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WISH지기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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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반경을 넓히면 보이는 것들
요즘 나의 화두 중 하나는 공감이다. 무엇을 지키겠다는 거대한 폭력인지, 틈새를 비집고 드는 혐오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무지인지 죄다 어려운 세상이다.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것처럼, 겪어봐야 알기에는 너무 두려운 맛이 기후불평등이다.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 등의 모습으로 야금야금 우리 삶을 갉아먹고 있는 기후위기 앞에서, 불안과 고립, 위협이 일상화된 오늘의 안녕을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이런 의문들이 쌓여 한숨이 되고, 분노와 외면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나에게 ‘공감’이 새롭게 다가왔다.
도서 공감의 반경(장대익)은 공감은 마일리지 같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쓰면 다른 이에게는 줄 여유가 줄어든다. 내집단에 과잉 공감한 순간, 외집단을 향한 공감의 여유는 소멸한다. 초갈등 시대에 우리는 또다시 공감에게 SOS를 치고 있지만, 한쪽에 과잉 공감하는 순간 다른 쪽에는 폭력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내놓은 치료제는 공감의 반경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에는 나로 향하는 내심력과 나로부터 퍼져 나가는 원심력이 있다. 반경을 넓힌다는 것은, 그 원심력을 의식적으로 길러내는 일이다.
얼마 전 동자동사랑방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랑방의 협동하는 삶을 소개해 준 주민 00씨는 지난 해 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 이사를 갔다가 얼마 전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대화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윗집 사는 이웃이 처음 보는 그에게 경고했다. “아저씨! 우리 아이들 공부에 집중해야 하고, 예민한 시기니까 조심해주세요!!” 도대체 무엇을. 그 말투에 담긴 이웃의 시선과 혐오, 각자의 삶을 공감할 줄 모르는 이웃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고립시키는지를 온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이 곳 사랑방은 누가 보기엔 비좁고 열악한 집이지만, 함께 밥을 짓고, 잔치를 열고, 먼저 떠난 이웃의 길을 위로하며,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꼭 필요한 순간 힘이 되어주는 공제회까지 서로를 인정하고 살피는 진짜 이웃이 있다. 진짜 이웃과 살아야 하루를 살아도 맘 편히 살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기억한다.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나의 주거권 발언에는 하나는 있고, 둘은 없었다. 한 사람이 다리를 펴고 살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했지만, 그 삶을 버텨 온 이웃의 관계망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못했다. 물리적 공간을 이야기하면서 사람과 관계를 놓친 것이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주민 00씨의 이야기 덕분에 나로부터 퍼져나가는 공감의 반경이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으니.
동자동사랑방의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살리고 있는지, 그들의 연대와 협동하는 삶을 모두가 보았으면 한다. 서울 평균기온이 29도일 때, 동자동쪽방촌이 63도라는 보도가 있었다. 상상조차 어려운 온도차이, 그 삶을 살아온 주민들에게 함께 안전한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폭염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넘어선다. 사람, 관계, 삶을 지켜내는 일이다. 63도의 여름을 함께 버텨온 사람들의 삶이 답이다. 이제라도 공감의 반경을 조금만 넓히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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