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유(思惟) By 이두진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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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 '야생의 해결사' 마인드셋: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 적용
매뉴얼 뒤에 숨은 '모범생'의 위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복지 현장의 단순 행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서류를 집행하는 일은 이미 기계가 더 정확합니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에서 우리가 접하는 주민의 복잡하고 모호한 삶의 문제 앞에서는 규정과 매뉴얼 만으로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해진 일을 준수하고 수행하는 일은 기계에 의해 가장 빠르게 대체됩니다.
기술 특이점이 도래한 시대에 사회복지현장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야생의 해결사'입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얽히고설킨 험난한 현장에 부딪치며 스스로 길을 만드는 실천가입니다. 거친 야생에서 문제를 주도적으로 돌파하는 해결사의 마인드셋이 절실합니다.
몰입 이론: 지루함과 불안 사이의 줄타기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최고의 행복과 성장을 경험하는 상태를 '몰입'이라 정의했습니다[1]. 몰입은 내가 느끼는 과제의 난이도와 이를 다루는 내 실력이 균형을 이룰 때 발생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은 몰입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몰입은 헝가리계 미국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정립한 개념으로,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큰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입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를 ‘플로우(Flow)로 지칭합니다. 스포츠나 예술 활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Runner's High, In the he Zone로 표현합니다. 신체와 정신이 극도로 조화되어 주변의 잡념과 방해가 완전히 차단된 무아지경의 최적 수행 상태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일상도 이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현장에서 성장이 멈추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이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지루함의 상태입니다. 내 실력에 비해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가 너무 낮을 때 발생합니다. 10년의 경력이 진정한 실력이 되지 못하고, 1년의 경험을 10번 단순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입니다. 업무가 너무 편안하다면 뇌가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자동화 모드'에 빠진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합니다.
둘째는 불안과 소진의 상태입니다. 내 실력에 비해 초고난도 복합 위기 사례가 주어졌을 때 발생합니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이나 폭력 성향을 가진 당사자를 대면할 때 실무자는 중압감에 압도되어 현장을 피하고 싶어집니다.
성장이 멈추거나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개인의 무능함 때문이 아닙니다. 난이도와 실력 사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몰입 채널로 진입하기 위한 유연한 자율 조절이 필요합니다.
몰입 채널을 통제하는 두 가지 현장 전략: '판 키우기'와 '판 쪼개기’

지루함에 빠졌을 때는 과제의 난이도를 스스로 높이는 '판 키우기' 전략을 써야 합니다.
매일 하던 뻔한 상담에 '시간 제약(15분 내 핵심 듣기)'이나 '조건 제약(폐쇄형 질문 금지)'을 겁니다. 의도적인 제약 조건을 통해 뇌의 '자동화 모드'를 깨우고 의도적 수련을 시작합니다. 뻔했던 상담이 치열한 성장의 게임으로 전환됩니다.
반대로 불안과 소진에 빠졌을 때는 과제를 잘게 쪼개는 '판 쪼개기' 전략이 유용합니다.
'동네 고독사 제로 만들기'나 '가정폭력 근절' 같은 거대한 목표는 오늘 당장 실행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덩어리를 최소 단위로 미분해야 합니다.
'오늘 오후 김 어르신 댁을 방문해 반찬 입맛 여쭙기'처럼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로 잘게 쪼갭니다.
혼자 끙끙대지 않고 선배와 동료에게 비계(Scaffolding)를 구하여 난이도를 낮춥니다[2].
실행 프레임(Performance Frame)에서 학습 프레임(Learning Frame)으로
전문가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연차나 호봉이 아닙니다. 일상 업무를 대하는 프레임의 차이입니다. 이러한 프레임에는 실행프레임과 학습프레임이 있습니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는 '실행 프레임(Performance)'에 갇히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3]. 실행프레임에 갇힌 사람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무능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전년도 사업을 베끼며 등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반면 '학습 프레임(Learning)'을 장착한 실천가는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고 성장을 위한 소중한 데이터로 환원합니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다 완벽하게 끝냈습니다"라며 호언장담하지 않습니다. "현재 여기까지 진행되었고 이 지점에서 막혔는데, 어떤 변수를 고려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솔직함이 상사를 든든한 조력자로 만들고 실시간 학습을 이끕니다.
맺음말: 복잡성을 뚫고 나가는 야생의 해결사
AI 시대에 우리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어막은 역설적이게도 현장의 '복잡함'과 '모호함'입니다.
기계는 말이 통하지 않는 주민을 진심으로 설득하는 '사회적 지능'을 모방할 수 없습니다. 우리 동네만의 특수성을 반영해 해법을 기획하는 '독창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4].
까다롭고 어려운 주민을 만나 부딪히는 일을 피하지 마십시오. 매일 부딪히는 그 복잡한 현장이야말로 우리를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로 키워내는 최고의 수련장입니다.
매뉴얼만 좇는 모범생을 넘어, 복잡성을 뚫고 나가는 '야생의 해결사'로 서야 합니다. 이것이 기술 격변기를 건너는 사회복지사의 위대한 생존 전략입니다.
[1] Mihaly Csikszentmihalyi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Harper & Row 참조.
[2] Lev Vygotsky (1978), "Mind in Society: The Development of Higher Psychological Processes", Harvard University Press 참조.
[3] Carol S. Dweck (2006),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Random House 참조.
[4] 이두진(2026), 「느슨한 조직화 실천 가이드: 불확실성의 시대, 대체 불가능한 사회복지사로 남는 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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