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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민협력, 관관협력은 없는데 민관협력만 있는 이유(2)

  • 통합사례회의
  • 민관협력
  • 사례관리

사회복지현장, 특히 고난도 사례관리 대상자들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민간이나 공공 어는 한 분야에서 모든 자원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장강박을 가진 독거 어르신의 집에는 주거문제와 정신건강, 가족관계와 돌봄의 공백이 한꺼번에 쌓여 있다. 청소년 한부모 가정에서는 경제적 어려움과 양육 부담, 우울과 사회적 고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하나의 서비스를 연결했다고 삶 전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급여와 의료, 주거, 관계, 지역사회가 서로 맞물려 대상자를 위해 협력해 지원할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나의 경험으로 봤을 때, 사례관리 분야에서 민관협력을 제일 잘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통합사례회의를 정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참여하는 기관별로 사업을 소개하고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상자의 위기 상황과 문제를 살피고 각자가 어떤 역할을 맡고 그 역할에 따른 지원 방향을 조율하는 일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공동의 목표가 분명해지면 공공과 민간의 역할도 선명해진다. 공공은 위기 상황을 판단하고, 공적 자원과 제도를 연결하며, 대상자가 받아야 할 권리로서의 복지서비스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민간은 생활 가까이에서 관계를 만들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며, 제도적 지원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상 시간을 두고 그들을 모니터링한다. 공공의 힘은 제도와 책임에서 나오고, 민간의 힘은 관계와 지속성에서 나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그 사이의 빈틈을 함께 메우는 일이다. 통합사례회의는 바로 그 빈틈을 확인하고, 한 사람의 삶을 여러 기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공유 역시 중요하다. 물론 꼭 많은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 협력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자가 왜 서비스를 거부하는지, 어떤 경험 때문에 사람을 경계하는지, 지금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를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비협조적인 대상자라는 표현과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설명은 이후의 개입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결국 협력에서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보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공통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이번 성남시복지재단 강의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성남시복지재단 직원들과 성남시 공무원들은 긴 교육시간 동안 단순히 강의를 듣는 데 머물지 않았다. 현장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고, 공공과 민간의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보였던 장면들을 함께 이야기했다. 사례를 제시할 때마다 정답을 찾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꺼내 놓고,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의를 갈무리하며 다시 한번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왜 민민협력도, 관관협력도 없는데 민관협력이라는 말만 있을까?

 

아마도 공공과 민간은 일하는 방식도, 책임의 구조도, 사람을 만나는 거리도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차이를 잇기 위해 계속 민관협력을 이야기하고, 통합사례회의를 열고, 서로의 역할을 확인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민관협력이라는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이고, 누구도 한 기관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현장. 서로의 차이를 문제로 여기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현장 말이다.

 

결국 민관협력은 서로를 닮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역할과 지원 방식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누가 해야 하는가를 묻기 전에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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