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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의 한걸음(참여)과 보통사람들의 느슨한 연결(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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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의 한걸음(참여)과 보통사람들의 느슨한 연결(협력)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애정 하는 곳이 있다. 인천 동구 배다리 책방골목. 

그 곳에는 일상의 편리함보다는 의도적 불편함을 즐기며(?) 공동체적 의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동네를 가꾸고, 동네일에 적극적 참여를 해가며 누구보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1년에 한 번 만나 양미리를 구워 먹는 아주 느슨한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작은 독립서점 주인의 이사 소식을 알게 되었다. 동네에서 이웃들과 지역주민들과 재미있게 운영되고 있었던 '나비날다책방'이 2026년 2월 말로 영업을 종료하며, 3월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인장의 <공간 구하기> 공지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사에 도움을 주고자 공간을 알아봐 주고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공짜로 공간을 주겠다는 분도 계시고, 더 깨끗하고 실용적 공간을 내어주실 공간도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계신데 주인장은 배다리를 떠나지 않고 근처 공간에 머물기로 결정하였다고 했다. 책이 만권 정도 되는데, 근거리(280미터)라 이삿짐센터를 부르긴 애매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엉뚱한 상상을 주인장에게 늘어놓았다. 


'기계적 도움없이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책을 옮겨보자는 것.


모두가 호탕하게 웃었다. 당연히 비웃음은 아니었고, 재밌겠다는 동의의 표현이었다. 그렇게 보다 의미 있는ᅠ공간 이전을 위한 궁리를 이야기 하다 나비날다책방 이사 프로젝트 <책나르샤>를 기획하게 되었다. 


“나비날다책방 이사는 어떠한 기계적 도움도 없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약 280미터의 거리에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책방을 이사하게 될 것입니다. 어떠한 형식과 절차 없이 모인 100명의 이사꾼들은 손에서 손으로 책을 이동하여 이사를 하게 됩니다. 서로의 자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서로 경험하게 되고, 자연스레 헤어지게 됩니다. 3월 26일 목요일 오후 2시 100명의 이사꾼들은 이날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상상 시나리오였고, 각자 아주 능동적으로 역할을 찾아서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필요에 따라 스스로 역할을 선택하였고, 판단의 근거는 개인이 했으며, 그 판단의 내용과 실천은 지속적인 공유를 했다. 또한 알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시도했고,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형식과 절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는 모두는 두 손, 두 발로 적극적 동참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 핵심이었다. 


물론 덥석 프로젝트를 궁리했지만 프로젝트 <책나르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궁금함이 있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낯선 사람들과 같이 할 때'에 느끼는 부담감을 줄이려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소외되지 않게 서로 돌봄이 있기를)

-대가 없는 노동'이 즐기는 축제가 되게 하려면?

(웃을 수 있는 재미와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의미 부여)

-가볍게 시작한 일'이 무거워지지 않게 하려면? 

(노동이 되지 않게 최소한의 책만 전달하게 하고, 간식의 즐거움도 한몫)

-한날한시에 150명'이 모이는 행사를 아무런 행정의 도움 없이 안전하게 끝낼 수 있을지? 

(기획단에서 자발적으로 알아서 깃발을 만들고, 말을 꺼낸 사람이 책임지고, 안전요원 역할을 하고)


드디어 이사날! 

온라인과 지역 언론을 보고 사람들이 모였고, 약속된 시간이 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예상인원 100명을 훌쩍 넘은 150여 명이 정말 모인 것이다. 마을 주민, 대학생, 휴가를 낸 직장인, 멀리 제주에서부터 파주까지, 그리고 30년 전 본인의 서점 이사 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되찾아온 여든 가까운 어르신까지. 처음 만난 이들은 상상한대로 서로 책을 주고 받으며, 그리고 서서히 안부 인사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돈이 아닌 '관계'로 이사를 완료하게 되었다. 책 나르는 일은 3시간에 모두 끝났지만, 그날의 여운과 함께 이야기는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책나르샤'가 독립서점을 알릴 수 있는 또다른 궁리로 이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AI, 비대면, 거스를 수 없는 파도 같지만 우리가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삿날이었다. 보통사람들의 한걸음(참여)과 보통사람들의 느슨한 연결(협력)의 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임]

“사회복지사들께 늘상 해오던 축제를 고민 없이 지속하는 지자체에 지역과 시민의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중요한 건 지역을 아끼는 ‘마음들’을 모으고 펼치는 것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기획력’입니다. 사회복지사의 또 다른 기획력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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