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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주민의 이야기가 지역혁신이 되는 마을라디오 리빙랩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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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다니던 골목과 오래된 가게, 마을의 변화에 관한 기억도 주민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듣고 기록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일상은 지역의 역사가 되고,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필자가 직접 운영한 마을라디오 프로젝트는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리빙랩(Living Lab)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PBL)을 결합한 대학 수업입니다. 학생들은 충남 아산시 도고면을 찾아 주민과 상인을 만나고 지역의 장소와 생활문화를 조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이야기와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라디오 콘텐츠로 제작하고, 공개방송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유하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대학의 프로젝트 수업이지만, 그 운영과정에는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주민 참여와 공동창조, 지역자원 발굴과 사회적 가치의 환류가 담겨 있습니다. 주민은 단순한 인터뷰 대상이나 사업의 수혜자가 아니었습니다. 공개된 관광자료에서는 찾기 어려운 지역의 기억과 경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제공하며 콘텐츠의 공동창조자로 참여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외부인의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하고 해석하여 지역콘텐츠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로컬기업은 학생과 주민을 연결하고 현장활동을 지원하는 매개자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들은 지역의 관계망과 현장지식을 바탕으로 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학생들이 지역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대학은 수업이라는 틀 안에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참여 주체의 역할과 협력 과정을 조정하였습니다. 주민, 학생, 지역기업, 대학이 각자의 자원과 역량을 나누며 하나의 협력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운영의 중심에는 리빙랩이 있습니다. 리빙랩은 전문가가 해결책을 먼저 설계한 뒤 주민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생활현장에서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만들어가는 방법론입니다. 리빙랩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다룰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PBL학생들이 현장조사부터 콘텐츠 기획·제작과 성과공유까지 직접 수행하도록 하는 교육적 틀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복지와 사회적경제 현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현장에서는 때때로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사업목표와 프로그램이 먼저 결정되기도 합니다. 반면 리빙랩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함께 정의하며, 실행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해답을 찾아갑니다. 이는 당사자를 지원을 받는 수동적 존재에서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공동기획자이자 실천 주체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커뮤니티 미디어인 마을라디오(Community Radio)는 참여를 촉진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확산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상업적 미디어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주민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이야기는 라디오 콘텐츠와 사진기록, 오디오 자료로 재구성되어 지역의 아카이브가 되었습니다. 주민은 자신의 경험과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았고, 학생은 지역을 단순한 방문지가 아니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주체가 참여한다고 해서 협력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주체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지역을 잘 이해하는 현장 매개자를 확보하며,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주민과 외부 참여자인 학생 사이의 언어와 경험, 관점의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의 관계망과 현장 경험을 보유한 사회복지사와 사회적경제 활동가는 리빙랩의 핵심적인 연결자이자 촉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학은 학생과 전문지식, 교육시설과 콘텐츠 제작 역량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대학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의 신뢰와 관계망, 현장지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 주체가 일회성 행사나 외주사업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한다면, 대학의 교육활동은 지역혁신의 자원이 되고 사회적경제 현장은 살아 있는 학습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혁신은 반드시 거대한 사업이나 첨단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역에 흩어진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며, 발견한 가치를 다시 공동체와 나누는 작은 실천에서도 시작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마을라디오 프로젝트와 리빙랩의 경험은 사회적경제의 핵심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돕는데 있음을 깨닫게 해 준 경험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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