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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조직’을 넘어 ‘증명하는 조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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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에게 ESG 공시(公示: 국가나 공공 단체가 일정한 사항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림)는 그저 하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간하고, 친환경 활동, 사회공헌, 근로환경 개선, 이사회 운영 등을 소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ESG 정보는 기업의 이미지나 홍보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 재무정보처럼 책임을 지고 공개해야 하는 핵심 정보로 바뀌게 될 전망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2029년에는 5조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고, 시행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ESG 정보를 거래소에 별도로 공시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ESG 정보가 사실상 2의 재무제표와 같은 위치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진다.

 

기존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기업이 추진한 사회공헌 사업이나 친환경 활동을 중심으로 성과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법정공시에서는 단순히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활동이 기업의 위험과 기회, 경영전략, 재무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치와 근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의무공시는 국제적으로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게 마련된 기후 분야부터 시작됩니다. 기업은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누가 관리하고 감독하는지, 기후변화가 경영전략과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위험을 어떤 과정으로 식별하고 관리하는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언제까지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감축을 위해 어떤 설비와 기술에 투자할 것인지, 목표 달성 여부를 어떤 지표로 확인할 것인지를 제시해야만 합니다. 심지어 공시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중요한 정보가 빠질 경우에는 과징금, 손해배상,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행 초기 3년 동안은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포괄적인 면책기간이 운영되지만, 고의적인 워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기업에서 소기업까지 이어지는 ESG 공시 의무화

 

ESG 공시 의무화는 대기업부터 우선 시행됩니다. 그렇다면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조직은 이번 제도와 관계가 없을까요? 공시는 개별 기업만의 정보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업은 지주회사와 국내외 종속회사의 데이터를 연결해 공시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원료 조달, 제품 운송, 판매와 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정보도 공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시는 3년간 유예되어 10조 원 이상 기업의 경우 2031년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급망 데이터 수집체계는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실제 공시 시점보다 훨씬 앞서 협력업체와 위탁기관에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근로환경, 안전보건, 인권, 개인정보 관리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납품업체, 사업수행기관, 위탁기관, 사회공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면 이러한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법정공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ESG 관련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현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거나 민관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이라면 단순한 사업실적 외에도 사업 대상자의 권리 보호, 종사자 안전, 개인정보 관리,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사업 효과 측정 등의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준비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지금부터 거대한 ESG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그럴수도 없을꺼구요. 하지만,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은 필요해 보입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직이 관리해야 할 핵심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전기와 연료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산업안전 사고, 종사자 이직률, 교육시간, 개인정보 보호, 이사회 운영, 이해관계자 참여 등 조직의 특성과 사업에 맞는 항목을 선정하고, 이를 수치화,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각 정보를 누가 기록하고 검토할 것인지 정해야 겠지요. ESG 업무를 특정 담당자 한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회계, 인사, 사업, 시설관리, 경영진이 정보를 함께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같은 수치가 사업보고서와 회계자료, 홈페이지, 지원사업 결과보고서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셋째, 단순히 수치화된 성과만이 아니라 적절하고 정확한 산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취약계층 고용을 확대했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고용 인원, 유지기간, 교육시간, 임금수준과 같은 자료를 함께 관리하면 더 좋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다면 구매량과 사용 비율, 기존 제품 대비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보다는 실행 가능한 범주 안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서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SG 공시가 본격화될수록 화려한 문구보다 목표를 어떻게 세웠고, 누가 책임지며, 어느 정도 실행했는지가 더 중요해 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가치데이터화 그리고 관리를 할 때!

 

사회복지와 사회적경제 조직은 오랫동안 사회적 가치지속가능성을 실천해 왔습니다. 취약계층의 고용을 확대하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활동은 ESG의 사회적 가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목적과 의미 있는 활동이 있다고 해서 그 가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시대가 아닐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직의 활동을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고, 그 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ESG 공시 의무화는 2028년부터 시작되지만, 기업과 투자자, 공공기관의 요구는 그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복지 조직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에 필요한 준비는 새로운 보고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이 하고 있는 일,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기록하고, 서로 다른 부서의 정보를 연결하며, 약속한 목표를 꾸준히 점검하는 경영체계(Management system)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ESG는 더이상 대기업만의 규제이거나 한 때, 바람처럼 불었다가 지나가는 유행어가 아닙니다. 하나의 큰 변화이자 흐름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조직일수록 그 가치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는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을 넘어, 자신이 만든 변화를 숫자근거로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조선일보(2026), 기사, 2028년부터 자산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ESG 공시 의무화, (2026. 07.08.),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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