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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신건강이야기17- 통합돌봄 100일, 마음의 돌봄은 시작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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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반복되는 회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기적인 사례회의에서는 피해 어르신의 안전과 회복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기관의 경우, 어떤 날은 신체적 학대 사례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고, 어떤 날은 방임 사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동료들은 피해 어르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개입을 했는지, 필요한 서비스는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를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례회의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말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생활은 조금 안정되셨는데 여전히 집 밖으로는 나오지 않으십니다."


"서비스는 이용하고 계시지만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으십니다."


"학대는 멈췄는데 삶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지금 문제를 해결한 것일까요. 아니면 비로소 해결의 시작점에 선 것일까요.


올해 3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법은 노쇠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건강관리·일상생활 돌봄과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이 익숙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은 분명 필요한 변화입니다. 그동안 제각각 제공되던 의료와 요양, 복지서비스를 사람 중심으로 연결하려는 시도 역시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장에서 사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한 가지 아쉬움도 느끼게 됩니다.


통합돌봄은 서비스를 연결하는 제도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서비스의 개수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경제적 학대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어르신을 만납니다.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방문하는 종사자 외에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배우자를 떠나보낸 상실감, 오랜 학대 경험에서 비롯된 두려움, 장기간의 고립으로 깊어진 우울감은 서비스를 하나 더 연결한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비스는 연결되었지만 삶은 여전히 연결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노인의 정신건강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의 정신건강은 반드시 병원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작은 변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도움을 "괜찮다"며 거절하는 모습, "이제 오래 살았다"고 말하며 식사나 약 복용을 중단하는 모습,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집 안에서만 지내는 변화는 단순한 성격이나 고집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우울과 상실, 자기방임이나 자살위험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통합돌봄은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통합지원 대상자를 조사할 때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수행능력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도 함께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마음의 돌봄은 통합돌봄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제도 안에서 함께 살펴야 하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법의 취지가 실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고립과 우울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일은 어느 한 기관만의 역할일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관과 동주민센터, 보건소, 경로당, 재가노인복지시설, 장기요양기관, 노인보호전문기관, 그리고 이웃 모두가 중요한 발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계를 만들고, 주민의 복지욕구를 파악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는 새롭게 부여되는 역할이라기보다 사회복지관이 오랫동안 수행해 온 본연의 역할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회복지관이 통합돌봄에서 해야 할 일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고립된 사람을 발견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사회참여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회복지관의 강점입니다. 경로당이나 주민모임, 식사 지원, 안부 확인과 같은 일상적인 만남은 우울과 고립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중증정신질환자의 등록관리와 전문 사례관리, 정신과적 위기 개입, 치료 연계 등 보다 전문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두 기관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통합돌봄이 성공하려면 어느 한 기관이 모든 문제를 떠안아서는 안 됩니다. 사회복지관은 일상과 관계 회복을 지원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문적인 정신건강 개입을 담당하며, 보건소와 의료기관은 건강과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학대피해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회복을 지원해야 합니다. 각 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 교육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법에 협력과 연계를 명시했다고 해서 현장의 협력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기관마다 사례관리 기준과 정보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역할만 더해진다면, 통합돌봄은 또 하나의 행정업무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기관이 회의에 참여했는지, 몇 개의 서비스를 연계했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식사 지원과 방문간호, 주거개선, 장기요양서비스가 모두 제공되었더라도 한 사람이 여전히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지원이 충분했는지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사례회의를 마치고 나면 보고서에는 개입 내용과 서비스 연계 결과가 정리됩니다. 그러나 숫자로 기록하기 어려운 변화는 쉽게 성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집 안에만 계시던 어르신이 복지관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한 일, 끊어졌던 이웃과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된 일, 상담을 거부하던 분이 "다음 주에도 와 주세요."라고 먼저 말한 일은 어떤 실적보다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생성형 AI(GPT>


통합돌봄은 이제 100일이라는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앞으로 제도는 계속 보완될 것이고지역사회도 더욱 촘촘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통합돌봄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연결했는가가 아니라그 서비스가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의료와 요양만이 아닙니다다시 사람을 만나고관계를 회복하고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돕는 일까지 포함될 때 비로소 통합돌봄은 완성될 것입니다.


통합돌봄 100. 서비스의 연결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연결이 사람의 마음과 삶까지 닿고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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