음 말씀하실 분 누구신가요?"

 

맥락이 살아나고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장의 분위기는 놀랍게 변했습니다. 주민들은 마이크를 잡기 위해 앞사람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경청'의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으니 "네가 내 말을 잘랐지"라는 분노 대신, "아까 하신 말씀의 맥락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보완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정리하는 박소통에게 소유진 부장이 다가와 미소 지었습니다. "박소통 쌤~ 오늘 봤지요? 토킹 스틱은 단순히 말을 막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맥락을 이어준 거지요." 소 부장은 이 기법이 세계 곳곳의 갈등 현장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미국 카유가 부족은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통해 부족 간의 깊은 갈등을 해결해 왔습니다. '피스메이킹 서클'이라 불리는 이 전통은 현대 사법 체계에서도 '회복적 정의'의 모델로 쓰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의 고통을 경청함으로써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냅니다. (출처: Restorative Justice Online), 국내에서도 시흥시 주민자치회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장에서 이 기법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규칙을 합의함으로써 사회복지사는 '빅마우스'의 독주를 두려움 없이 제재할 수 있고, 소외되는 주민 없이 평등한 의제 도출이 가능해진 것이죠. (출처: 시흥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사례집)

우리 마을의 맥락을 잇는 따뜻한 지팡이

박소통은 오늘 회의에서 수거한 마이크 모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아니었습니다. 주민들의 갈라진 마음을 이어주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만든 '존중의 상징'이었습니다. 토킹 스틱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책상 위에 있는 펜 한 자루도 훌륭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말이 끝날 때까지 내가 온전히 기다리겠다'는 약속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현장에도 이 따뜻한 마법의 지팡이 하나를 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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