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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지역사회 통합돌봄 거점의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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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이 된 법령, 명칭 속에 감춰진 주체적 이동

2026327,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됨과 동시에[1]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의 문구가 개정되었습니다[2]. 수십 년간 복지관의 핵심 고유 사업 분야를 지키고 있던 지역사회보호라는 명칭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및 보호로 공식 변경된 것입니다. 법령의 변화는 결코 행정 편의적인 흐름에 수동적으로만 끌려갈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갈망해 왔던 실천의 지향을 스스로 증명하고 쟁취해 낼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삼아야 실천 현장의 실효적 의미로 전환됩니다.

 

제도적 뼈대와 관계적 온기

이 법적 명분을 명확히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해외의 돌봄 통합 체계의 맥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선진 모델이라는 단순한 우열의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고유한 강점과 가치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사회복지관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개호보험법을 중심으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3]. 일본 사례의 특성은 공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공동체적 관계를 활용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공적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서비스 시장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상호부조(互助)’에 의존한다는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쿄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센터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상호돌봄이나 주민 주도형 후레아이 살롱의 사례는 국가가 결코 살 수 없는 관계에 기반한 존엄한 돌봄의 원천으로 해석됩니다. 이웃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일상 속 느슨한 관계망은 당사자가 온전히 존재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정서적 지지체계 입니다.

 

반면 스웨덴은 1992년 단행된 '에델 개혁(Ädelreformen)'을 기점으로 기초지자체인 코뮌(Kommun)이 주민의 보편적 자립 권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강력한 국가 책임 돌봄을 실천해왔습니다[4]. 강력한 공적 책임과 국가 주도 정책은 돌봄 지원 인프라가 취약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너무나도 절실한 제도적 보완 요소입니다. 단단한 뼈대가 서지 않는다면 지역사회 돌봄은 결국 가족의 희생이나 영 케어러 같은 취약한 주민들의 가혹한 독박 돌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웨덴 모델은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재가 돌봄 노인이 한 달에 수십 명의 도우미를 만나며 돌봄이 '시간 단위로 규격화되어 배달되는 차가운 행정 서비스'로 변질되는 정서적 한계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강력한 국가 책임을 바탕으로 돌봄의 든든한 뼈대를 세운 스웨덴 모델과, 주민 간의 신뢰와 관계를 통해 돌봄의 따뜻한 온기를 채워가는 일본 모델은 돌봄통합의 뚜렷한 한계와 강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통합돌봄법 앞에 놓인 모방의 역설

2026년 한국이 본격화한 돌봄통합지원법은 이 두 글로벌 모델의 강점을 결합하는 시도로 보입니다[5]. 국가의 책무를 명문화하여 스웨덴식 국가 책임 돌봄의 보편적 뼈대를 세우는 동시에, 정부가 구축한 통합지원정보시스템(Big Data)’을 통해 정보 분절을 막는 기술적 연계(Technical Coupling)’를 도입했습니다[6].

 

그러나 두 나라의 사례를 보며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두 나라의 강점을 적용해 설계했다고 해서, 일본과 스웨덴이 겪었던 한계점마저 우리를 비껴갈 수 있을까?”

초저출생과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한민국에서 스웨덴이 겪은 돌봄 인력 공급 부족과 그로 인한 '정서적 관계 결핍'은 더 빠르게 우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극심한 현실에서 공공의 통제는 자칫 농어촌 지역을 돌봄의 불모지로 만들 수 있고, 지역의 자발성만 강조한다면 일본이 경계했던 가혹한 노노케어의 늪에 주민들을 방치하게 됩니다.지역사회에서의 안전하고 지속적인 삶은 돌봄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상호호혜적 의존 관계도 필요합니다. 

제도 설계 이면에 숨겨진 모방의 역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도를 보완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공공의 행정적 정렬만으로는 이 한계점이 모방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국가가 보장하는 강력한 공적 책임(뼈대) 위에 주민 간의 신뢰에 기반한 존엄한 돌봄(온기)을 결합해 내는 최종적 완충 지대로서 복지관과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적 무기를 쥔 사회복지사, 행정가에서 기획자로

국가가 만든 성글고 거친 제도의 뼈대가 그 안에 숨 쉬는 실천의 방법까지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주민의 삶에 맞게 능동적으로 해석하며 실천의 ''을 주도적으로 짜나가는 주체는 전적으로 우리 사회복지 현장의 몫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서비스 제공 횟수와 같은 정량적 실적 숫자를 채우는 일보다, 주민의 집 문턱을 직접 드나들며 잊혔던 이웃 관계와 느슨해진 공동체 관계를 유기적으로 촉진하고 엮어내는 실천이 왜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법적 명분이 생겼습니다.

법이 부여한 권한과 명분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복합적인 삶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지역사회의 가용 자원을 유연하게 엮어내는 '관계 코디네이션의 기획자와 실천가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점의 명분 위에 올릴 우리의 다음 과제

국가가 법과 제도로 거친 지표를 제시했다면, 이제 그 성긴 공간 사이를 채우고 허물어진 공동체의 온기를 복원하는 구체적인 실천의 디테일은 우리 현장의 몫입니다. 명분이 뚜렷해진 만큼 우리의 무기 역시 날카로워져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적 적용을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전환입니다. 둘째는 불확실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지금 가진 주민과 지역의 자원으로 즉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펙츄에이션(Effectuation)의 실행 논리입니다. 애자일과 이펙추에이션은 지금, 여기라는 시의성과 현장성에 기반한 대응방법 입니다.

이 변화를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실천가들은 변곡의 시대에 강력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시행 2026. 3. 27.) 참조. 경남도민일보(2025. 3. 11.) 기고 "2026년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 참조.

[2]: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별표 3] '사회복지관의 사업'(2026년 개정안) 참조.

[3]: 일본 후생노동성(2014),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 참조.

[4]: 스웨덴 보건사회부(Ministry of Health and Social Affairs, 1991), 'Ädelreformen(에델 개혁)' 결과 보고서 참조.

[5]: Global Giving News (2026. 3. 20.), "South Korea to Launch Nationwide Aging in Place Healthcare Reform in 2026" 참조.

[6]: 보건복지부(2026),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및 통합지원정보시스템 연계 가이드라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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