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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다 강한 건(?) ‘좋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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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해도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유료로 구독을 하거나, 2~3개 이상의 AI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방식이나 글의 수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레포트 한편, 자기소개서 한 장, 기획서 한 장, 보고서 한 장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몇 가지 조건만 간단하게 입력해도 그럴듯한 글이 만들어집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표현은 세련되며, 구조도 꽤 논리적입니다. 최근 들어, 갑자기 학생들의 레포트 속 글의 논리와 작성 수준이 높아졌다는 느낌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입니다. 모두가 쉽게 수준 높은 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자, 문서가 가진 신호의 힘이 약해지고, 신뢰도는 낮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필수로 받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글 안에 지원자의 사고방식, 경험의 깊이, 표현 능력, 성실함이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물론 그때도 과장과 포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서에는 그 사람이 직접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개인의 특성들이 일정 부분 담겨있었죠. 그런데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최근 문서의 글은 매우 정돈되어 있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비슷합니다. 문장은 유려하지만 구체적인 경험이 흐릿하고, 가치관은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 행동의 장면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이력서와 잘 정돈된 자기소개서를 읽고,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지만, 면접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원자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지원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준비된 실력이 거의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문서의 내용으로 사람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쓴 문서와 실제로 잘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간격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중요해지는 것이 면접입니다. 직접 만나서 물어보고, 듣고,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종이나 파일로 제출하는 레포트나 시험을 모두 없애고,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말로 설명하고, 입증하는 구두 시험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인사·조직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지원서 작성과 면접 준비에 널리 활용되면서, 문서 중심 평가만으로는 실제 역량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조화된 면접, 실제 과제 수행, 대면 평가, 기술 검증 등을 다시 강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가 문서의 수준을 높일수록 사람을 직접 만나 확인하는 과정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면 면접이나 상담, 회의가 많아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확실한 검증이 이루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증하는 사람이 어떤 수준을 가졌는가?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고,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만나서 검증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무엇을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때문에 면접에서는 좋은 질문이 핵심입니다! 좋은 질문이 없으면 면접은 형식적인 확인 절차에 머물고, 상담은 표면적인 정보 수집에 그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질문은 한 사람의 경험, 판단, 태도, 가치관을 드러나게 합니다. 단 하나의 질문과 답변 속에서도 그 사람의 진짜 역량과 가치관 사고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AI가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맥락을 꺼내는 힘이 바로 질문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생성형 AI가 만드는 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좋은 질문, 좋은 요청은 필수적입니다.

 

좋은 질문은 생각의 과정(Thought Process)”을 드러나게 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은 정답이 명확한 문제보다, 가치와 현실이 충돌하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자원은 부족하고, 욕구는 복합적이며, 제도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전문성은 단편적인 지식만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좋은 질문은 바로 그 판단의 과정을 드러나게 합니다. 뛰어난 평가자일수록 그럴듯하게 꾸며진 문서뒤에 숨어있는 그 사람의 역량과 본질, 글로 표현되지 않은 삶의 양태와 그동안의 결정에 기반이 되어 온 생각의 과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사회적경제와 사회복지 현장에서 문서는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기록, 평가, 계획, 보고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그럴듯하게 꾸며진 문서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매끄러운 표현만으로 실천 역량을 확신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Question)’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는 좋은 질문(Good Question)’을 찾아가야 합니다. 좋은 질문은 사람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이기 전에,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도구입니다. 좋은 질문은 단지 상대를 시험하기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경험과 가능성을 드러나게 하는 도구입니다.

 

AI가 많은 답을 만들어 내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답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깊은 질문일 수 있습니다. 화려한 문장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 뒤에 있는 실제 실력입니다.

 

그 삶과 실력을 만나기 위해 더 좋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좋은 질문이야말로 AI시대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보이게 해주고, 인간다운 인간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서로를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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