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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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15일 첫 출범한 성남시복지재단의 교육 담당자로부터 민관협력 사례관리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갑자기 묘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서울시 복지재단 복지큐레이션의 검색창에 민관협력이 아닌 ‘민민협력’과 ‘관관협력’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고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단 한건의 내용도 검색되지 않았다. 실제 그렇다고 ‘민민협력’이나 ‘관관협력’ 이라는 협업의 구조가 전혀 없는 것일까? 복지관들이 협업하는 것은 민관협력인가 민민협력인가? 정부조직 간 또는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가 협업하는 것은 관관협력인가 민관협력인가? 민민협력이라는 말도, 관관협력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는데 왜 민관협력이라는 말은 이렇게 자주 사용할까? 같은 영역 안에서의 협력은 너무 당연해서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공공과 민간 사이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서는 건너기 어려운 경계가 있기 때문일까?
성남시의 민간과 공공의 다양한 종사자들이 모인 재단의 강의실에서 이 질문을 던지자 잠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조금은 낯설고 장난스러운 질문처럼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사회복지 현장에 오래 있었던 청자들은 이 질문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으리라 추측해 보았다. 공공과 민간은 모두 주민을 돕기 위해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조직의 시간, 성과의 언어, 책임의 방식을 가지고 일한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한쪽은 급여나 서비스에 대한 지원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다른 한쪽은 대상자들과의 관계를 이어갈 방법을 먼저 고민한다. 한쪽은 결정의 근거를 반드시 공문서화 해서 기록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기록되지 않는 일상의 변화를 오랜기간 동안 지켜보고 지원 방법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관협력 이라는 것은 단순히 성격이 다른 몇개의 기관들이 함께 모여 회의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서로 다른 체계가 도움이 필요한 복지대상자 한 사람의 삶 앞에서 각각의 체계의 경계를 조금씩 열고, 자신의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민관협력이라는 명칭은 서로다른 체계들이 본질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라고 모두에게 시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공과 민간은 모두 그들이 지원하고 있는 복지대상자나 지역 주민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대상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서로 다른 부분에 업무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공은 대상자 선정기준, 소득과 재산, 위기도, 지원 근거, 개인정보 제공 동의, 예산 집행 가능 여부를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서 확인한다. 이렇게 업무를 하는 이유는 불쌍하고 어려운 주민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지원 기준을 확인하지 않고 도와준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가 자격 기준에 미달 되어 도움을 주지 못한 경우를 종종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민간은 주민이 지금 누구를 믿고 있는지, 어떤 말에 마음을 닫는지, 생활 속에서 무엇이 가장 급한지, 지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살피면서 그 외 공공에서 살피고 있는 지원 기준들을 검토한다.
공공의 상담이나 지원 방식은 객관성과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누가 담당하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공적 자원이 정당하게 사용되었음을 설명하려면 근거와 기록이 있어야 한다. 반면 민간의 지원 방식은 삶의 맥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예시로 어떤 대상자가 서비스를 거부하는 상황인 경우 그 이유가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과거의 상처 때문인지, 서비스 방식이 자신의 생활과 맞지 않기 때문인지에 따라 접근은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서로의 지원 방식이 다르고 더 나아가 틀리다고 판단할 때 생긴다. 공공의 확인 절차가 민간에는 지나치게 행정적으로 보일 수 있고, 민간의 기다림이 공공에는 개입이 늦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준 없는 지원은 권리가 되기 어렵고, 관계 없는 지원은 삶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민관협력은 어느 한쪽의 지원 방식으로 통일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원 방식을 이해하고 조율하여 한 사람의 삶에 가장 적합한 지원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강의를 진행해 나가면서 민관 협력에 꼭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정답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공공의 기준을 이해 시키고 민간의 현장을 전달하는 사람, 기관의 논리가 아니라 대상자의 삶을 중심에 두고 다시 질문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협력은 훨씬 단단해지고, 그 변화는 결국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의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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