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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되는 일상

  • F1
  • 엔믹스



첫째 아이와는 공유되는 추억이 많습니다. 남자아이인 첫째는 제가 주로 놀아주고 여자아이인 둘째는 아내가 놀아주며 키웠습니다. 아무래도 막내가 아내와 찰싹 붙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리었습니다. 첫째하고는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네요. 기차를 좋아할 때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다녀오고, 비행기를 좋아할 때는 에어쇼를 보러 새벽같이 ADEX를 찾아갔죠. 첫째가 좋아하는 가수는 에픽하이입니다. 90년대에 유행하던 그룹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제 차에서 들은 ‘fly’라는 에픽하이 노래덕분이죠. 이 노래로 에픽하이 매력에 빠진 둘째 덕에 난생 처음으로 가수 공연까지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런 아들이 참 고맙습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좋아해 주고 같이 들어주고 같이 공연까지 함께 가주는 것은 아빠와 아들 사이에 공유되는 시간들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둘째 아이하고는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딸바보이지만 둘째는 저랑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떡하든 딸 곁에 가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기회가 왔습니다. 6학년이 된 둘째가 좋아하는 걸그룹이 생긴 것이죠.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걸그룹은 엔믹스입니다. 매일 같이 엔믹스에 대한 노래를 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게 들려줍니다. 솔직히 제가 걸그룹에 무슨 관심이 가겠습니까? 하지만 아이가 공유를 하자고 하니 당연히 열심히 들어야죠. 그러다가 그룹 멤머 이름까지 외웠습니다. 설윤, 릴리, 오혜원...6명이지만 3명 밖에 모릅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그러다가 자기도 엔믹스의 공연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침 신규앨범을 발매하면서 공연일정이 잡혔고 티켓오픈 시간에 맞춰 광폭으로 해보았지만 티켓팅에 실패합니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통해 해당 예매 사이트의 취소표가 나오는 시간을 파악하고 오전 1203분에 맞춰 스탠바이를 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티켓 1장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둘째에게 의기양양하며 자랑을 했지만 아내는 반대했습니다. 혼자서는 공연장에 들여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1203분에 맞춰 시도를 몇 번 했고 마침내 같은 층, 같은 줄에 5칸 떨어진 곳에 예매를 할 수 있었죠. 둘째는 아내와 함께 엔믹스 공연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보내준 동영상에 찍힌 사진을 보니 둘째의 눈이 반달이 되었습니다. 그 전후로 둘째는 저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 주는 듯 합니다. 둘째 아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밤 10시에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들과 저는 실내 양궁을 체험하고 전철을 타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와 아내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서울에서 숙박을 했죠. 가족이 함께 한 시간, 엔믹스를 공유한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아이하고는 아빠와의 졸업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중학교 들어가면서 저랑 23일의 기차여행을 했습니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둘째도 저랑 졸업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저랑 안 가고 엄마랑 간다고 했던 둘째인데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저랑 함께 간다고 했거든요! 어떤 여행을 갈지 아이가 준비하고 저는 여행비용을 대는 형식입니다. 빨리 그 시간이 왔으면 합니다. 일상이 공유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가족은 그런 같습니다. 가족이란 공유되는 무엇이 많은 관계입니다. 이런 일상들이 공유되면 아이들이 크면서 추억이 될 것이고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런 공유되는 일상들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니 언제고 힘들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직도 많은 것들이 공유되는 곳입니다. 제일 많이 공유되는 것은 일(task)이겠죠. 일도 좋지만 더 많은 것들이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조직에서 일이 공유되는 것은 가정에서의 삶이 공유되는 것과 같습니다. 일과 삶처럼 당연한 것들이 공유되어야 겠지만 소소한 일상들도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동료들, 그리고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아가면 어떨까요? 구성원들은 일하기도 바쁘지만 조직에서의 관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원합니다. 일만 하면 재미가 없죠. 그래서 워크샵도 가고 호프데이도 하고 여러 이벤트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어쩌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나 주말에 직장에서 모이라는 하는 것 자체가 일입니다. 이런 것 말고 서로를 알아가는 소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사의 관심사를 알고 '어 부장님 어제 OO팀이 역전했더군요! ~ 그걸 어떻게 뒤집지?'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알고 '김팀장, 저번 주에 나오는 OO그룹 앨범 괜찮아?'

 

공유되는 일상일수록 어려움이 있을 때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일과 일로 만난 관계에서 일상의 관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공유되는 일상이 많을수록 기억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어려움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죠. 가족이나 조직이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그 안에서 공유되는 일상이 많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힘든 일들이 조금은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신입직원이 입사했을 때 선배들이 자신의 일상들을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싫어하고 이런 것을 좋아하고 무엇이 관심이 있고 나는 여기서 어떤 것을 꿈꾼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조직과 선배들이 편해질 것입니다. 조직에 조금이라도 빨리 동화되겠죠. 그들이 경력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공유하여 준다면 우리는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공유되는 일상에 따라 자녀에게 비친 부모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인격이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설렁설렁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력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첫째 아이가 새벽 3시의 F1을 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잠이 많은 저에게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일어나서 아이를 깨웠고 저는 스타트를 보고 잠에 들었습니다. 아이는 끝까지 보고 재잘재잘 자신의 일처럼 레이스의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2024 F1 월드챔피언십 미국 대회에서 샤를 르클레르(페라리 소속)가 우승하였습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2년 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더 많이 성장했지만 공유되는 일상은 줄어만 갑니다. 기억되는 존재가 사람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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