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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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길을 걷다가 가로등이 꺼져 버리면 당신은 그 길을 계속 걸으시나요? 어두워지면 사람은 두렵습니다. 두려운 이유는 그 길에 무엇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고 두려워지면 하던 행동을 거두어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행동을 선택합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평소에는 빙하 위에서 거주를 하지만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에 빠져야 합니다. 펭귄 무리들이 빙하 위에 도열하여 머뭇됩니다. 배는 고프지만 시커먼 바다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자칫 포식자라도 있으면 생존에 위험하므로 아무도 바다에 뛰어들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이 있습니다. 그 펭귄에 의해 바다아래에 위협을 주는 포식자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제서야 다른 펭귄들도 바다에 뛰어들어 식량을 구합니다.
퍼스트 펭귄! 누구보다도 도전적이고 용감한 펭귄 개체를 이르는 말이며 리더십에도 주로 인용되지만 사실 미화된 이야기입니다. 제일 처음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다른 펭귄에게 떠밀려 바다에 떨어진 것입니다. 물론 용감하게 뛰어든 펭귄도 있겠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떠밀려 뛰어드는 펭귄이 더 많습니다. 떠밀려 떨어진 펭귄이라고 무능하거나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에 들어가서 용감하게 헤엄쳐 다니면 됩니다. 용감하게 떨어졌다고 해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막상 물에 들어가서는 무서워 도망쳐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행동의 선택은 같습니다. 두려우면 기대되는 행동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행동을 선택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많은 학살들이 있었습니다. 이 학살들은 주로 전쟁 중에 일어납니다. 홀로코스트는 2차 대전 중에, 킬링필드는 캄보디아 내전 중에,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은 1차 세계 대전 중에, 난징 대학살은 중일 전쟁 중에 발생했습니다. 학살은 또 독재정권에서 일어납니다. 스탈린의 대숙청을 비롯해 상기의 홀로코스트, 킬링필드, 아르메니아인 학살도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전쟁과 독재정권에서 학살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려움때문입니다. 전쟁과 독재에 의해 자신의 생존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측할 수 없으니 두렵고 두렵기에 나 외에 다른 희생자를 찾습니다. 떠밀려 떨어진 퍼스트 펭귄처럼 말이죠. 퍼스트 펭귄이 자유롭게 헤엄치면 안전한 것이고 물속으로 떠오르지 않으면 위험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 외의 다른 희생자에 의해 자신의 안전을 확인합니다.
조직은 두려운 곳입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사실 경쟁자입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동료이지만 예측할 수 없기에 위험한 존재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상사입니다. 나와 경쟁하지는 않지만 나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그런 상사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동료와 상사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흐릿한 조직의 목적입니다. 목적이 흐릿하니 방법이 명확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두렵습니다. 조직이 이렇게 두려운 곳이기에 사람은 행동을 멈춥니다. 대신 다른 행동을 선택합니다. 스스로 하려하지 않고 말하려 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합니다. 조직이 보기에는 매우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기에 예측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더가 독재자가 되는 이유도 흐릿한 목적과 방법으로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조직은 전쟁터가 되어 왕따, 뒷 담화의 학살이 자행됩니다.
두려운 조직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입니다. 예측할 수 있으면 됩니다. 늦은 꺼진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면 계획했던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바다 밑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이면 머뭇될 이유가 없습니다. 정보들이 폭넓게 공유되는 환경이라면 전쟁과 독재는 발을 붙이지 못합니다. 전쟁은 상대국가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해서 일어나고 독재는 국민들의 두려움을 자극하여 힘을 얻습니다. 상대국가, 정당, 군대, 지역 등 서로를 더 많이 알고 있다면 전쟁과 독재는 억제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예측가능해 지기 위해서는 합의하고 동의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 목적은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의 목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목적이 명확하면 이루기 위한 방법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목적과 방법에 대하여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모여야 합니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의하고 합의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의사결정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고 합의된 바를 반영하는 문화가 필요하죠.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불편합니다. 모여야 하고 나누어야 하고 합의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 제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편함에서 예측가능함이 확보되고 두려움이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과정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두려움을 제거한다면 보이지 않는 효율이 발생되죠. 그것이 민주주의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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