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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6. 1만 시간의 환상과 ‘의도적 수련’ -10년 차 사회복지사의 성장을 만드는 복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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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경력인가, 1년의 경험의 10번 반복인가


복지관에서 10년을 일하면 2년 차 사회복지사보다 당연히 일을 잘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호봉이 올라가는 것과 실력이 자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일년 중 한번, 지난해 사업계획서를 열어보는 시점이 있습니다

연말에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기입니다

사업명과 날짜를 고치고, 참여 인원과 예산을 조금 수정합니다

그렇게 올해의 사업계획서는 전년도 사업계획서의 그림자가 됩니다

물론 필요한 일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같은 방식으로 10년 동안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10년 동안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10년의 경험이 쌓였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1년 동안 익숙해진 일을 10번 반복했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 사회복지 현장에서 시작할 때는 하나하나 고민하던 일들

예컨대 전화하고, 상담하고, 기록하고, 회의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는 일들이 어느 순간 자동화됩니다

뇌의 자동화입니다.

뇌의 자동화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뇌가 반복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무의식적인 영역에 맡기는 생존적 효율화 과정입니다

자전거 타기나 양치질처럼 복잡한 과정도 익숙해지면 신경 회로에 새겨져 적은 힘으로 쉽게 수행됩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고민으로 시작되는 첫 과정조차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한편으론 편해졌다는 뜻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성장이 멈췄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1만 시간보다 중요한 것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 정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시간의 양이 아닙니다

같은 일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연습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운전을 20년 했다고 모두 레이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복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을 수백 번 했다고 해서 상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례관리를 10년 했다고 해서 복잡한 사례를 다루는 능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번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난번 상담에서 잘되지 않았던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말을 아끼고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필요한 순간에는 평소보다 분명하게 질문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동료에게도 내가 이 상담에서 놓친 게 있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시도가 쌓여야 경험이 실력이 됩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에 가깝습니다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부러 어려운 과제를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입니다

저는 성장을 원하는 사회복지사라면 이러한 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직과 반복직의 차이는 10년 뒤 매일의 작은 다름을 실천하는 사회복지사에 나타납니다.


 

실력에도 이자가 붙는다


저는 사회복지사의 성장을 복리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오늘 배운 것이 내일의 실천에 영향을 주고, 오늘의 실천에서 얻은 경험이 다음 기획을 바꿉니다. 그렇게 바뀐 기획이 다시 새로운 경험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 차이가 커집니다.

 

똑같이 10년을 일했는데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여전히 지침과 기존 방식부터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업계획서 한 장을 쓰면서도 왜 이 사업을 해야 하지?’부터 묻고, 누군가는 지난해 파일부터 엽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흐릅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매일의 작은 재투자입니다

업무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처리해서 생긴 한 시간을 그냥 쉬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지난 상담 기록을 다시 읽어보거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거나, 다음 사업을 어떻게 다르게 해볼지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주 작은 차이는 매일 쌓여갑니다. 그 차이는 성장의 속도를 다르게 만듭니다.


 


성장의 이자율(Interest Rate)R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아무런 성찰 없이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반복한다면 R0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경험에서 하나라도 배우고 다음 행동을 바꾼다면 R0보다 커집니다

R은 복리이자와 같아 어느 순간 큰 차이를 만듭니다.


 

복지 현장은 즉시적 정답 확인이 어렵다


사회복지사의 일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수술을 한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복지사의 개입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한 상담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장 알기 어렵습니다

몇 달 뒤에야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고, 몇 년이 지나서야 의미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예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잘못한 것이 있어도 그냥 지나가기 쉽습니다. “별일 없었으니까 괜찮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일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의도적인 환류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슈퍼비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료에게 사례를 설명하고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받아보는 겁니다.

 

주민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었을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듣겠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질문 하나가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가 좋았다고 그냥 넘어가고, 실패했다고 빨리 덮어버리면 다음에는 또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오답노트와 같은 간단한 기록이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왜 차이가 생겼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

거창한 평가보고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만의 오답 노트면 충분합니다.

몇 년 뒤 그 기록을 다시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어떤 실수를 반복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판단을 잘했는지,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는지가 드러납니다

경력이 기록으로 남는 순간, 연차가 경험으로 바뀝니다.

 


성장을 위해 외부에서의 학습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성장을 위한 학습을 위해 외부에서 학습을 받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방법도 필요하고 도움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르게 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현장의 순간이 학습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늘 하던 사례회의에서 질문 하나를 바꿔보는 것. 매년 반복하는 사업에서 딱 하나의 새로운 실험을 해보는 것.

주민과의 만남이 끝난 뒤 5분 동안 오늘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보는 것. 동료에게 내 판단을 한번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크게 보면 아주 작은 일입니다. 하지만 실력은 이런 작은 차이에서 만들어집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얼마나 많은 일을 해봤는가보다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중요해집니다

실행프레임에서 학습프레임으로의 전환입니다.

 

성장을 위한 질문을 이제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몇 년 차인가?” 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지난 1년 동안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입니다

 

퇴근길에 이 질문에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가, 조금 달라졌는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은 호봉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매일의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다시 시도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 행동을 바꾸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10년의 시간이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10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나를 전문가에 가깝게 만듭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릅니다. 하지만 경험에 계속 이자를 붙이는 사람의 10년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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