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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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틀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탈락을 두고 허탈감과 분노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히 “졌으니 아쉽다”는 반응을 넘어,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 기용, 경기 운영, 협회의 책임까지 다양한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감독 사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요?
사실 아무 기대가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원래 기대하지 않았던 팀과 감독이라면 졸전을 펼쳐도 “그럴 줄 알았다”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침부터 경기를 보고, 경기 후 기사를 찾아보고, 누가 왜 뛰지 않았는지, 왜 교체가 늦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있었고, 그만큼 기대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화가 난 이유는 단순히 축구를 못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안에는 “그래도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고, “대한민국 축구가 이 정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있었으며, “이 좋은 선수들을 두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허탈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이미지(GPT)>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고,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분노도 커졌습니다.
정신건강의 시각에서 보면 실망과 분노는 이상한 감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문제는 화가 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이 어디로 향하느냐입니다.
우리는 실망을 견디기 어려울 때 이유를 찾습니다.
“누가 잘못했나?”
“누가 책임져야 하나?”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나?”
물론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합니다. 특히 공적 영역에서는 평가와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분노가 분석을 넘어 조롱과 혐오, 인신공격으로만 흘러갈 때 우리의 마음은 회복으로 가지 못하고 상처에 머무르게 됩니다.
축구에서도, 조직에서도,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기대했던 사례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실망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다루는 방식은 그 공동체의 건강성을 보여줍니다.
실패 이후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실망할 수 있고, 화가 날 수 있고,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다시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입니다.
월드컵 예선 탈락은 끝났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화를 내지 말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왜 이렇게 화가 났는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기대가 없었다면 화도 나지 않았을 것이며, 우리가 분노한 이유는 아직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축구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좋은 선수들이 제대로 쓰이기를 바라며, 책임 있는 운영과 준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분노는 단순한 비난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실망은 책임을 묻는 힘이 될 수 있고, 분노는 변화를 요구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감정이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돌아보고 다시 준비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축구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다시 기대할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패배의 기록만은 아닐 것입니다.
기대했기에 화가 났고, 애정이 있었기에 실망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감정을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하는 힘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어쩌면 정신건강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다시 기대할 수 있는 마음을 회복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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