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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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다시 묻다: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사회복지 실천의 새로운 시선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이 이어지며 가족과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달입니다. 동시에 주변에서는 결혼식과 돌잔치와 같은 경사도 많아 축하와 만남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정 속에서 5월은 정서적으로 풍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분주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달입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비혼과 만혼의 확산, 다양한 형태의 가족 등장 등은 가족에 대한 정의와 인식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의 증가입니다.
각종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이미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삶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반려동물은 더 이상 주변적 존재가 아니라, 정서적 유대와 일상의 돌봄을 함께 나누는 관계 속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가족의 구조와 관계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흐름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가족 내 반려동물의 존재를 사회복지 실천의 관점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반려동물이 가족체계 안에서 어떻게 위치 지어지고 있는지, 그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회복지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Family Dynamic 속의 반려동물
가족을 논의할 때, 우리는 여전히 인간 중심의 범주 안에서 가족을 이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구성은 점차 다종(多種) 관계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반려동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family dynamics(가족 역동) 자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내에서 반려동물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서적 기능을 넘어, 가족체계 내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를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복지 실천에서 널리 활용되는 가계도(genogram)는 이러한 관계를 시각화하는 대표적인 도구인데, 최근 일부 사회복지 선진국에서는 이 가계도 안에 반려동물을 포함시키는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부가 정보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형태의 별도 기호로 표기하여 하나의 ‘관계 주체’로 위치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반려동물이 더 이상 주변적 요소가 아니라, 가족의 상호작용과 정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구성요소로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도식상의 차이를 넘어, 가족을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즉, 가족은 더 이상 인간 구성원만으로 이루어진 폐쇄적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가 얽혀 있는 관계망으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그림설명: 사례관리를 위해 작성된 가계도에 반려동물을 포함하여 관계구조를 나타낸 국내 실제 사례
실제 현장에서 반려동물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family dynamics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첫째, 정서적 완충 기능입니다.
반려동물은 가족 내 갈등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특히 아동이나 노인의 경우 안정 애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가족 내 정서 순환을 부드럽게 만드는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관계 매개 및 대체 기능입니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개인에게 반려동물은 관계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적 존재가 됩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의 경우,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반자를 넘어 삶의 의미를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셋째, 권력과 통제 구조 속의 위치입니다.
반면,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상황에서는 반려동물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가해자가 반려동물을 위협하거나 학대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사례는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물학대와 인간 대상 폭력 간의 연결성을 설명하는 ‘The Link’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특히 아동의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그 영향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며, 피해자가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머무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쉼터 구조는 피해자의 탈출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단순히 ‘가족 같은 존재’라는 정서적 표현을 넘어, 가족 내 관계의 흐름을 형성하고 때로는 왜곡시키는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 실천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환이 필요합니다.
- 가계도 작성 시 반려동물을 포함하여 관계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족 내 정서 흐름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매개로 한 권력 관계까지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사정 시 반려동물의 상태와 위치를 필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가족이다”라고 선언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실제로 가족체계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을 ‘구성원’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로 이해하는 사회복지 실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2. ‘Pet Family’와 가족 개념의 재구성
최근 ‘Pet Family’라는 용어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가족 형태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명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가족을 혈연과 혼인 중심으로 정의해 온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정서적 유대와 상호 돌봄을 중심으로 가족을 재정의하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복지 정책과 실천에 다음과 같은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족 단위 서비스의 재설계 필요성입니다.
현재의 복지제도는 대부분 인간 구성원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반려동물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반려동물의 존재가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돌봄의 범위 확장입니다.
‘Pet Family’는 인간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인간–동물–환경을 포괄하는 One Health, One Welfare 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건강, 복지, 환경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적 접근으로, 사회복지 실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윤리적 기준의 재정립입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그 존재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동물 보호의 차원을 넘어, 관계 윤리(relational ethics)의 확장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Pet Loss Syndrome(반려동물 상실증후군)
반려동물의 죽음은 개인에게 깊은 상실 경험을 남깁니다. 그러나 이 상실은 종종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Pet Loss Syndrome이며, 보다 넓은 맥락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슬픔(disfranchised grief)’으로 이해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사망에 대해서는 애도와 지지가 사회적으로 허용됩니다. 반면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힘들 일인가”라는 반응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개인은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채 내면화하게 되고, 이는 우울, 죄책감, 고립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 1인 가구,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개인에게 반려동물은 핵심적인 애착 대상이기 때문에, 상실의 충격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반려동물 상실이 배우자 사망에 준하는 수준의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 실천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상실을 ‘정당한 슬픔’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Pet Loss는 단순한 개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사회가 애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동시에 돌봄 관계의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에 가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가족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 곁에서 이미 변화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받는 일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례들 속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부차적인 존재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갈등과 위기의 한가운데 놓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끝나는 순간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깊은 상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복지는 더 이상 사람만을 중심에 두고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삶은 이미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면서, 이제는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원하고자 하는 ‘가정’은 과연 어디까지를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돌봄과 관계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사회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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